도로 없는데도 건설 허가 “불법”
정부는 근래 들어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산지와 농지에 농어가주택만 건축할 수 있는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를 기회로 들어서기 시작한 전원주택 건설 붐은 어느새 자연환경을 해치는 주된 원인의 하나가 됐다.
특히 거제시의 경우 전원주택 건설로 인해 도시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거가대교 개통 이후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자연 훼손지역으로 꼽히는 문동저수지 일원 전원주택단지의 경우, 상식과 법률 그 어느 것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기초 위에 개발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문동저수지 전원주택단지 일원은 1997년도부터 개발행위가 이뤄지기 시작한 이래 현재 55여 가구가 마을을 이루고 있다. 해당 주택단지는 전원주택단지 허가가 4곳, 건축허가 주택이 35여 채, 조성단지면적 3만 7000여㎡(1119평)에 이르며 현재 미준공상태다.
이 주택단지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도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택건설 허가가 났다는 점이다. 애초 주택이 들어서면 안 되는 곳에 개발행위가 이뤄진 것이다. 자연스레 특혜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 주택단지는 산길은 있지만 지목 상으로 분명 도로가 없다. 따라서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에 의해 허가가 제한된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개발이 이뤄졌다. 특히 이는 해당 주택단지 규모상 최소 6m 이상 도로가 있어야만 개발행위가 이뤄진다는 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거제시와 사업자는 해당 지구에 도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유일한 진·출입구 도로(거리 78여m, 폭 3여m)는 지목이 거제시 소유의 산(문동동 산38번지)이며 실제 마을 공동묘지를 가기 위한 산길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개발행위지침에는 산길을 도로로 볼 수 있다는 조항도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이 산길마저 법과 규정에는 상관없이 개발업자들의 편의에 따라 확장됐다는 점이다. 원래 이 산길은 폭이 1m 남짓한 좁은 산길이었다. 하지만 개발업자들이 공사차량 진입이 어려워지자 임의로 확장했다. 국유지를 편의에 따라 마음대로 도로로 포장하는 등, 국유재산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다.
또한 거제시는 문동동 산47번지를 무단으로 형질을 변경해 도로로 사용하는 불법행위도 묵인했다. 특히 문동동 15-20번지 일원 3개의 건축물 사용승인에 대해서는 명백한 특혜라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지목상 도로가 아니라도 현행도로가 있다면 건축허가는 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문동동 산 47번지는 문동동 15-20번지 일원 건축허가 시 사용동의서가 제출돼 있지 않다. 때문에 산지관리법에 의해 행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택개발관련 전문가는 “개발행위 시 도로가 없다면 사도개설을 하는 등 개발면적에 도로부분을 포함시켜 시로부터 허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지목상 도로가 아니라도 목적이 없는 것과 개발행위라는 목적이 발생한 이후의 현행도로는 소유자가 달라 분쟁의 소지가 있다. 특히 현행도로를 도로로 인정받아 시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