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8부두 주피터 프로젝트 장비 배치 논란 ‘일파만파’
부산 8부두 미군부대 앞에 세워진 바리케이드에 ‘NO JUPITR’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는 모습.
또한 주피터 프로젝트는 이 탄저균과 더불어, 세계 최악의 살상무기인 ‘보툴리눔 A형 독소’를 실험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독소는 탄저균보다 무려 10만 배나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1g으로 100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무서운 생물무기다.
이 같은 주피터 프로젝트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공포심은 깊고도 짙다. 최근 부산지역에서 가스냄새로 인해 문제가 됐을 당시에도 이 이름이 회자됐다. 많은 시민들이 바로 이 프로그램 때문에 가스냄새가 났다고 추정했다. 물론 근거는 희박했다. 하지만 주피터 프로젝트에 대한 시민들의 두려움을 읽기에는 충분했다.
주한미군은 이러한 주피터 프로젝트의 장비 배치를 올 1월께 최종 결정했다. 지난 1월 17일 주피터 프로젝트의 첫 실행 작전에서 미국 생화학방어합동참모국(JPEO-CBD)이 긴급 장비들의 배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비 배치를 결정한 미군의 태도도 논란거리다. 주한미군은 그동안 부산시 등이 생화학전 설비 도입과 운영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자고 요구했음에도 별다른 통보 없이 관련 시설을 부산으로 옮겼다. 또한 향후 운용 계획 등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도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이번에 설치된 장비가 탐지용이란 입장이다. 또한 이를 이용해 생화학전 실험을 하려는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그동안 주한미군이 저지른 행태가 이들의 뇌리에 각인된 까닭이다.
주한미군은 지난 2015년 경기도 오산 기지에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몰래 배송했다가 들통이 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미국이 사드를 배치한 당시의 과정을 떠올리는 것도 어렵지가 않다. 때문에 부산항 8부두에 들여온 장비가 결국 탄저균을 포함한 생물무기를 반입하고 관련 실험을 진행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의 납득하기 힘든 태도도 부산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해당 장비가 탐지용 무기에 불과하다면 주한미군이 이를 슬그머니 반입할 이유가 없다. 또한 그들은 관련 시설에 대한 정보 공개 요청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대통령 탄핵 정국과 사드 배치 논란 등을 틈타 시설 반입을 전격적으로 실행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반대의 목소리 또한 뜨겁고 날카롭다.
부산민중연대 등 부산지역 4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1일 부산 8부두 미군부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주한미군의 주피터 프로그램 도입 중단과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부산민중연대,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부산여성단체연합,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부산본부 등 4개 시민사회단체(시민단체)는 지난 11일 부산 8부두 미군부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주한미군의 주피터 프로그램 도입 중단과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시민단체는 이날 “주한미군은 최소한의 의견 수렴이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결정 과정에서 배치까지 부산시민의 의사는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도심에서 생화학무기 실험을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사드 기습 배치와 생화학무기 실험실 설치 강행 등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는 일련의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와 부산시는 지금이라도 부산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태도로 적극 나서야 한다. 주한미군의 말만 받아쓰는 무책임한 행동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면서 “우리 국민의 주권과 생명을 위협하는 ‘주피터 프로그램’의 8부두 도입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부산시민과 부산지역 시민사회는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부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논평을 통해 “한반도가 핵에 이어 생·화학 전장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전 세계 미군에게 제공할 생화학 교리와 전략, 작전, 무기의 시험장이 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평통사는 부산시를 향해서도 “부산시의 무책임과 무능함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핵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 등 미국의 핵전력이 수시로 드나드는 부산에 탄저균까지 반입되는 것을 두 손 놓고 바라본다는 것은 시민들의 안전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반대에 앞서 주한미군을 합리적인 논의의 테이블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은 주한미군의 이번 결정을 번복시키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근거에 두고 있다.
동부산발전연구원 김동기 사무국장은 “계획이 철회되면 좋겠지만, 결코 쉽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장비 배치가 이미 결정됐다면, 이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운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반대보다 더욱 시급한 게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