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장악’ 뒤 장기적 손해 만회 노려…“국내 시장 규모 작아 성장성·수익성 낙관 못해” 지적
쿠팡이 영업 적자에도 투자를 계속하는 까닭에 대해 재계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은 쿠팡 김범석 대표. 일요신문DB
온라인 유통업체의 이 같은 배보다 배꼽이 큰 사업 구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쿠팡은 2013년 3억 원이던 법인세차감전순손실이 2016년 5617억 원으로, 티몬은 2010년 법인세차감전순손실이 25억 원에서 1559억 원으로 급증했다. 사업을 계속하고 회사의 몸집을 불릴수록 손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물론 영업손실을 면치 못한 동안 쿠팡과 티몬은 법인세도 내지 못했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영업손실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경쟁이 심화되다보니 업체들은 마케팅과 광고비를 대폭 늘려왔다. 티몬은 지난해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로 각각 302억 원, 307억 원을 쏟아부었는데 이는 2015년 335억 원, 362억 원보다 줄었지만 2014년 187억, 93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쿠팡 역시 마케팅 비용으로 거액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유통업계는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현재의 기형적 구조가 장기적 관점에서는 정상적인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사업모델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수수료 사업인데, 플랫폼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다수 고객을 확보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시장을 장악한 1위 기업이 되기 위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한편으로 매년 이어지는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쿠팡은 기업이 급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던 로켓배송 서비스에 대해 지난해 10월 무료배송 기준 결제 가격을 9800원에서 1만 9800원으로 인상했다. 다시 말해 9800원어치 물건을 구매하면 무료배송 서비스를 해주던 것을 1만 원 인상된 1만 9800원어치 물건을 구매해야 무료배송 서비스를 해준다는 얘기다. 쿠팡은 당시 “로켓배송 서비스 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증권의 차재헌 연구원은 “로켓배송 원가가 건당 6000원 내외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무료배송 기준을 2만 원 수준으로 올려도 건당 배송비가 획기적으로 하락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서비스 1건당 드는 비용은 6000원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통상 1회 배송에 드는 것보다 훨씬 비싼 수준이라 쿠팡으로서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티켓몬스터는 투자와 차별화로 경쟁을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켓몬스터 신현성 대표. 일요신문 DB
온라인 유통업체는 또 백화점과 홈쇼핑, 대형마트 등 전통적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격적 투자를 하며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쿠팡의 자체 인력을 활용한 배송서비스와 물류센터 증설이 대표적이다. 쿠팡 관계자는 “차별화된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직매입 사업이기 때문에 재고관리와 물류 서비스를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몬 역시 무료반품 서비스 등을 최초로 시작하며 차별화와 경쟁력을 기르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차별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계속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오프라인 유통기업도 온라인 채널에 뛰어들다보니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쿠팡은 2014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1조 2000억 원가량을 투자받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연이은 적자로 쿠팡의 투자 여력이 거의 소진됐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최근 2년간 영업 적자로 유치한 투자금을 거의 다 까먹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투자유치금을 소진하고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창출할 능력이 떨어지는 온라인 유통업체가 또 다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쿠팡과 티몬이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앞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받아 투자금을 까먹는 상태에서 또 다른 거액의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금 유치가 어려우니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상장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부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비록 영업 적자는 내고 있지만 매출 신장률이 높아 ‘테슬라 요건’을 충족해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테슬라 요건이란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코스닥 상장을 허락하는 성장성평가특례상장제도로서 한국거래소가 지난 1월 유망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도입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비슷한 이유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것에서 비롯된 제도다. 나스닥 상장 이후 테슬라는 글로벌업체로 성장했다.
실제로 티몬은 상장에 관심을 갖고 삼성증권 관계자와 상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 관계자는 “상장에 대해 삼성증권과 이야기를 나눈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상장 신청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쿠팡 관계자는 “상장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소프트뱅크 외에도 투자를 유치한 건들이 있어 아직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시장만 장악하면 장기간의 손실을 딛고 시장지배자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특정 온라인 유통업체가 업계를 장악한다 하더라도 그 성장성이나 수익성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고 전망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규모 자체가 작아 기업의 성장성을 높게 볼 수 없다”며 “한 업체가 온라인 유통시장을 장악해도 아마존 등 해외 업체가 국내 시장 진입 초읽기 단계라 또 다른 경쟁이 불가피하고 오히려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