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취향저격…일단 홍부터 잡자!
4월 25일 오전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 상인연합회 회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분주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이종현 기자
심 후보는 네 차례 TV토론에서 후보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온라인 반응도 뜨거웠다. 이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리얼미터>가 4월 25일 4차 토론을 마친 뒤 26일 발표한 지지율에 따르면 8.2%를 기록했다. 특히 심 후보는 20대(심상정 17.1%, 안철수 11.1%)에선 안 후보를 밀어내고 2위로 부상하기도 했다(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20%)․무선(6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에 따른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전화걸기(RDD)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응답률은 11.8%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
심 후보 활약에 정의당 후원금도 늘어났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 대변인은 “4월 25일 4차 토론회 시작부터 4월 26일 오전까지 1441명의 지지자가 7800여 만 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냈다”고 말했다. 박원석 심상정 캠프 공보단장도 “TV토론회로 정의당 당원 가입이 평상시 10배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심 후보 지지율 급등을 두고 정치권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문-안 양강 구도가 깨지고 있다는 것은 모두 인지하고 있는 바다. 문 후보 지지가 올라가면서 진보 진영 지지 기반이 넓어졌기 때문에 심 후보 지지율 또한 동반 상승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안 후보와 양강 구도라면 위기의식을 느낀 심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를 다시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그런 구도가 아니다. 때문에 심 후보를 안심하고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고정 표가 아니기 때문에 (심 후보 지지율 상승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상대로 지지율 격차를 벌리면서 진보 진영 표가 심 후보에게로도 향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교수 또한 ‘전략적 표심의 이동’이라고 분석했다. 차 교수는 “문 후보가 최근 TV토론회에서 보수 표심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문 후보에 실망한 표심이 심 후보에게 갔을 수 있다. 또한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게 되더라도 승리가 흔들리지 않을 수준에 왔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제는 진보 정치의 싹을 틔워줘도 되겠다’는 생각과 ‘심 후보에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자’는 정서가 흐르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심 후보 표가 다시 문 후보 쪽으로 가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심상정 캠프 의견은 달랐다. 박원석 공보단장은 “문 후보 지지율을 가져왔다고 보기보단 오히려 안 후보 쪽이나 새로운 지지층의 유입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 새롭게 늘어난 대표적인 지지층이 20대 여성들이다. 여기는 상대적으로 기존 정치에 무관심한 층이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층이 아니라는 말이다. 심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정책, 공약과 비전이 자신들의 문제를 얘기해주고 있다는 면에서 20대 여성 층이 새롭게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단장은 “새 정치를 희망하면서 기존의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낀 표심이 안 후보에 주목했다가 안 후보 최근 행보에 실망을 느껴 심 후보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더 많은 것 같다. 캠프에선 문 후보 쪽과 지지층이 겹친다거나 또 문 후보 쪽 표를 가져오겠다는 의사가 없다. 문 후보 지지층은 움직이지 않는 층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의 한 인사는 “지지율 변화만 놓고 안 후보 쪽 지지층이 심 후보에게로 갔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기본적으로 지지 기반이 다르다. 다만, 부동층이 심 후보 쪽으로 기운 것은 맞는 것 같다. 남은 유세 동안 안 후보도 부동층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했다.
심 후보가 다른 후보들과 달리 네거티브 전략을 최소화하고 진보 가치의 진정성을 일관되게 어필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차재원 교수는 “문 후보 실책 때문에 표가 돌아선 부분도 있지만, 심 후보가 한결같이 자신의 진보 가치를 얘기했던 게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박원석 공보단장도 “지지율 상승은 심 후보가 일관되게 추구해왔던 가치와 비전, 공약 등에 대해 유권자들이 동의를 했다는 말이다. 다른 어떤 후보들보다 준비된 모습, 정책 경쟁을 주도하는 모습도 영향을 끼쳤다. 심 후보의 일관된 모습이 유권자의 마음을 잡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캠프는 지지율 두 자릿수 돌파도 기대한다. 심 후보는 4월 25일 “제 지역구에는 ‘심알찍’이라는 말이 있다. 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는 말이다. 앞으로 (지지율이) 쭉쭉 올라갈 것 같다”라고 했다. 박원석 단장도 “문 후보 캠페인과 무관하기 때문에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따라잡는 것은 1차 목표일 뿐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