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어 두 번째, 내륙에선 첫 번째 이룬 쾌거
주왕산 기암단애(청송군)
[청송=일요신문] 김성영기자= 지난 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위원회에서 등재권고 됐던 청송군(군수 한동수)이 지난 1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최종 채택됐다. 우리나라 두 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내륙에서는 최초의 세계지질공원이다. 이로써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전세계 33개 국 127곳이 인증됐고, 청송과 함께 이번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이름을 올린 곳은 프랑스 Causses de Quercy, 이란 Qeshm Island, 스페인 Las Loras 등 6개 국 8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은 특별한 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또는 아름다움을 지닌 지질 현장으로, 지질학적 중요성 뿐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는 지역으로 보전, 교육 및 관광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2년 자연공원법을 개정하면서 국가지질공원제도가 도입됐다. 최근까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지역은 울릉도·독도, 제주도, 부산, 청송, 강원평화, 무등산권, 한탄·임진강, 강원고생대 등 8곳이 있다. 경북 동해안, 전북 서해안, 전북 무주·진안, 충북 단양, 인천 강화도 등 전국적으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말 그대로 지질공원 붐이 일고 있다. 기존 제도들(국립공원, 천연기념물 등)이 보존에 초점을 두고 엄격한 규제와 제약을 가지는 반면, 지질공원은 지속가능한 활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둬 주민들의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발 벗고 나서 지질공원을 유치하려고까지 하기 때문이다.
청송세계지질공원을 등재한 한동수 청송군수가 UNESCO 로고 사용하는 청송세계지질공원을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청송 관광시대’로 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청송군 제공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원하고 있지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신청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 다음 국가지질공원위원회에서 세계지질공원 신청지 심의에 통과하는 등 정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 한번에 두 개까지만 세계지질공원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신청서 제출로부터 최종인증까지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돼 신청지 선정은 매년 1곳 이하다.엄격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먼저 치르는 셈이다.
청송은 정세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치밀한 준비로 국가지질공원 인증부터 최초, 최단기간에 세계지질공원으로 도약했다. 물론 제주도의 경우는 예외다. 제주도는 국가지질공원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10년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기 때문이다.
# 시골의 작은 지방자치단체가 세계에 우뚝
청송의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또다른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전까지는 세계지질공원이 유네스코에서 지원하는 협력프로그램이었지만 지난 2015년 11월 유네스코 정식프로그램으로 등록되면서 세계지질공원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질유산의 국제적 가치 증명,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을 위한 기여사항 등 가입조건 또한 좀 더 엄격해졌다. 이처럼 청송이란 대한민국 시골의 작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에 우뚝 선 것이다.
청송은 지난 2011년부터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위해 학술조사를 실시해 지질명소들을 개발하면서 학술적 가치를 발굴했다. 세계지질공원T/F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박차를 가해 2014년에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게 된다. 2015년 11월 말, 새롭게 바뀐 서식에 의거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서와 부속서류를 모두 접수하면서 서면심사에 들어가게 됐고, 이듬해인 2016년 7월 11일부터 14일 간 두 명의 유네스코 평가위원이 청송을 방문해 현장실사를 했다.
지질공원실사단 현장평가 사진=청송군 제공
지질공원 현장실사에서는 지질관광과 교육, 관광인프라, 지역주민의 참여 등 모든 분야를 점검하지만 그 중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단연코 지질유산의 국제적 가치 증명이다. 유네스코란 세계적인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뛰어난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3박 4일이란 짧은 기간 동안 청송에서는 어떻게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먼저 주왕산국립공원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두꺼운 화산재층으로 구성돼 있고, 주왕계곡 지질탐방로는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탐방할 수 있을 만큼 편의시설이 잘 조성된 명소로 경관까지 아름다워 평가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청송 백석탄(白石灘) 포트홀 (Pothole) 사진=청송군 제공
청송백자 원료산지인 법수도석 지질명소는 지질과 역사, 문화가 융합돼 지질공원이 추구하는 컨셉에 가장 매칭이 잘된 곳일 뿐더러 세계에서도 10개 미만의 지역 밖에 산출되지 않는 리튬-베어링 토수다이트(Li-bearing tosudite)란 광물이 발견돼 국제적 중요성도 뛰어난 지역이다.
하지만, 많은 명소들 중 단연코 최고는 바로 ‘꽃돌’로 불리는 청송 구과상 유문암이었다. 꽃무늬를 보이는 암석인 구상암은 전세계적으로 약 100여 군데 정도 밖에 산출되지 않지만 꽃문양의 크기나 다양한 형태, 아름다운 색상 등은 청송에 비교할 것이 안된다. 평가위원들은 꽃돌을 관찰하면서 감탄을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했고,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청송 구과상 유문암(꽃돌)
지질명소 뿐 아니라 지질공원 교육, 관광, 해설, 관광인프라들에서도 충분히 만족했으며, 지질공원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인식과 자발적인 참여가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 지질관광 활성화 미래발전 계획 마련
평가위원들과 국내의 많은 지질공원 전문가들은 지질공원이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발전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송군은 향후 지질관광 활성화 계획까지 청사진을 그려놓았다.
청송의 대표 자원인 사과는 백악기 한반도 동남부를 크게 뒤흔들었던 화산활동으로 뿜어져 나온 분출물들이 쌓여 굳어진 땅위에 재배된다. 토양에 포함된 다양한 성분들이 사과의 맛을 한층 더 올려주기에 ‘지질푸드(Geo-foods)’란 지질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산악마라톤, 모터싸이클 등 청송은 산악스포츠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는 험준한 산악지형을 활용한 ‘지질액티비티(Geo-activity)’ 상품이다. 슬로시티 정신과 연계한 전통한옥 숙박체험은 청송지역의 지형과 기후에 의해 독특하게 발전한 건축방식과 선조들의 지혜를 옅볼 수 있는 ‘지질하우스(Geo-house)’다.
이처럼 청송지역 관광자원 만의 특징을 부각하기 위해서 다양한 콘텐츠 발굴과 함께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청송군의 미래발전 계획이다. 어느 관광지에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가 아니라 청송만의 자원을 활용한 차별화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에 따른 초기 홍보 강화를 위하여 KBS 열린음악회 유치 등 다양한 홍보전략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유네스코란 국제적 브랜드가치를 적극 활용해 청송의 인지도 향상과 관광객 유치에 힘쓰겠다“면서, ”지난해 말 개통한 당진-영덕고속도로, 오는 7월 개장하는 ‘대명리조트 청송’과 맞물려 대한민국 명품 관광도시로 거듭나 기존의 스쳐가는 관광에서 머무르며 힐링하는 체류형 관광청송으로 지역주민의 소득 창출과 지속가능한 미래 발전을 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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