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하영구 황영기 윤종규 김용환 등 새 금융위원장 물망에
요즘 금융권의 관심은 온통 누가 새 금융위원장이 될지에 쏠려 있다. 금융위원장은 은행 등 금융권의 목줄을 쥐고 흔들 수 있는 핵심 요직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을 사실상 지휘하는 상위기구로, 금융위원장의 말 한 마디면 죽었던 은행이 살아나거나 멀쩡하던 은행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16명의 장관과 24명의 차관 등 40여 명과 함께 인사혁신처에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가 수리되면 금융위는 당분간 새 위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정은보 부위원장 체제로 운영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임 위원장의 후임으로 후보 시절 캠프에서 경제·금융 정책을 주도한 학자와 금융기관인 등 민간 출신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임 위원장은 이미 지난 8일 사표를 제출했다. 박은숙 기자.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주진형 전 사장은 삼성증권 전략기획실장과 우리투자증권 리테일 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한화증권 사장에 부임했다. 증권가에 매도 보고서가 없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눈길을 끌더니, 삼성그룹 출신 인사임에도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증권사 중 유일하게 반대 보고서를 내 화제를 뿌렸다.
특히 ‘최순실 청문회’ 과정에서는 한화그룹에서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부당한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한화증권에서 사임한 후에는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으로 활동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하영구 회장과 황영기 회장은 업계 출신 전문영역 인사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도 민간 전문가로 통한다.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옛 재정경제부 관료들이 주로 맡아왔다. 이헌재 초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시작으로 이용근·이근영·이정재·윤증현·김용덕 위원장 모두 행정관료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만 관료가 아닌 학계 인사다. 이후 선임된 진동수·김석동·신제윤 위원장은 관 출신 인사다.
역대 위원장 모두 금융규제 개혁을 가장 중요한 화두로 삼아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관 출신 인사의 규제 개혁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민간 전문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간 출신 전문가가 성공한 관료로 변신한 경우가 드물다는 점은 부담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초기 내각은 교수 등이 중용됐지만 실무능력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결국 정권 중후반기에는 공무원들이 다시 등장했다. 금융위원장과 더불어 큰 관심사인 금융감독원장 후임 인선은 아직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11월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6개월 남짓 남은 임기를 마저 채울 가능성이 높다. 역대 금융감독원장의 임기는 대체로 보장됐다. 또 금융위원회를 개편하고 인선작업을 마무리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의 자리에는 당장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장은 청문회 대상이 아닌 만큼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위원장이 바뀌면서 새 금융감독원장이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후임으로는 내부 인사인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는 문 대통령과 같은 학교 출신인 금융인들에게 눈길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경남중학교와 경남고등학교(25회)를 거쳐 경희대 법학과(72학번)를 졸업했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는 ‘경금회(경남중·고·경희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생겨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계의 대표적인 경남고 출신 인사로는 문 대통령과 동기인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이 꼽힌다. 김 회장은 사석에서 “조용하게 공부 잘했던 문재인은 목소리 높이는 정치인이 됐고, 고교 시절 내내 좀 놀았던 나는 은행원으로 얌전히 살았다. 인생은 참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회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 외에도 문 대통령과 학연이 있는 주요 금융권 인사들로 윤성복 전 KMPG삼정회계법인 부회장, 신동규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서준희 전 BC카드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등이 거명된다. 이들은 모두 경남고등학교 출신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경남중학교 후배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제1차관을 맡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학교 출신 금융인으로는 박종복 SC제일은행장과 윤병철 한화생명보험 부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김상택 SGI서울보증보험 직무대행 등이 꼽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평소 출신 학교 동문회에 참석하지 않아 이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금융계 인사는 거의 없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내걸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만큼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학연 등을 앞세워 금융권 낙하산 인사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