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가 적절하진 않겠지만 마치 죽은 시체 하나를 두고 여러 맹수들이 달려들어 배 채우기에 바쁜 듯하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굶주린 사람들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무조건 돈이 되는 탓에 너나 할 것 없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그녀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무덤 속에서도 평온한 잠을 자지 못하고 있을 그녀는 과연 이들의 ‘끝없는 탐욕’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저 세상에서 마음을 졸이며 다음에는 또 누가 비밀을 폭로하겠다며 나설지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앤드류 모튼 - 전기작가 약 1백50억원
지금까지 다이애나를 통해 가장 많이 돈을 벌어들인 사람은 영국의 전기작가 앤드류 모튼(51)이다.
지금까지 그가 출간한 다이애나의 전기는 모두 두 편. 지난 1992년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의 사이가 소원해지고 있을 무렵 발간된 <다이애나-그녀의 진실>은 모튼을 세계적인 전기작가로 떠오르게 함과 동시에 막대한 부를 안겨 주었다.
하지만 왕세자 부부의 결혼 생활을 폭로함으로써 득을 본 사람은 오로지 모튼뿐이었다. 정작 다이애나 본인은 그해 말 찰스 왕세자와 공식 별거에 들어갔고, 그후 TV에 출연해 서로를 비난하는 인터뷰를 가지면서 파경으로 치닫고 말았다.
이들의 이혼을 발판으로 명성과 부를 쌓아나간 모튼은 이후 런던에 고급 빌라를 구입하거나 유명인들(마돈나, 데이비드 베컴 부부, 모니카 르윈스키)의 전기를 집필하면서 일약 실력 있는 ‘전기작가’로 떠올랐다.
하지만 다이애나에 대한 그의 ‘탐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다이애나 사망 7주기에 맞춰 후속편인 <사랑을 좇는 다이애나>라는 또 한 권의 책을 출간한 것. 이 책의 소재가 된 것은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에 대해 녹음해 놓은 다이애나의 육성 테이프였으며, 현재 이 테이프는 삼엄한 경비 하에 출판사의 비밀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간된 책은 전편만큼 휘황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는 못한 듯하다. 전편의 내용과 흡사할 뿐더러 동일한 테이프를 바탕으로 집필했기 때문에 ‘재탕’이란 비난마저 쏟아지고 있기 때문. 또한 ‘피 묻은 돈’이라고 비난하며 모튼의 기부금을 전면 거부하고 나선 적십자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예전만큼 ‘다이애나 효과’를 누리기란 그리 쉽지 않을 듯싶다.
▲ (1)앤드류 모튼, (2)패트릭 제프슨(뒤), (3) 폴 버렐, (4) 켄 와피 |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다이애나가 생전에 ‘바위’라고 부르며 철석같이 믿었던 듬직한 집사 폴 버렐(46)마저 그녀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왕실의 의무>란 책을 통해 다이애나의 사생활을 폭로했던 그는 “나는 단지 다이애나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잡기 위해서 책을 썼을 뿐이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다이애나가 여러 사람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중심으로 한 이 책에는 특히 그녀가 사망하기 수개월 전 “영국 왕실의 누군가가 나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의 자필 편지가 담겨 있어 더욱 이슈가 되었으며, 그 ‘누군가’가 바로 찰스 왕세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전세계에 더욱 충격을 안겨주었다.
버렐이 이 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가히 어마어마하다. 미국에서만 1백만 부 이상의 선주문이 쏟아진 바 있으며, 전세계 인세까지 포함해서 현재까지 1백억원 가까이 되는 금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트릭 제프슨 - 개인비서 약 52억원
지난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약 7년 동안 다이애나의 개인비서를 지냈던 패트릭 제프슨(48) 역시 책을 통해 한몫 챙기긴 마찬가지였다.
다이애나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그는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 <왕세자비의 그늘>이란 책을 출간했고,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약 5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7년 동안 지켜보았던 일거수일투족을 시시콜콜하게 털어놓은 이 책에서 다이애나를 ‘간교한 반항자’로 묘사하면서 비난했고, 그녀가 얼마나 거짓말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얼마나 간단하게 고용인들을 해고했는지를 폭로했다. 게다가 “다이애나는 늘 희생자가 되고픈 욕망을 갖고 있었으며, 때문에 늘 죽음을 동경하고 있었다”고 말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또한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이애나를 동화 속의 인물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진실된 인상 또한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그가 다이애나에 대해 부정적이 된 것은 지난 1995년 다이애나가 개인비서였던 자신과는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TV 인터뷰에 출연해 찰스와 카밀라의 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면서부터였다. 당시 심한 배신감(?)을 느꼈던 그는 이듬해 다이애나의 곁을 떠났으며, 결국은 책을 통해 ‘때늦은 복수(?)’를 한 셈이 되었다.
켄 와피 - 보디가드 약 27억원
다이애나 사망 5주년을 맞아 발간된 책 <다이애나:가깝게 경호한 비밀>의 저자 켄 와피(55)는 지난 1988~1993년까지 그녀의 곁을 그림자처럼 붙어다녔던 보디가드였다.
다이애나를 둘러싼 지극히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주로 다이애나의 ‘밀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 출간 당시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한때 다이애나와 뜨거운 연인 관계였던 승마 교관 제임스 휴이트와의 밀회에 동행해서 목격한 내용이나 미술작품 거래상 올리버 호어와의 은밀한 관계 등에 대해 낱낱이 폭로하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을 갈 때마다 항상 그녀의 핸드백 속에는 분홍색의 자위기구가 들어 있었다”는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까지 들춰내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지금까지 이 책을 통해 벌어들인 액수는 이미 20억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 제임스 휴이트 | ||
한때 ‘다이애나의 연인’이자 승마 교관이었던 제임스 휴이트만큼 영국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다이애나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그는 지난 1994년 다이애나와의 애정을 다룬 책 <프린세스 인 러브>를 통해 본격적인 돈벌이를 시작했다. 이 단 한 권의 책을 통해 지금까지 20억원을 벌어 들였지만 정작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영국인들의 싸늘한 냉대뿐이다.
책이 출간된 후 곳곳에서 비난이 쏟아졌던 것은 물론이요, 그가 운영하던 승마 학교를 비롯해 골프장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져 파산 지경에 이르렀던 것. 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내로라하는 클럽이나 레스토랑에서는 그를 아예 받아주지 않고 있으며, 사교계에서도 그를 마치 ‘벌레’처럼 취급하며 기피하고 있다. 그야말로 ‘왕따’가 따로 없는 셈인 것.
그가 이처럼 영국인들로부터 미움을 사기 시작한 것은 비단 책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다이애나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불행하고 병든 상황 때문에 나를 필요로 했던 것이고, 나는 그저 동정심으로 그녀를 만났을 뿐이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
이런저런 빚에 쪼들리고 있던 탓일까. 다시 한몫을 챙기기 위해서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던 그는 지난해 난데없이 다이애나와의 구구절절한 애정이 담긴 연애 편지를 고가에 팔 의향이 있음을 밝혀 충격을 안겨 주었다.
걸프전 참전 당시 다이애나로부터 받은 총 64통의 연애편지를 내놓자 곧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익명의 아랍인이 1천6백만유로(약 2백20억원)를 제시해왔던 것.
하지만 곧 그 아랍인의 정체가 기자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휴이트는 짭짤한 돈벌이는커녕 다시금 영국인들의 비난을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시모네 시몬스 - 개인 치료사 약 9억5천만원
영혼 치료사로서 지난 1993년부터 다이애나가 사망하기 직전인 1997년까지 4년 동안 다이애나의 상담을 맡았던 시모네 시몬스(48) 역시 ‘은밀한 비밀’을 폭로해 돈을 번 경우.
다이애나와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한 책 <다이애나의 비밀스런 나날들>에서 그녀는 지극히 사적이고 비밀스런 다이애나의 비밀을 들춰내면서 흥미거리를 제공했다.
가령 찰스와의 결혼생활 동안 그녀가 고통 끝에 스스로 자해까지 했으며, 이혼 후에는 자신의 몸 속에 악마가 있다면서 켄싱턴궁으로 퇴마사를 불러 퇴마의식을 한 경험이 있다고 폭로한 것. 또한 연인이었던 제임스 휴이트를 그리워한 나머지 가면과 가발을 쓴 채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으로 날아간 적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녀가 이 책을 비롯한 각종 잡지사 및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벌어들인 액수는 현재 10억원에 달하고 있다.
피터 세틀런 - 배우 약 3억1천만원
올해 초 미 NBC TV에 다이애나의 미공개 테이프를 판매해 3억원을 챙긴 피터 세틀런(48)은 지난 90년대 초 다이애나의 대중 연설법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되었던 ‘연설 컨설턴트’였다.
당시 다이애나와 일대일로 만나 60차례에 걸쳐 강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 세틀런은 “인간으로서의 다이애나의 진솔한 모습을 알아야 보다 정확한 강의를 할 수 있다”면서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고백할 것을 요구했고, 이 같은 내용을 빠짐없이 촬영해 기록으로 남겼다.
이 테이프에서 다이애나는 “내 결혼식날은 인생 최악의 날이었다”고 밝히면서 “그날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한 마리의 양과 같았다”며 비참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한 왕실에서 받았던 따돌림에 대해 언급하면서는 얼마나 원통하고 서러웠던지 그만 울음까지 터뜨리고 말았으며, 결혼 직후부터 찰스가 자신에게 얼마나 냉랭하게 대했는지도 털어 놓았다.
세틀런은 “절대로 이 테이프가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는 당초의 약속과 달리 결국 언론에 공개해버렸으며, 이를 지켜본 영국 왕실을 비롯한 수많은 영국인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