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보다 보상 초점” 실종자 생사보다 뭣이 중헌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수색에 진척이 없는 가운데 선사는 사고수습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내부단속에 나서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에는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6명 등 총 24명이 타고 있었다. 현재까지 필리핀인 선원 2명만 구조됐을 뿐 나머지 22명은 실종 상태다.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침몰사고가 난 지 나흘 만인 4월 4일 침몰사고와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선사 측은 사과문을 통해 “본선 승무원들이 무사 귀환할 수 있도록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가족들이 느낀 선사 측의 태도는 사과문의 내용과 달랐다. 실종자 가족들에 따르면 선사 측은 사고 발생 4일 만에 가족들에게 ‘보상협의’를 언급했다. 또 수색 한 달여가 된 4월 26일에도 보상협의를 제안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당시엔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보상협상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했다”며 “보상합의 동시에 수색종료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사고를 덮으려는 데 급급했지 실종자를 찾으려는 노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5월 3일 선사 측은 가족들에게 보상금 협의 절차를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선사 측은 “가족 보상 전반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려 한다. 보상을 원하는 가족들과는 원만히 보상할 예정이고 원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통지했다. 현재 실종된 한국 선원 8명 가운데 3명의 가족이 보상안에 합의한 상태이고, 나머지 5명의 선원 가족들은 보상협의에 응하지 않고 현장수색을 계속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선원법상 사고가 발생하면 30일 지난 이후에나 보상 관련 협의를 할 수 있다”며 “그때 맞춰서 보상 관련 얘기를 전했지 침몰 나흘 만에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최근에는 소속 선박 선원들의 통신수단을 차단해 ‘내부 단속’ 논란도 일었다. 폴라리스쉬핑에 따르면 5월 20일 선장과 기관장을 제외한 선원의 와이파이 접속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모든 선박에 보냈다. 공문에는 와이파이 전용 쿠폰인 기존 ‘바우처(Voucher)’를 전부 삭제하고 선장·기관장은 업무용 바우처를 새로 만들어 사용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 선상 와이파이는 선원들이 가족, 친구와 간단한 안부만 주고받는 수단이다.
선사 측의 이 같은 조치는 자사 선박의 잇따른 사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현재까지 알려진 폴라리스쉬핑 소속 화물선 균열은 모두 3건이다. 지난 4월 초 스텔라데이지호의 쌍둥이로 알려진 스텔라유니콘호의 화물 탱크 균열을 시작으로 5월 초엔 상갑판 균열로 물이 샌 스텔라퀸호, 외벽 균열로 철판을 덧대 중국으로 항해 중인 솔라엠버호까지 선박 사고가 외부에 알려졌다. 선사 관계자는 “업무에 지장이 갈 만큼 선원들이 (소셜미디어를) 많이 해 안전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와이파이를) 제한한 것”이라며 “당연히 외부와 연락이 가능토록 위성전화 등 다른 조치를 취해 놓았고, 내부 단속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선사 측의 대응이 올가을 상장을 앞둔 회사 상황을 염두해 뒀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폴라리스쉬핑의 상장은 5년 전부터 계획돼 있었다. 폴라리스쉬핑은 지난 2012년 380억 원의 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에게 4년 안에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해운업 침체가 지속되면서 상장 계획을 올해로 미뤄졌다. 이 때문에 폴라리스쉬핑은 올해 3분기 안에 상장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폴라리스쉬핑의 상장 계획은 난관에 봉착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는 물론 소속 선박의 안전관리 문제가 끊임없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선사 측이 무리하게 노후 선박을 운영해 왔다는 의혹이 자리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1993년 건조된 후 2008년 화물 운반선으로 개조됐다. 건조된 지 24년이 지난 노후 선박이다. 관리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노후 선박은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해양수산부가 실시하는 항만국 통제 검사에서도 오래된 선박일수록 출항 정지율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출항 정지율은 점검 선박 대비 출항 정지 판단을 받은 선박 비율이다. 지난해 출항 정지율을 보면, 5년 미만의 선박은 0%인 반면 스텔라데이지호가 해당되는 20~30년 선박은 4.1%, 30년 이상 선박은 8.3%가 출항 정지 처분을 받았다.
선사 측은 스텔라데이지호가 선박안전법에 따라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았고 지난해 8월 연차검사도 통과했다며 안전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 전 선원들과 나눈 대화 내용에 따르면, 스텔라데이지호는 실제로 잦은 고장을 일으켜왔다.
이처럼 안전관리 문제가 사고원인으로 지목될 경우 폴라리스쉬핑은 상장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기준에 따르면 대상 기업이 ‘면허 취소’나 ‘법령 위반’ 등으로 영업의 계속성이 저해될 경우 상장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선박 운항이 주된 영업인 폴라리스쉬핑의 상장은 앞으로의 사고 조사 향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선박사고가 배의 노후, 안전관리 문제 등 회사 측의 책임이라고 밝혀질 경우 강도에 따라 상장 여부가 갈릴 것”라고 말했다.
당초 폴라리스쉬핑은 5월 중에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하고 올해 안에 상장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선원 구조작업에 진척이 없고, 원인규명까지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돼 예비심사 청구가 미뤄진 상태다.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상장 계획이) 잠정적으로 연기된 상태”라며 “프리IPO를 진행한 직후에 이 사고가 터져 상장 진행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폴라리스쉬핑 상장 주관사 관계자도 “상장예심 청구를 위한 준비는 모두 끝냈지만 사고 수습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회사 차원 환경캠페인 신고” 타이밍 묘하네…실종자 가족들 선사 앞서 쫓겨난 까닭 현재 실종된 한국인 선원 가족들은 지난 16일부터 청와대 인근으로 시위 장소를 옮겨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집회 신고를 한 장소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건너편. 가족들은 그동안 선사가 위치한 서울 남대문 인근 인도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여왔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남대서양에서 항해중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조속한 수색재개와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가족들이 집회 장소를 변경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종자 가족들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 측은 지난 3일 관할서인 서울남대문경찰서에 유령집회 신고를 해놨다. 유령집회란 신고만 하고 집회를 개최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당초 실종자 가족들이 선사 앞 집회 신고를 해 놓은 기간은 17일까지였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18일 전에 자리를 비우고 청와대 인근으로 집회 신고를 다시 한 것이다. 현재 선사 앞에는 가족들이 머물던 빈 천막만 남아 있다. 그동안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가 터진 이후 줄곧 선사 측이 제공한 상황실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 4일 선사 측이 상황실 폐쇄 통보를 함에 따라 선사 앞 천막 농성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선사 측은 자사 앞 집회신고를 신청해 가족들은 상황실에 이어 거리에서조차 쫓겨나게 됐다. 실종자 가족 대표 허경주 씨는 “18일부턴 있을 곳이 없어서 청와대 인근으로 집회신고를 낸 것”이라며 “길거리에서조차 다시 쫓겨나는 게 어이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저희는 모여 있을 곳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사 측은 당초 캠페인을 목적으로 집회를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미세먼지 관련 환경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그 목적으로 (집회를) 신청해 놓은 것”이라며 “현재 사고가 터지고 조심스러운 상황이다보니 진행하지 못했다. 가족분들 쫓아내면 어떤 사태가 일어나는지 당연히 알고 있는데 임의적으로 그걸 막으려 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