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정책에 에너지기업들 눈치보기 급급
![](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17/0602/1496389466098383.jpg)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재계 이목이 집중된다. 대관령 삼양목장내에 서있는 풍력발전 풍차.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은 역대 정부 중 가장 획기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세운 ‘2029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11.7%’의 2배 수준인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20%로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정상화로 에너지 효율형 산업구조로 전환 ▲원전·석탄 발전용 연료 과세 강화 ▲LNG발전 연료 과세 경감 ▲원전중심 발전정책 폐기가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 기업뿐 아니라 에너지 기업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수소에너지·연료전지·태양에너지·풍력에너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설비·운영에 관련한 사업이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기존 기업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종합에너지기업 삼천리는 연료전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또 다른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가하지는 않았다. GS·효성·SK그룹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도 특별히 고려 중인 신규 사업이 없는 상황이다. 한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에너지업계는 정부의 기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비용이 많이 들고 단기 수익성이 적어 자발적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은 별로 없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정부가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을 통해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한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제12조에 따르면 화력발전소를 영위하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10% 내외 비율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 에너지 사업이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이니만큼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는 셈이다. 다른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정부가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상업발전에 들어가면 수익은 난다”며 “하지만 상업발전에 들어가기까지 리스크가 너무 커 선뜻 뛰어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전체의 4~5%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전체의 20%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기요금 인상이나 발전소 증설에 대한 주민반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면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31년까지 최소 전기요금 42% 인상이 필요하다.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1982년 이후 국내 소비자 물가가 273.8% 상승하는 동안 원자력 발전설비의 꾸준한 확장으로 전기요금 상승은 49.4%에 불과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아직 ‘전기세’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탈원전이 가속화되면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돼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신규 설치마저 종종 주민반대에 부딪히는 게 현실이다. 전남 장성군의 풍력발전단지 건립은 주민 반대로 지난해 6월 전면 백지화됐다. 풍력발전은 소음이 크고 산을 깎아 풍력발전기를 세우기 때문이다.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어떤 발전 형태라도 주민 반대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전제돼야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국토가 좁고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국내 자연환경상 풍력이나 태양광발전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의 경우 해상 풍력발전이 가능하다”며 “이미 해외에서는 기술력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켜 자연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일 파리기후변화협정(신기후체제로,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평균온도를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목표를 담고 있다)에서 탈퇴하며,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지 내심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미국 정책 방향에 따라 중국과 영국 등 입장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때까지 기업들은 일단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