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일부 세력이 이미 분당을 향한 초읽기에 들어섰으며, 이 때문에 민주당의 불협화음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세간의 관심은 분당의 시기와 탈당규모 등에 집중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8·8재보선 이후가 분당시기로 거론되고있으나 일부에서는 7월 초 일부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이 분당의 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만큼 민주당 내부에서는 분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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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제 의원 | ||
반노세력들은 공공연히 노무현 후보를 비판하고 있으며, 새로운 후보 옹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대안은 주로 정몽준, 박근혜 의원이지만 최근 들어 이한동 총리를 거론하는 인사들도 늘고 있다.
좀더 구체적인 분당시나리오는 ‘수도권 일부 의원 탈당, 신당창당추진위 결성-충청권 의원 2차 가세-이인제 의원의 마지막 합류’로 요약된다. 정몽준, 박근혜 의원과 이한동 총리는 이 과정에서 적절하게 가세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이미 신당에 합류할 세력들에게 상당수준 공유돼있으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에 분당의 기운이 든 것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곧바로 소집된 최고위원·당무위원 연석회의 때였다. 경기 고양 출신 이근진 의원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데 동참하지 않겠다”며 “나를 제명해달라”고 주장했다. 김명섭 의원은 기자들에게 김대중 대통령을 저속어로 야유, 마음의 정리를 끝낸 듯했다. 당의 중진인 안동선 의원도 “노 후보의 급진성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내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대를 멘 의원들은 한결같이 수도권 출신이며, 원로급에 속한다. 민주당에선 대체로 이들이 탈당의 1순위 의원들로 지목되고 있다. 주로 이인제 의원에 가깝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이의원의 측근들은 아니다.
충청권 의원들은 보다 노골적이다. 홍재형 송영진 송석찬 박병석 의원 등 충청권 의원 4명은 최근 모임을 갖고 ‘정몽준 신당’을 공개 거론했다. 처음에는 이들 4명이 정몽준 신당 추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뒤늦게 박병석 의원은 “송석찬 의원이 강하게 주장했고 나머지는 들었다”고 정정했다.
어쨌든 이들은 노무현 후보로는 대선승리가 희박하다고 보고 제3의 후보를 공식 거론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파장을 낳았다. 노 후보와 사실상 결별 선언에 가까운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민주당 충청권 의원의 정서는 실제 심각하다. 한마디로 민주당에서 마음이 떠났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노 후보로는 충청 민심을 되살릴 수 없다는 판단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충청권 의원들은 대체로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이인제 의원의 도움으로 당선됐거나 독자적인 노력에 의해 의원이 됐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에 그다지 뿌리가 없으며, 얽매이지도 않는다.
아직 본격적인 행보를 하지 않고 있지만 이인제 의원의 측근들의 행동도 커다란 반향을 예고하고 있다. 김기재 의원을 비롯, 원유철 이용삼 이희규 전용학 의원 등은 섣부른 행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미 경선 때 노 후보와 심정적 결별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당내 의원들의 동요가 크고 결정적인 순간이 됐다고 판단될 때 거사에 나선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이 분당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이 같은 확실한 반노세력의 존재 때문이다. 이들은 노 후보가 다시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를 훨씬 앞지르는 대반전이 있기 전에는 좀처럼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삼삼오오 만남을 가질 때마다 ‘노 후보로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를 열거하며, 대안을 모색하고있다.
중도개혁포럼 일부 의원들이 6월20일 노 후보 재신임문제를 다시 꺼내 들고 나온 것도 노무현 후보에 대한 이반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모임에는 원내의원 27명이 참석했다.
주류측에서도 일부 의원의 탈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선기획단장인 문희상 의원은 “반쯤 보따리를 싼 사람들에게 끌려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들의 행동에 영향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차피 탈당을 결행할 사람들로 분류하고 있다.
주류들은 다만 탈당의 규모가 최소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탈당론자가 잡고 있는 최대 규모는 30~40명선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에서 20명, 충청권에서 10명안팎, 그밖에 소외그룹 등을 탈당예비군으로 꼽고 있다.
탈당론자들은 제3의 후보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정몽준 의원이 대안 1순위이다. 그렇지만 수도권 의원들은 이한동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일부는 박근혜 의원을 카드로 꼽고 있다. 이인제 의원 측근들은 이 의원의 재기를 점치지만, 정작 이 의원은 킹메이커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한 탈당추진파 인사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이미 정몽준, 박근혜 의원 등 제3의 세력들이 어느정도 합의에 이른 상태”라며 “두고 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와 달리 민주당 일각에서는 노무현 후보측이 탈당하는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민주당이 8·8재보선을 끝내고 나면 노 후보의 대선승리 가능성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당 차원에서 새로운 후보 물색 논의가 분출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럴 경우 노 후보측은 선명성을 명분으로 탈당, 독자적인 출마 수순에 돌입할 것이란 것이다.
민주당은 어떤 경우든 분당을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당의 내부 분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분당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느 세력도 자기 목소리를 자제할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다. 분당 이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각 세력들의 분출하는 목소리는 민주당을 더욱 더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