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주장일 뿐” vs “그도 도의적 책임”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도 후보자 부인인 민 아무개 씨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충남도 산하 기관인 충남여성정책개발원(개발원) 원장을 역임했다. 민 전 원장 재임 중 개발원에서는 비정규직 비하와 고용 조건 협박으로 일부 연구원이 항의성 사직서를 제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민 전 원장은 사직서를 한 시간 만에 수리했다. 감정적으로 대응해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연구원들은 집단항의에 나섰고, 민 전 원장과 행정실장을 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연구원들은 이 과정에서 민 전 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두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이후 개발원은 보도를 한 기자에게 직접 연락해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려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연구원들은 당시 일에 대해 증언을 꺼려 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오랜 설득 끝에 일부 전직 연구원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전직 연구원 A 씨는 “여성의 일자리와 삶의 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개발원이 오히려 열악한 고용조건으로 비인격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했다”며 “연구원들의 조직혁신 요구는 묵살당했다. 연구원들이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이자 행정실장이 쫓아와 삿대질을 하며 불법집회를 열었으니 모두 개인 반성문을 쓰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했다”고 했다.
전직 연구원들에 따르면 당시 행정실장은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을 민 전 원장에게 보고했지만 민 전 원장은 “오죽하면 그랬겠냐”면서 “권력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다”고 발언해 연구원들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연구원들은 인권위 제소장에서 “개발원 인권침해 사태는 억압적인 조직 관리에 몰두하는 원장과 연구 지원에 대한 마인드가 전혀 없는 관료 출신 행정실장의 협력체제가 만들어 낸 비극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연구원들 주장에 따르면 개발원은 유사한 타 지자체 연구기관과 비교할 때 임금 및 노동조건이 열악했고 고용계약도 1년으로 짧았다. 연구원들은 “1년마다 고용계약 갱신을 하면 당연히 원장과 보직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상태에서는 정책 개발의 자율성은 훼손되고 위에서 원하는 정책만 개발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충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 출석해 “개발원은 출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산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 다른 연구원에 비해 좀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연구원 처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연구원들은 개발원이 주요한 규정이 재·개정되는 과정에서 연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동의절차를 구하지 않았고, 법으로 강제되어 있는 노사협의회도 운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던 연구원들은 사실상 강압에 못 이겨 사직하거나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연구원은 유방암으로 병가 중에 있었으나 90일 이상 휴직자를 평가에서 제외한다는 개발원 내부규정에도 불구하고 평가 대상으로 지정돼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A 씨는 “민 전 원장은 자신에게 저항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줘 내쫓았다. 지금도 제일 약 오르고 속상한 부분이 그런 것”이라며 “이후 개발원에 남겨진 사람들은 왕따가 됐다. 일부 연구원은 남몰래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끝까지 남아서 함께 싸웠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남는다”고 말했다.
A 씨는 “당시 도 후보자는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을 맡고 있었고 곧이어 국회의원이 됐다. 그런 책임감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부인이 원장으로 있는 기관에서 여성에 대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을 모른 척했다”고 했다. 도 후보자 역시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 후보자 측은 인권위에서도 결과적으로 무혐의 결론이 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전직 연구원 B 씨는 “인권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민 전 원장이 아무 잘못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인권위 조사가 부실했다. 연구원들과 단 한 차례 면담만 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면서 “반대로 우리도 민 전 원장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로 증언이 엇갈리니 증거 부족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B 씨는 “도 후보자 측에서 개발원 사태에 대한 해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민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충남도 문화복지위원회에 출석해서도 거짓 해명을 했는데 이번 청문회에서도 반성 없이 거짓 해명을 할까봐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B 씨는 “일부 연구원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는데 민 전 원장은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한 전직 연구원이 재작년 우연히 민 전 원장을 만났는데 사과는커녕 째려보고 갔다고 한다. 이제라도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후보자 측은 “전직 연구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면서 “유방암에 걸린 직원을 억지로 내쫓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개발원 규정에 따르면 90일 이상 휴직자를 무조건 평가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원장이 정한 자에 한하여 제외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 그 연구원은 병가와 휴직기간을 합쳐도 90일이 안됐다”고 해명했다.
도 후보자 측은 “민 전 원장은 어느 누구에게도 사퇴압력이나 차별을 가한 바가 없다”면서 “불합리한 인사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연구원들의 제도개선 요구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