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나 이념적성향 넘어 경북 발전 위해 뛸 수 있는 인물이 누구냐가 중요한 시대
대구·경북은 그동안 보수의 심장이고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텃밭이었다. 하지만 지난 대선 이후 자유한국당은 그야말로 대구·경북으로부터 외면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회사 한국갤럽이 5월 30일~6월 1일 전국 성인 1천4명으로부터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 대구·경북 지역에서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34%)은 물론 바른정당(22%)에도 뒤처진 18%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 고른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 효과 때문에 대구·경북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야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바른정당과의 보수경쟁에서 자유한국당이 뒤처진 결과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상당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대구·경북 한 유권자는 “이대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에서도 쓰라린 패배를 맛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사진=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4월 17일 오후 6시께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사생결단’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이같이 대구·경북에서 외면을 받은 이유는 고질적인 계파 갈등만 있고, 지역 현안에 대해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과 비박이라는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고, 급기야 지난해 총선에서는 그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폭발했다. 그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보수의 기반이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파 갈등에 휘말려서 제대로 된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구·경북은 그동안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이 24년째 꼴찌를 해오고 있을 정도로 경제가 상당히 낙후된 지역이다. 그런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계파 갈등을 뛰어넘는 실물경제 경험자나 행정 전문가 출신이 지역의 일꾼이 돼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대구·경북은 ‘이념’에 갇혀 있어서, 때로는 계파에 갇혀있어서 제대로 된 일꾼을 뽑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해서 더 이상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생각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자유한국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계파 갈등에 갇혀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디지털위원회 진후진 부지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이대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대구·경북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면서 “이제는 안보도 중요하지만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계파를 뛰어넘어 실물경제 경험이 풍부한 출신이 지역일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 2기부터는 지방분권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특히 경북도지사를 제대로 선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북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자유한국당 후보로는 3선 중진인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김광림(안동)·이철우(김천시) 의원과 재선인 박명재(포항 남·울릉) 의원, 김영석 영천시장·남유진 구미시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강석호 의원은 기업인 출신 정치인이다. 기업인 출신으로 포항시의원과 경북도의원 등 지방자치 경험이 강한 인물이다. 또한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다. 이에 경북의 발전을 위해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석호 의원은 3선 의원으로 경북 발전을 위해 상당히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여야 의원들로부터 상당한 호감을 갖는 인물이다. 실제로 강 의원이 재선 때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설립, 여야 간의 중재를 통해서 철도발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중진의원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김광림 의원은 재정경제부 차관을 역임했으며 영남대학교 석좌교수를 거치는 등 경제전문가이면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장을 했을 만큼 경제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철우 의원의 경우에는 국가정보원 출신으로 경북 정무부지사와 한국새마을학회 부회장, 재대구 김천향우회장 등을 역임할 정도로 정무 감각이 탁월하며 경북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이다.
박명재 의원은 총무처 공보관을 거쳐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비서관 등을 거쳤으며 경상북도 행정부지사를 거쳐 행정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행정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육군소령으로 예편을 해서 각종 영사관과 대사관 등에서 일을 했으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을 역임하는 등 안보 분야에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경북 청송군수,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국장, 구미시 부시장 등을 거친 행정가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국가 주석을 지낸 덩샤오핑은 흰 고양이건 검은 고양이건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이야기했다. 즉, 시장경제냐 아니냐가 아니라 인민들이 잘먹고 잘사느냐가 사회주의이냐 아니냐의 핵심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경북 발전을 위해서는 이념보다는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경북 유권자들이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계파의 인물이냐, 혹은 이념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인물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북 발전을 위해 뛸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이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내년 지방선거 특히 경북도지사 선거는 자유한국당의 미래와 경북 발전을 위해 뛸 수 있는 그런 인물을 선택하는 유권자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권성윤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