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환불 어렵고, 현금영수증 미발급 ‘탈세 꼼수’ 논란까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개인 온라인 계정을 이용해 상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블로그·인스타 마켓’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마켓이 기본적인 소비자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이어서 관련 피해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세 살 배기 아들을 둔 직장인 길 아무개 씨(29). 그는 얼마 전 한 블로그를 통해 아이 엄마들이 주로 입는 ‘맘수영복’ 한 벌을 구매하기로 했다. 길 씨는 상품 설명에서 ‘인기에 힘입어 재주문까지 들어간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것을 보고 선뜻 구매를 결정했다. 길 씨는 당연히 다른 쇼핑몰에서는 볼 수 없는 제품이라고 생각해 주문하기로 마음먹고 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을 적어 댓글을 달았다.
길 씨는 현금결제만 가능하고 교환 및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공지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인기가 많은 만큼 재고가 없어지기 전에 사야겠다는 생각에 지체 없이 현금 계좌이체를 했다. 하지만 제품을 받고 보니 사이즈가 생각보다 작았다. 색상도 사진과 달랐다. 길 씨는 판매자에게 상품 반품을 요구했다. 돌아온 대답은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이나 교환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길 씨는 이에 항의했지만 판매자는 자체 규정을 이미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길 씨는 “혹시나 해서 검색해보니 다른 쇼핑몰에도 똑같은 제품·착용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게다가 블로그에선 4만 8000원을 주고 샀는데 다른 쇼핑몰에선 4만 500원에 팔고 있었다”며 “그동안 블로그마켓을 이용한 건 판매자에 대한 ‘동경심’ 때문이었다. 배송이 빠른 것도 아니고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대응을 보니 더 이상 (블로그 마켓)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일주일 안의 교환이나 환불은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상품 구매 후 7일 내에는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블로그 판매자들은 쇼핑몰 판매가 아닌 소량 주문 제작이라는 이유를 들며 아예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블로그마켓의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특별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블로그마켓 피해 신고는 지난 2014년 106건에서 2015년 506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92건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명 ‘짝퉁’이라고 불리는 고가 브랜드 위조품도 SNS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그간 위조품 판매는 기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주로 중국이나 홍콩 등 해외에서 몰래 들여온 위조 가방이나 의류를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아예 국내 봉제공장 등에 의뢰, 고가 상품의 디자인과 유사한 제품을 소량으로 제작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자체 제작’이라는 점을 앞세워 정품만큼이나 품질이 우수하다고 강조하면서 위조품임에도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을 호가하는 돈을 받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엄연한 불법 행위다.
과거 블로그마켓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A 씨(33)는 “매 시즌마다 ‘○○○○st’ 수제 코트, 재킷 등 카피 상품을 내놓는데 ‘자체 제작’ ‘소량 판매’라는 점에서 인기가 많다”며 “공장에 직접 가서 원단 고르고 다른 쇼핑몰과 차별성을 둔다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똑같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매장 가서 입어보고 재질과 핏을 카피했다고 말하는데 전문가도 아니고 입어만 보고 어떻게 카피를 하나”고 반문했다.
블로그 마켓 판매자에게 카드결제 가능 여부를 묻자 현금결제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SNS마켓이 탈세의 온상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는 탈세 수법은 ‘현금영수증 미발급’이다. 특정 물품을 시중보다 싸게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부가가치세를 떼어먹는 방식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블로그마켓’, ‘공구’(공동구매) 등을 검색한 뒤 들어가 본 블로그 대부분은 현금영수증 발급을 해주지 않는다고 공지하고 있었다.
또 판매자 대부분은 현금 결제를 요구한다. 현금 계좌이체 시 할인을 해주거나 카드결제 시 부가세를 구매자에게 따로 내도록 하면서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출을 줄이기 위한 ‘탈세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카드결제가와 현금결제가의 금액이 다른 경우도 탈세를 의심해볼 수 있다. A 씨는 “수억 원대 매출에도 ‘간이과세자(연 매출 4800만 원 이하 사업자)’로 등록해 세금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법 행위에 대해 단속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워낙 많다보니까 모든 법 위반 행위를 일일이 찾아내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의 관계자는 “대신 민원 다발 쇼핑몰 리스트를 포털사이트에 제공,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사전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법망 사각지대 속에서 소비자의 피해는 점점 더 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소비자 스스로가 주의를 하는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피해구제 신청 등을 하면 된다.
하지만 SNS마켓을 통한 거래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가 아닌 개인 간 민간 거래로 분류돼 소비자원에서도 분쟁 조정을 할 법적 권한이 없다. 이에 소비자원 측은 “통신판매 신고 사업자인지, 소비자피해보상보험에 가입됐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한 후 구입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믿거페…페북은 믿고 거른다? SNS, 허위광고 사각지대로 내몰린 까닭 최근 온라인상에서 개인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활용한 SNS마케팅이 부상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SNS마케팅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덩달아 허위 마케팅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도 늘고 있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 여름철 급증하고 있는 다이어트 허위광고가 최근 SNS를 통해 급증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광고 중에는 “먹고 싶은 음식을 다 먹고도 이 약 복용하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며 일반인의 후기 영상을 공개하거나, ‘붙이기만 했는데도 신체 사이즈가 줄었다’는 식이다. 일부의 성공사례를 통해 제품의 효능을 과대포장하거나, 소비자로 가장한 모델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SNS마케팅은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 집행이 가능해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스폰서드 광고(Sponsored AD)’를 활용하면 지역과 나이, 성별, 관심사 등으로 타겟을 정할 수 있는 데다 비용 또한 하루 노출에 1만~2만 원 사이로 저렴하다. 고객맞춤형으로 광고가 전송되는 만큼, 사업자나 소비자에게 활용도가 높아 곧장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페이스북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광고에 대한 규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박과 온라인 데이트, 다이어트 식품, 술 등의 제품 및 서비스 광고는 페이스북 자체 심의과정을 통과해야 광고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허위·과장 광고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광고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비용만 지불하면 광고가 게재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와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스폰서 광고 형태로 노출한 한 지지자가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좋아요’를 많이 받은 글을 광고 글로 바꿔치기하는 신종 페이스북 광고 기법까지 등장했다. 사용자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면 그와 친구가 맺어진 사람들에게 해당 게시물이 공유되는 페이스북 알고리즘을 악용한 방식이다.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끌 만한 게시물을 게재한 뒤 ‘좋아요’를 많이 받게 되어 공유가 활발해지면 성인용 콘텐츠나 불법 약품 등 기존 페이스북에서 광고가 불가능한 제품을 광고하는 게시물로 바꿔치기해 광고하는 것이다. 이처럼 허위·과장광고, 바꿔치기 광고 등의 게재가 빈번해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믿거페’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믿거페’는 ‘믿고 거르는 페이스북’의 약자로, 페이스북에서 공유되는 가짜뉴스와 광고 제품 등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말이다. 페이스북에서 광고되는 제품을 ‘페북템’이라고 부르며 비하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지적에 페이스북 관계자는 “불법광고나 허위광고 등이 적발되면 그 광고와 함께 광고를 집행한 계정 또한 모두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사용자나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쪽으로 광고 심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항상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심의방법 등을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경찰 수사에 협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