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인정했으나 ‘비접촉 성범죄’ 형사 처벌 규정 없어…‘소변 커피’도 집행유예, 관련 법 개정은 ‘제자리걸음’

B 씨는 1차 피해를 당한 직후 수상한 액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CC(폐쇄회로)TV 등을 조사한 경찰은 끝내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분석 결과 해당 액체는 신원미상 남성의 체액이었다. 결국 B 씨는 정신적 충격과 재범에 대한 불안 등으로 병가를 냈고, 자리를 비운 동안 B 씨를 대신해 근무하던 대체 교사가 소변 흔적을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차 '체액 테러' 이후 교실 복도에 추가로 설치한 CCTV 영상을 확인, 범행 동선과 인상착의 등을 분석해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 군을 피의자로 특정했다. 경찰 조사에서 A 군은 앞서의 체액 사건 등 자신의 범행 모두를 인정하면서도 "B 씨를 알지 못하며 특정 교사를 겨냥한 범행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 군의 체액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또 두 차례의 건조물 침입 혐의와 관련해선 "화장실을 찾으려다 교실 안에 간식이 있길래 먹으러 들어갔을 뿐 성적 목적으로 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 측은 간식이 외부에선 보이지 않는 사물함 안에 보관돼 있었고, 다른 교실에도 비치돼 있었다며 같은 교실에 반복적으로 무단 침입한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B 씨의 물건들이 연달아 범행 대상이 된 만큼, A 군이 몰래 사진을 촬영하거나 추가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위해 A 군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학생인 만큼 교화 가능성을 고려해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면서 "건조물 침입과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CCTV 등 명확한 증거와 자백이 있어 법원이 유죄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교사노조에 따르면 B 씨는 현재 불안 증세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며 정신과 진료와 심리상담을 받고 있으며, 아직 학교에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와 관련해선 "수사 중인 내용이라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시 피해 여교사는 "학생의 인생에 전과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선처하려 했으나, 학생 측이 사과하지 않고 학교가 소극적인 대처를 하자 피해 사실을 국민신문고에 올리며 공론화했다.
가해 학생은 "자습실에서 음란물을 보다가 (피해 교사의) 텀블러를 보고 성적 충동이 들었다"고 자백했으나, 비접촉 성범죄를 형사 처벌할 현행법 규정이 없어 재물손괴죄가 적용됐다.
최근엔 성적 충동으로 소변 테러를 한 남성도 재물손괴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2026년 4월 전주지법은 2025년 12월 전북 전주시 한 PC방에서 다른 여성의 커피에 자신의 소변을 부은 남성 C 씨에 대해 재물손괴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한 물질적 피해액은 경미하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이 사건이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성적 목적을 바탕으로 한 비신체적 범죄에 대해서도 성범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의 피해 교사 B 씨 역시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성범죄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곽준호 변호사는 "형사 사건의 본질적 취지상 법은 소극적이고 좁게 해석해야 하므로,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법원이 아닌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1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체액 테러'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담긴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됐다.
백 의원은 2024년 6월 신체적 접촉 없이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 등을 전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소관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은 됐으나, 본회의로 넘어가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