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일요신문] 임병섭 김재원 기자 =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가 바뀌고 있다. 지난 14일 구룡포읍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서는 아름답고 쾌적한 항구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주민 260여명이 모여 스스로 뜻으로 생활쓰레기를 바르게 배출하기 주민계도반 발대식을 가졌다.
지금까지 이어온 행정관서 주도형 지도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스스로 의기투합해서 “깨끗한 우리 마을 우리가 지키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민들이 한데 뭉친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오래도록 어렵고 힘든 과정들을 거쳤다. 구룡포항과 해안선을 끼고 있는 지역이라 오래도록 곳곳마다 폐어구와 생활쓰레기 등 온갖 폐기물들이 산더미같이 버려져 쌓이고 쓰레기 불법투기는 더욱 만연되어 지저분한 항구로 낙인되었다. 항구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엄두를 못 내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7~80년대에 화려했던 옛 명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지난해 말 구룡포개발자문위원회(위원장 연규식)를 비롯한, 시의원(서재원)과 지역사회복지협의체(위원장 황보관현) 등 몇몇 자생단체 회원들이 구룡포가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의견들이 모아졌고 구룡포읍사무소(읍장 김영규)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 가장 먼저 항구 정화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 이날 발대식으로 이어지게 된 계기다.
올해 4월에는 포항시로부터 지원받아 수십 년간 항구에 쌓인 폐어구를 말끔히 치우고 난 뒤, 이를 발판으로 삼아 구룡포항을 중심으로 쓰레기 불법투기 및 취약지 16개소를 선정하고 이때부터 새마을지도자, 부녀회, 리장 등이 자발적으로 나서 읍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관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주요 길목을 다니며 주민들에게 쓰레기 바른 배출을 위한 캠페인과 계도활동을 겸해 정화활동과 주야간 단속활동을 폈다.
그간 쓰레기불법투기 행위자 72명 적발도 이뤄졌다. 폐어구와 적치된 쓰레기가 치워진 항내 유휴공간에는 2억원을 투입해 주차장과 소공원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읍사무소에서는 구룡포가 동해안의 거점항으로서 외국인 선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 쓰레기배출 지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특별히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포항시다문화센터의 도움을 받아 7개 국어로 번역한 쓰레기 바른배출 요령 리플렛을 만들어 배부하는 한편, 취약지 6개에는 읍사무소 자체적으로 감시용CCTV도 설치했다.
올해 초 포항시가 추진하는 “쓰레기없는 Green포항”사업이 시작되고서 부터는 더욱 탄력을 얻었다. 구룡포 시내 상가나 폐가, 공터 주인들이 스스로 나서서 적치된 쓰레기를 치우고 쓰레기 바른 배출과 불법투기 금지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게첨하는 등 분위기가 더욱 확산됐다.
한편, 이날 발대식에는 11개 자생단체 260명의 참여회원 중 200여명이 참석해 주민 대표 2명이 선언을 통해 주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쾌적한 구룡포항을 가꾸자는 5개항의 실천결의문을 채택했다. 과거 관주도형 발대식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애향심을 고취하고 쓰레기의 올바른 배출과 이웃과 함께 서로 돕고 쓰레기의 불법투기가 완전 근절될 때까지 계도활동을 지속해나간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채택됐다. 계도요원 260명 전원에게는 마을계도요원 표찰도 지급됐다.
주민들은 이번 발대식을 시작으로 구룡포의 옛 명성을 회복해서 전국에서 가장 수범적인 항구도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쾌적한 항구도시로 거듭나도록 만들어 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실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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