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든 극우 부대 “박→홍 헤쳐모여”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6월 15일 자유한국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에 참석한 뒤 나오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대선 패배 후 미국으로 떠났던 홍 전 지사는 지난 6월 4일 귀국했다. 인천공항은 홍 전 지사 지지자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군복을 입은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흔들며 ‘홍준표’를 연호했다. 이날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다. 장 대표는 홍 전 지사를 밀착 마크하며 지지자들과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장 대표는 지난 2월 24일 박영수 특검 집 앞에서 이른바 ‘야구방망이’ 시위를 벌인 인물이다. 장 대표는 시위에서 “이제 말로 하면 안 된다. 이 XX들은 몽둥이 맛을 봐야 한다”는 협박성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장 대표는 지난 2014년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단식 투쟁을 폄하하기 위해 일베 회원들과 함께 이른바 ‘치맥(치킨+맥주) 파티’를 열기도 했다. 장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유세지원본부 특별유세단 부단장을 맡았다.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에는 장 대표뿐만 아니라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와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도 나타났다. 주 대표는 “내 딸이 위안부로 끌려갔어도 일본을 용서했을 것” “(세월호 희생자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것도 아닌데 지겹게 왜 아직도 이러느냐”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주 대표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여고생을 피켓으로 폭행해 경찰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면서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요구해 시민단체로부터 내란선동 혐의로 고발당했다. 엄마부대는 지난 대선 때 공개적으로 홍 전 지사 지지선언을 했다. 신 대표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장인이 민간인학살에 가담했다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신 대표도 박 특검 집 앞에서 과격시위를 하다 고발당해 현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영부인에 대해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송만기 양평군의회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홍 전 지사를 지지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강한 야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홍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영부인 폄하 발언 외에도 SNS에 ‘그들(세월호 유가족)은 엄청난 시체장사꾼들’ ‘광화문 집회 참석자 반 이상이 종북 좌익 빨갱이 새끼’ 등의 글을 남겼다.
홍 전 지사는 지난 대선 기간 세월호 실험단식으로 논란이 됐던 박 전 대통령 제부 신동욱 공화당 총재를 SNS특별본부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신 총재는 과거 박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가 실형을 살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홍 전 지사가 당권을 잡을 경우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라 불리는 극우 인사들이 대거 당으로 유입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 측은 지난 4월 새누리당을 창당하고 조원진 의원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홍준표 지지파와 조원진 지지파로 나뉘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미 극우 인사들이 대거 당으로 유입된 바 있다.
한 한국당 당직자는 “지난 대선 때 그 분(극우 인사)들이 갑자기 당에 들어와 선거에 관여했는데 워낙 성격이 강한 분들이니까 마치 점령군처럼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정당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다 보니까 당직자들과 부딪히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이 당으로 대거 들어오면 당 내에서 잡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홍준표 캠프에 참여했던 보수단체 인사인 이애란 박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당 당직자들을 한심하다고 비판했다가 당직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사건도 있었다. 그 당직자는 “대선 기간 내내 당직자들이 격무에 시달려 휴일인 석가탄신일에는 오후 출근을 했는데 이를 두고 마치 당직자들이 열심히 일을 안했다는 식으로 글을 올렸다”면서 “선거 10일 전 낙하산처럼 갑자기 떨어진 이 박사가 당직자들을 모욕하는 행태를 참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전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애란 박사의 대선 때 한국당 행각을 비판한 글을 보라. 참담하다”며 오히려 이 박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탈북자 출신인 이 박사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해 경찰 버스 위에 올라가 탄핵 찬성 집회 측을 ‘빨갱이’라고 지칭했고, SNS를 통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일성같이 보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처럼 보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처럼 보인다’고 적기도 했다.
김영한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 박사의 글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내용도 담겨있어 이 박사가 박근혜 정권과 교감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홍 전 지사 측 관계자는 “대선 때는 홍 전 지사가 지게 막대기도 필요하다고 말했던 시기 아닌가. 그래서 그 분들이 직책을 맡았던 것이고 대선 이후에는 홍 전 지사와 그 분들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 분들은 현재 자발적으로 홍 전 지사를 돕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전 지사 측은 그들과 확실하게 선을 긋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홍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돼도 그 분들이 당에 들어오는 일은 절대로 없는 것이냐고 묻자 홍 전 지사 측은 “현재로선 그 분들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당 대표가 된다면 그때 가서 합리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홍 전 지사는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에 대해서는 “구체제, 기득권 고수세력은 청산돼야”한다면서 친박계를 가리켜 ‘바퀴벌레’라고 지칭하기도 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홍 전 지사가 당내 조직이 없다보니 그런 사람들의 도움이라도 받고 싶어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사람들이 당으로 유입돼 공식 직책을 맡게 되면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홍 전 지사가 외연확장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일 낮은 행보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홍 전 지사는 막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일부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당 전체로 볼 때는 무조건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