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 모르고 계속 삽질” 부글부글
부산시가 도시철도 기장선 유치가 무산된 사실을 국토부로부터 통보받은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기장군에 알려 잡음이 일고 있다. 기장군청 전경.
기장군은 6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6년간 사활을 걸고 추진한 도시철도 기장선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최종 탈락한 사실을 부산시로부터 통보받았다. 분노와 개탄을 금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기장군을 화나게 한 건 비단 기장선 유치 무산뿐만이 아니었다. 기장군은 부산시의 행태에 더욱 분개했다. 부산시는 국토부로부터 3월 28일 유치가 무산됐다는 공문을 이미 접수해놓고서도 이를 알리지 않다가, 80여 일이 지난 뒤에야 통보했다.
기장군은 기장선 유치가 무산된 사실도 모르고 부산시가 이를 통보한 시점까지 청와대 등 정부 부서를 대상으로 유치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미 물거품이 된 사업을 두고 계속 유치활동을 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일어난 것이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지난 6년여 동안 기장군과 군민의 염원을 담아 ‘도시철도 기장선’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최종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됐다”면서 “특히 이런 상황에서 서병수 부산시장과 윤상직 국회의원 등이 기장선 유치사업에 작은 관심이라도 갖고 있었는지, 또한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엄중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기장선 유치가 무산된 사실을 무려 80여 일이나 기장군에 통보하지 않은 배경에 많은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그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 ‘대선’과 관련된 얘기가 거론된다. 대선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시기에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지도를 떨어뜨릴 요소가 담긴 사안의 발표를 선거 뒤로 미뤘다는 추측이 일고 있다.
기장발전연구원 장수수 이사장은 “합리적인 의심이란 걸 전제로 놓고 말하겠다. 부산시의 늑장 통보는 대선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현직 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가 한국당 소속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기장선 유치 무산 결정이 지난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기장군으로 하여금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9일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는 상상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치명적”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라고 언급한 대목은 기장군의 기대를 더욱 부풀리고 있다.
기장군은 이미 원전사고에 대비한 안전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기장선이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 원전’과 ‘안전’에 계속 방점을 찍고 있는 가운데, 그 세부 각론의 하나로 기장선 건설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기장선 유치에 6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시 뛴다는 각오로 임하겠다. 16만 기장군민과 350만 부산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향후 군비를 보태서라도 도시철도 기장선·정관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