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교통사고 파고들어 ‘지존파 사건’ 발굴…전두환 비자금부터 땅콩회항까지 큰 사건 맡아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는 2015년 12월부터 부산고검을 맡고 있는 호남 출신 특수통이다. 1961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6년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7년 사법연수원에 입소한 문 후보자는 이듬해 연수원에서 전국 판사들의 사법파동에 발맞춰 이재명 성남시장 등과 연수원 안에서 대법원장 지명철회운동을 벌였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정기승 대법관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하자 전국 판사 200명은 “독재 정권 시절 요직을 거친 정기승 대법관이 대법원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단체행동을 한 것.
1989년 18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군법무관으로 병역을 마쳤다. 1992년 대구지검에서 첫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문 후보자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94년 전주지검 남원지청 소속 3년차 검사로 있을 때 문 후보자는 ‘지존파 살인사건’으로 이름을 알렸다. 문 고검장은 당시 단순 교통사고로 보고된 승용차 추락사고를 끝까지 파고 들어 위장 살인사건임을 밝혀냈다. 범인은 지존파 일원이었다.
문 후보자는 이때부터 굵직한 사건을 맡기 시작했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수사에 임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1995년 서울지검 특수부로 발탁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수사했다. 2004년에는 대검찰청 소속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2007년 신정아·변양균 사건 지휘도 문 후보의 몫이었다. 이때 윤석열 서울지검장과 한 팀을 이뤘다.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BBK 사건’ 주역 김경준 씨의 기획입국 의혹과 효성 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 땅콩회항’과 ‘성완종 리스트’를 맡았다.
한편 이번 국회 청문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 당시 수사의 적절성을 놓고 문무일 후보자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 당시 특별수사팀장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총리를 기소한 바 있다. 현재 홍 대표는 1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홍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을 봐주려고 이완구 전 총리와 나를 희생양으로 삼은 수사였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 때 리스트에 적힌 정치인 8명 가운데 친박계 6명을 제외하고 홍준표 대표와 이완구 전 총리만 기소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조차 문 후보자의 수사를 “권력 눈치 보기식 수사”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자와 홍 대표의 악연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2008년 BBK 김경준 사건 때 홍 대표는 김경준의 기획입국설을 제기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에 맞춰 BBK 의혹이 증폭되자 홍 대표는 “친노를 중심으로 범여권에서 BBK의 핵심이었던 김경준의 입국을 기획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던 문 후보자는 “정치 논평에 불과하다”며 관련자 모두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 내부에서는 문 후보자가 매사에 신중하고 강한 추진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꼼꼼한 일 처리로 정평이 나 사법연수원 교재에도 그의 수사 방식이 소개되기도 했다. 기본을 중시하고 세간의 이목이나 정치적 풍랑에 흐트러지지 않아 문재인 정부에 적합한 인사로 알려졌다.
한편 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문 고검자의 연수원 선배인 17기와 동기 18기 등 고검장급 7인의 자진사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서울지검장과 문무일 고검장 사이 기수는 치열한 자리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청문회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이력 △인적사항 1961년 광주광역시 출생 △학력 고려대학교 법학과 광주제일고 △경력 2015 제29대 부산고등검찰청 고검장 2013 제14대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지검장 2013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국장 2009 수원지방검찰청 2차장 2008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1부 부장 2007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 과장 2004 대검찰청 특별수사지원과 과장 2003 제주지방검찰청 부장 2001 제39대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 지청장 2001 광주지방검찰청 부부장 1992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1989 제18기 사법연수원 수료 1986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
특수부에 칼 대야 하는 특수통 문무일의 기구한 운명? 문무일 검찰종장 후보자는 특수부 출신으로 특수부에 칼을 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청문회를 통과하면 이른바 ‘낀 세대’를 중심으로 일었던 내홍 분위기 역시 추슬러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수부 검사들은 특수부 출신의 전성시대를 맞아 되려 울상 짓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문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양 갈래로 나뉜다. 온화한 원칙주의자라는 긍정론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화합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문 후보자의 이런 성향은 오히려 검찰 개혁 하나만 놓고 봤을 땐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특수부 출신인 그가 개혁의 칼날을 제 식구인 특수부에게 겨눌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올려놓은 문재인 정부는 최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무게중심을 뒀다. 조국 민정수석은 자신의 저서와 논문에서 “경찰은 15만 명으로 구성된 중앙집권적 조직이다. 사법경찰을 수사권을 가진 주체로 격상시키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수사지휘라는 견제 장치도 필요하다”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동시에 “권력형 범죄는 검찰의 수사를 거치지 않고 새로운 수사기관이 사건을 맡도록 해야 한다”는 공수처 긍정론도 내놓은 바 있다. 공수처가 생기면 검찰 내부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특수부다. 검찰은 경찰을 지휘해 수사하는 형사부서와 공안부, 특수부, 강력부로 조직된 수사부서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수사부서 안의 특수부는 정치인, 고위공직자 및 재벌 등의 대형비리사건을 수사를 담당한다. 특수부의 업무 상당수가 공수처와 겹쳐 이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수부 축소는 기정사실에 가깝다. 자신이 친정에 칼을 대야 하는 문 후보자는 어수선한 검찰 내부 분위기 단속도 우선순위 과제로 떠안았다. 지난 5월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되며 검찰 내부는 한 차례 내홍 위기를 겪었다. 사법연수원 23기인 윤석열 서울지검장 위로 연수원 17기~22기 출신 40여 명의 고검장급이 이른바 ‘물’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검찰 내부에는 서울지검장과 같거나 높은 자리는 10곳도 되지 않는다. 내부에서는 집단 반발의 움직임까지 감지됐다고 알려졌다. 특수통 출신인 문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되자 특수부 소속 검사들은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 예전만 해도 자신이 소속된 부서 선배가 검찰총장이 되면 이른바 ‘승진의 동아줄’이 됐지만 지금 상황에서 특수부 선배 검찰총장은 ‘숙청의 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특수통 윤석열 검사가 서울지검장으로 취임했을 때만 해도 특수부 검사 일부는 ‘특수부 전성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핑크빛 전망을 내놨다고 알려졌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