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별장에서 출퇴근” 불법 사유화 논란
갑질 논란에 휩싸인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미스터피자를 향한 검찰 내사가 시작된 계기는 가맹점을 운영했던 점주의 자살이었다. 이 점주는 가맹점을 접고 경쟁업체 가맹점을 냈지만 미스터피자의 보복을 피하지 못했고 끝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스터피자는 탈퇴한 가맹점주가 새 가게를 열 경우 위치를 파악한 뒤 근처에 새로운 가게를 열었다. 또 치킨을 3분의 1 가격에 판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업체에 피해를 입혔다. 검찰은 이번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계속해서 지난달 21일 미스터피자 본사와 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때문에 갑질 이외에도 정 회장의 각종 의혹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검찰은 미스터피자 본사에 전시 및 진열된 수백 점의 미술품에도 주목하고 있었다. 본사에 수억 원대의 가격으로 추정되는 백남준 작가의 TV조형물을 포함한 국내 작가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단순히 미술품을 소장,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자금 세탁 용도로 쓰였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편 정 전 회장은 그동안 미래를 위한 현금성 투자로 미술품을 모았다고 밝혀 왔다.
서울 강남구 방배동 소재에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MP그룹 본사 건물 내 미스터피자 매장과 마노핀 카페에서도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었고, 매장을 찾는 고객들을 상대로 특정 갤러리의 미술품을 구매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또 사원들이 이용하는 공간에도 고가의 미술품이 전시돼 있었다. 이런 미술품이 본사 외에도 직영점, 지사, 직원 연수원에도 나눠져 전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이 정 전 회장의 개인 별장에도 수십억 원대의 미술품이 보관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정 전 회장이 회사 명의의 별장을 개인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단독 확인됐다. 이 별장은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 소재하고 있으며, MP그룹 연수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또 이 별장은 825㎡(249.6평)의 대지와 2층 구조의 단독주택(총 198.5㎡, 60평)으로 구성돼 있으며, MP그룹이 지난 2015년 12월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대지 매입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단독주택은 4억 7000만 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별장 대지의 경우, 2001년 정 전 회장의 부인 정 아무개 씨의 소유로 매입과 매매를 거쳤다가 MP그룹 명의로 2015년에 다시 매입했다. 또 회사 명의로 구입한 별장 맞은 편에는 부인 정 씨 명의로 된 별장이 하나 더 있었다.
해당 단독주택이 위치한 마을 내에 있는 다른 단독주택 역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소수의 별장만 있어 출입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명했다. 인근 주민은 “정 회장이 평소 출퇴근을 이 별장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호사들은 이러한 경우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기업 총수들은 으레 단독주택 등의 별장을 회사 명의로 구입한다. 회사 명의의 주택임에도 회사 임직원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너 일가만 쓰다보니까 사유화되고 있다”며 “구입 목적에 맞게 별장을 사용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구입 목적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경우 회사에 손해를 입힐 수 있어 횡령 및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별장을 렌트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또 다른 수입을 창출할 수도 있다. 회장 친인척 소유였던 별장을 제3자에게 팔았다가 회사 명의로 다시 매입했을 때 매매가격 차이가 컸다면 일부러 차익을 노린 거래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누군가가 문제를 삼으면 수사가 시작되고 처벌이 되겠지만 언론 보도나 제3자의 고발이 없다면 사내에서만 알 수 있는 문제이며, 주주나 직원은 이를 문제 삼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P그룹 측에서는 별장 횡령, 배임 의혹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했다. MP그룹 관계자는 “VIP손님 접대용으로 매입한 주택으로 구입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며 “정 전 회장이 별장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 점주들은 이에 대해 분노를 표현했다. 이들은 “그동안 광고비 등을 과다하게 강요하는 등 갑질을 일삼아오더니 그런 식으로 번 돈으로 별장을 사서 회장 일가만 떵떵거리고 있다”며 “바로 옆에 연수원이 있는데 왜 굳이 또 별장을 사서 손님을 접대하려고 하나. 실제로 정 전 회장이 거주하는지 밝혀낼 것”이라고 비난했다.
점주들은 그동안 본사가 광고비 등을 점주에게 떠넘겼다는 이유로 MP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심에서 승소했다. 한편 과도한 광고비와 정 전 회장의 자서전 구매 등으로 갑질을 당했던 가맹점 다수가 매물로 나오는가 하면 폐점조치됐다. 한편 정 전 회장은 검찰 조사 이후 회장 자리를 내려놓았고,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고 구속돼 이목을 끌기도 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