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사장 성과연봉제 등 앞장서다 노조와 충돌…정권 바뀌자 유화제스처 취하지만…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정비 외주화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과 정부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 사장은 성과연봉제와 관련해서도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다. 코레일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는 정부 지침을 반영해 노·사 간 협의를 진행 중이며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홍 사장이 “이번 기회에 철도노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법과 원칙을 다시 세워 건강하고 튼튼한 코레일을 만들겠다”며 강경발언을 했던 것과 비교된다.
일부에서는 홍 사장의 태도 변화가 정권 교체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친노동자 정책을 펼치는 문재인 정부와 관계가 틀어지면 남은 임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홍 사장은 ‘친박 인사’로 꼽혀 2016년 5월 취임할 당시에도 잡음이 있었다. 2015년 8월 친박계 인사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측근인 홍 사장을 인천시 경제부시장으로 임명했다. 부시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홍 사장은 약 7개월 만에 부시장 자리를 사퇴하고 코레일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홍 사장의 임기는 2019년 5월까지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 연합뉴스
정권이 교체되기 전 홍 사장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성과연봉제 도입에도 앞장섰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한 철도노조가 대대적인 파업에 들어갔지만 홍 사장은 강경모드로 일관했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9월 말~12월 초 74일간 파업하면서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노조는 여전히 홍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KTX 외주화 중단은 노동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지 노조에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지난해 파업하면서 많은 노조원들이 해고 등 각종 불이익을 받았는데 원상회복은커녕 사측에서 대화조차 응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홍 사장의 퇴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철도노조 파업 당시 부산 동구 부산진역에 화물열차가 줄지어 멈춰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철도 안전사고로 노사갈등도 심화됐다. 지난 5월 27일 광운대역에서 50대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6월 28일에는 노량진역 선로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지하철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도노조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빈소를 찾아 조합원들과 유가족을 위로한 반면 홍 사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며 “사람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사고를 축소하기에 급급할 뿐”이라고 전했다.
유재영 코레일 부사장은 지난 3일 사고와 관련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코레일 안전혁신본부 시스템안전처는 지난 5일 <부사장님 불시 현장 안전활동 결과 보고>라는 문건을 통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고·장애 및 직원사상사고의 주원인은 근무기강 해이가 문제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감사실과 안전본부를 동원해 근무기강 상태와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있으며 위규자는 강력히 처벌하고 연대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건이 공개되자 노조는 규탄 성명을 내는 등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규와 지침을 엄정히 지켜 사망사고 외 기타 사고장애를 포함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친박계 공공기관 수장을 물갈이할 것이라는 소문은 수차례 흘러나왔지만 아직까지 퇴진 움직임이 보이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홍 사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노·사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수년전에 노·사간 합의했던 내용 중 지켜지지 않은 게 많아 이야기를 하자고 요청했다”며 “하지만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답변이 와서 이야기를 하지도 못하고 관계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SR 출범 이후 코레일의 수익이 줄어 홍 사장은 인력감축 등 수익성 강화에만 포커스를 맞춰왔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안전투자나 인력 채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홍 사장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SR이 코레일과의 통합 반대하는 까닭 최근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SRT)의 운영사 SR의 통합을 논의 중이다. 지난 7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국토부 안에 코레일-SR 통합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SR이 통합을 반대해 통합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R 관계자는 “SR은 코레일이 철도를 독점하면 서비스나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정부의 판단 하에 정책적으로 만들어진 회사”라며 “이제야 성과가 나오고 있고 SR이 출범하기까지 대단히 어려운 사회적 협의를 거쳤는데 운영 6개월 만에 통합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SR노동조합(SR노조) 역시 반대 입장을 보인다. 지난 3일 SR노조는 ▲국민의 편익을 볼모로 한 일방적 통합 거부 ▲관계기관의 회유와 협박 거부 ▲회사 존립을 위해 끝까지 투쟁이라는 내용을 포함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중근 SR노조 위원장은 “SR 출범 후 경쟁을 통해 국민 편익이 증진되는 효과가 나고 있는데도 성과를 애써 숨겨가며 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SR이 통합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철도 서비스와 경쟁력 강화지만 다른 내부 사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SR 직원들이 두려워하는 건 통합 후 코레일과 SR의 파벌이 갈리는 것”이라며 “SR에는 많은 돈을 받고 이직한 코레일 출신 직원들이 많은데 통합하면 이들이 어떤 대접을 받을지는 뻔하다”고 설명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