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계속 안좋아 결국…최익성 감독과 통화하며 “엉엉”
김상현은 지난해 6월 2군 캠프가 있는 전북 익산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익명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약 한 달 뒤인 지역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알려졌고, kt는 그날 밤 임의탈퇴란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후 김상현은 방황을 거듭하다 야구 선배인 최익성 저니맨 외인구단 감독의 도움으로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kt 선수로 복귀해 명예회복하기만을 기다렸는데 kt는 임의탈퇴 복귀 신청을 하면서 웨이버 공시를 결정한 것이다.
KBO 규약에 따르면 임의탈퇴 선수는 공시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해야 복귀 신청이 가능하다. kt 구단은 정확히 14일부터 KBO에 선수 임의탈퇴 해제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었고, kt는 이날 오전 절차를 마무리했다. 김상현은 법적으로는 복귀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지난 1월 KBO 상벌위원회에서 부과된 벌금 징계 역시 달게 받았다. 김진욱 kt 감독은 “장성우처럼 김상현도 반성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히며 복귀에 힘을 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상현은 임의탈퇴 복귀 신청을 앞두고 구단의 호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현의 측근은 “며칠 전 상현이가 구단 관계자를 직접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 “그때 복귀를 놓고 좋은 얘기들이 오갔다고 들었다. 상현이가 용기를 얻었는지 표정이 상당히 밝았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이 점은 kt 구단 관계자도 인정했다.
“김상현을 구단으로 부른 건 안부와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때는 내부적으로 아무 것도 확정되지 않은 터라 가벼운 대화만 나누고 돌려보냈다.”
kt 관계자는 김상현의 거취와 관련해선 김진욱 감독이 부임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고민했던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구단에선 장성우와 함께 김상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엄청난 고민을 안고 있었고, 계속 주변 상황과 여론을 살폈다. 임의탈퇴 복귀 신청해서 2군으로 내려 보낼지, 임의탈퇴 복귀 신청해서 웨이버 신청을 할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임의탈퇴를 풀지 말아야 하는지를 놓고 외부와 내부 의견을 수렴했었다. 여론이 계속 안 좋았다. 팀 입장에선 김상현을 안고 가기엔 감당해야 할 부분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서 풀어주기로 한 것이다. 만약 김상현이 일주일 동안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못한다면 kt는 2018년까지 FA 계약이 돼 있는 김상현의 잔여 연봉을 모두 보전해줄 계획이다.”
말이 나온 김에 평소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장성우 사례와 비교했을 때 구단의 결정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장성우는 2015년 10월 전 여자친구와의 사적인 대화가 공개되면서 구단으로부터 벌금 2000만 원과 50경기 출장 정지, KBO로부터 봉사활동 240시간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법적 공방에까지 휘말렸던 장성우는 법원으로부터 700만 원의 벌금형까지 선고받았지만 올 시즌 프로 부대에 복귀했다.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KBO로부터 500만 원의 벌금을 징계 받은 김상현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는 입장.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맞다. 법적 처벌을 받은 장성우가 훨씬 더 심각한 죄를 지었다. 그러나 김상현의 음란 행위는 기업의 이미지를 고려했을 때 매우 예민한 이슈였다. 또한 경기력과 나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27세의 장성우와 37세의 김상현이 향후 kt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고려했다.”
한편 김상현의 멘토 역할을 맡고 있는 저니맨 외인구단의 최익성 감독은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상현이가 전화를 걸어선 계속 울기만 했다. 복귀를 기대했고, 우리 팀에서의 생활도 정리한 터라 구단의 결정에 크게 실망했고, 속상한 나머지 눈물을 흘린 것 같다. 그래도 구단이 웨이버 공시로 신분을 풀어줬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계속 야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상현이의 야구 인생에서 팀 방출은 처음 겪는 일이다. 그래서 더 암담했을지도 모른다. 일주일 안에 9개 팀 중에서 상현이를 데려가는 팀이 나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kt에서도 여론 때문에 상현이를 포기했는데 어느 팀에서 상현이를 데려가겠나. 올 시즌에 대한 기대는 접고 내년 시즌을 위해 독립리그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자고 얘기했다.”
김상현은 며칠 전 안부를 묻는 기자의 문자에 “복귀해서 꼭 인사드리겠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복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익성 감독의 말처럼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야구를 하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기회는 또다시 운명처럼 다가올 수도 있을 테니까.
이영미 스포츠전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