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애인’보다 맘에 드는 그녀 ‘폭탄’일 줄이야
이러한 ‘위험한 유행’ 불륜이 최근엔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변신하고 있다. 바로 불륜을 이어주는 ‘애인 비즈니스’와 불륜을 깨뜨리는 ‘불륜 버스터’가 그것이다. 불륜 유행이 낳은 일본의 요지경 속으로 들어가봤다.
일본어로 ‘아이진(애인·愛人)’이라는 말의 의미는 ‘사랑하는 사람’이라기보단 ‘정부(情婦)’에 가깝다. 부자의 애첩과 같은 이미지의 ‘정부’라는 말이 별로 쓰이지 않듯이 ‘애인’도 일본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말이었다. 그런데 다분히 복고적인 뉘앙스를 지닌 ‘애인’이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다. ‘애인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많은 여성들이 현대적이고 캐주얼하게 진화된 새로운 스타일의 애인 계약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의 윤락업계는 거듭된 정부의 규제 강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많은 윤락 여성들이 단속이나 고객의 감소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그러나 실적이 저조한 윤락 업계와는 달리 그 틈새를 노려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애인 비즈니스’다. 윤락 여성들은 물론이고 일반 직장 여성이나 생활비를 벌려는 주부들까지 ‘애인’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계약’ 애인이 되려는 여성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90년대에 유행한 원조교제의 첫 세대다. 이들이 직장인이나 주부가 되어 다시 매춘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90년대의 원조교제가 2006년에 애인계약이라는 진화된 형태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원래 매춘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애인 계약은 이들에게 있어 짭짤한 부업이다. 애인 계약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상대를 찾는 남성과 장기간의 안정적인 수입을 찾는 여성 모두를 충족시키고 있다.
애인을 주선하는 사이트나 교제클럽도 ‘성업’중이다. 고급 교제클럽의 경우 남성은 20만~30만 엔(약 170만~250만 원)의 입회금을 내고, 여성을 소개받을 때마다 5만 엔(약 40만 원) 정도를 소개비로 지불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런 클럽은 도쿄의 긴자나 아카사카와 같은 고급 유흥지역에 많고, 회원들도 고소득 전문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에서는 만남만 주선할 뿐 그 뒤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 고급 교제클럽 홈페이지에 소개된 ‘애인’들. | ||
애인이 되려는 여성들은 아르바이트 정보지나 인터넷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 등을 통해 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은 업소의 귀중한 ‘상품’이기 때문에 가입비는 없다. 다만 사전에 철저한 면접을 봐야 한다. 고급 교제클럽은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 등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남성 회원과 애인 여성은 첫 만남에서 상대가 마음에 들면 즉시 만나는 기간과 보수 등을 결정하는 ‘애인 계약’을 맺게 된다.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계약 내용이 달라지지만 일반적인 시세는 한 번의 만남(섹스 포함)에 5만 엔(약 42만 원) 정도. 월급처럼 매달 일정액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애인 경력 2년의 여성 A 씨는 현재 두 명의 고객과 애인 계약을 맺고 있다. 각각의 고객에게 한 달에 20만 엔(약 170만 원)을 받는다. 그녀는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연애 감정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정도 들지 않는다”며 “언제 계약이 끝나도 타격을 받지 않도록 매달 15만 엔(약 125만 원)은 저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와 함께 애인의 뜻까지 바뀌어 버린 일본. 애인은 더 이상 ‘사랑하지만 떳떳하게 내세울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런 부담 없이 돈을 주고 만나는 섹스 파트너’로 바뀐 듯하다.
불륜을 이어주는 비즈니스가 있다면 불륜을 끊어주는 직업도 존재한다. 인터넷에서 ‘불륜 버스터’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순식간에 2만 5000곳 정도의 탐정사무소가 화면에 뜬다. 이 새로운 직종은 최근 4~5년 동안에 급속하게 성장했다. 일본에서 매년 이혼을 하는 부부는 약 30만 쌍에 이르는데, 이혼의 원인 중 두 번째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배우자의 불륜이다. 불륜 여부만 조사해주던 기존의 탐정사무소들이 불륜을 깨뜨리는 데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힌 것. 이들은 매우 치밀하고 대담한 작전으로 고객의 요청에 따라 불륜에 빠진 배우자를 구해낸다.
‘불륜 버스터’는 대개 여성이다. 남편을 되찾으려는 아내들의 의뢰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의뢰가 들어오면 불륜 커플의 성격이나 행동 패턴 등을 철저하게 조사한 후 두 사람이 헤어지도록 치밀한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륜 커플 중 한 사람을 타깃으로 ‘자객’을 보낸다. 한 번 타깃으로 삼은 사람이 반드시 넘어오도록 이 사무소에는 450명의 남녀 불륜 버스터가 대기하고 있다. 배짱과 인내심, 임기응변이 요구되는 일로 일단 톱클래스에 들게 되면 연수입이 4000만 엔(약 3억 30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잘나가는 불륜 버스터인 여성 A 씨는 청초하고 순진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매달 몇 명이나 되는 타깃을 동시에 공략하며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녀가 가정으로 돌려보낸 남성이 3년 동안 100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불륜 버스터에 오히려 적당하다”고 이야기한다. 화려한 인상의 여성이 접근하면 타깃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서 눈치를 챌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 한 업체가 제공하는 ‘불륜 버스터’들의 프로필. | ||
예를 들어 타깃인 남성의 친구에게 탐정사무소 직원이 먼저 접근하여 안면을 익힌 후 나중에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를 만드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용의주도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실패란 거의 있을 수 없다고.
일단 첫 만남이 이루어지면 사전 조사에 따라 타깃이 좋아하는 타입의 여성이 불륜 버스터로 나서기 때문에 그의 호감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더구나 타깃의 취미나 성격 등도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 대화까지 잘 통하니 타깃인 남성이 넘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작전의 두 번째 단계는 ‘불륜 상대보다 불륜 버스터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불륜 버스터인 A 씨는 타깃의 취향이나 성격에 따라 매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외모나 말투는 물론 출신지나 직업에 이르기까지 타깃의 취향에 맞추는 것이다.
타깃이 마음을 열고 불륜 버스터를 좋아하게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문제는 타깃이 육체관계를 요구하는 경우다. A 씨는 여성 불륜 버스터로서 타깃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육체관계를 거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개의 경우 A 씨는 육체관계를 피하기 위해 타깃을 무조건 칭찬하고 존경을 보낸다. 남성들은 자신이 존경을 받고 있다고 느끼면 그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여성이 실망할 것 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 특히 자존심이 강한 남성들에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호텔까지 간 경우에는 적당한 타이밍에 전화가 걸려오게 한 후 “급한 일이 생겼다”고 말하고 자리를 뜨는 수밖에 없다.
비로소 다음 작전인 ‘불륜 상대 깨뜨리기’로 넘어간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삼자대면’. 대부분의 경우 타깃 남성은 깜짝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불륜 상대인 여성은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게 된다. 이때 불륜 버스터는 결코 흥분하지 않고 침착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에 대부분의 남성은 불륜 상대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불륜 버스터와 사귈 결심을 한다. 이후 불륜 버스터가 타깃과 관계를 정리하면 상황 종료.
이와 같은 작전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2~3개월 정도. 비용은 한 달에 75만 엔(약 623만 원)이다. 결코 싸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만큼 남편을 되돌아오게 하려는 아내의 바람이 필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작전이 성공하여 가정으로 남편이 돌아온 후에도 아내들은 다시 남편이 불륜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안심을 하지 못한다.
한 탐정사무소의 대표는 “이 일을 하면서 불륜의 원인 중 51%는 불륜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있지만, 배우자에게도 나머지 49%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타깃은 불륜 버스터에게 아내나 가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아내들은 남편이 자신에게 불만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불륜 버스터는 작전 과정에서 알게 된 남편의 불만을 의뢰인인 아내에게 상세히 전해준다. 처음에는 100% 남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던 아내도 불륜 버스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차 납득하고 자신도 달라지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한다.
이른바 ‘쿨’한 불륜이 유행처럼 번지는 일본. 젊은층 사이에선 집착 없이 즐기다가 지겨우면 헤어지는 그런 관계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불륜의 피해자의 마음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배우자의 외도 때문에 ‘불륜 버스터’까지 찾는 세태가 씁쓸하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