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별거상태’ 집중 부각시켜 이혼 성립 주장할 듯
법원을 통한 이혼 절차는 이혼 조정 신청으로 시작된다. 이혼 조정은 법원이 양측의 입장을 조정해 이혼에 합의하도록 하는 절차로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면 정식 재판으로 넘어간다. 물론 조정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이혼이 성립된다.
첫 번째 가능성은 이혼 조정 절차에서 양측이 합의를 하는 것이다. 현재 노 관장은 이혼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노 관장은 “이혼에 대한 입장이 기존과 같다” “나는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물론 이혼 조정 신청에서 깜짝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지만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이혼 조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정식 재판이 시작될 경우 소송 쟁점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이혼 소송에선 위자료와 재산분할, 그리고 양육권과 친권 등이 쟁점이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1남 2녀가 모두 성인이라 양육권과 친권은 의미가 없다. 대신 4조 원대에 이르는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이다. 그렇지만 이는 이혼이 성립할 때 의미를 갖는 쟁점으로 이번 사안은 이혼이 성립할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현재까지 외부로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면 최 회장이 다소 불리하다. 한국 법원은 ‘파탄주의’가 아닌 ‘유책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따라서 부부 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을 경우 이혼을 받아들이는 미국 등 ‘파탄주의’ 채택 국가들과는 차이가 크다. 유책주의에선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현재 최 회장은 동거인과 혼외자의 존재를 고백한 상황으로 이는 분명한 ‘유책’이다. 이처럼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할 수 없게 돼 있다.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나훈아 이혼 소송에서 파탄주의와 유책주의가 화제가 된 바 있다. 나훈아의 부인 정유경 씨는 나훈아와 연락조차 힘겨운 상황에 이르러 미국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해 이혼 판결을 받았다. 파탄주의에 의한 결정이었다. 반면 한국 법원에선 대법원까지 갔지만 결국 이혼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 씨가 유책 배우자는 아니었다. 다만 한국 법원의 유책주의는 부정행위 등 명백한 한쪽의 잘못이 없다면 이혼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로 유책이 없어 이혼에 이르지 못한 나훈아의 이혼 소송에 비해 유책 배우자인 최 회장의 경우 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혼전문 변호사인 이인철 변호사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 법원에서 유책 배우자가 청구한 이혼 소송에서 법원이 이혼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며 “다만 매우 오랜 기간 별거를 하는 등 혼인 관계를 회복하기 힘든 상태인 것으로 판단해 이혼을 판결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나훈아 역시 정 씨가 두 번째 제기한 이혼 소송을 통해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됐다. 대법원까지 간 첫 이혼 소송에서 이혼이 성립되지 못했지만 그 이후에도 부부 관계가 회복되지 못해 또 다시 이혼 소송이 제기된 부분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최 회장 측은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 측은 소장에서 “결혼 초부터 성장배경, 성격, 문화 차이 등으로 많은 갈등을 겪었다. 도저히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2006년부터 이런 상황이 확고해졌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꽤 오랜 기간 별거 중이다. 이런 부분을 집중 부각해 ‘혼인 관계를 회복하기 힘든 상태’임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 회장은 이미 2013년에도 이혼 소송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측이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했었다고 한다. 소장에는 “노 관장이 이혼과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필리핀 선교여행에 다녀오면 이혼해주겠다고 했다” 등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점에서 최 회장이 이혼 조정 신청을 한 배경을 두고 노 관장이 청와대로 보낸 편지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 결정적 계기라는 얘기도 있다. 6월 22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문제의 편지가 최초로 언급됐다. 노 관장이 청와대로 보낸 편지는 7장에 이르는데 주된 내용은 최 회장의 사면을 반대하는 9가지 이유였다. 이에 대해 노 관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혀 그런 적 없다”며 “오히려 남편을 석방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노 관장이 청와대로 보낸 편지를 유책사유로 볼 수 있는지다. 이 부분 역시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한 변호사는 “쟁점이 될 순 있겠지만 편지의 전반적인 내용으로 볼 때 노 관장의 변호인단이 대응 논리를 펼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