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저질러도 뒷짐…부산진구청 왜이러나
부산진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6명이 7월 25일 동일스위트 3차 아파트 앞에 위치한 양 아무개 씨 주택을 방문한 모습. 의원들 뒤로 동일이 무단 파손한 주택의 모습이 보인다.
부산의 중견 건설업체인 동일은 부산진구 부암동에 총 3차에 걸쳐 자사 브랜드 아파트인 동일스위트를 건설했다. 최근 3차 아파트까지 준공하면서 당초 계획한 사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바로 이 동일스위트 3차 준공 과정에서 거센 논란을 야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3차 아파트의 세대수는 총 727개에 이른다.
해당 사건에서 커다란 변곡점이 발생한 건 지난 6월 23일. 동일은 이날 3차 아파트 건설현장 인근에 소재한 양 아무개 씨(여·43)의 주택 대문과 안방 일부(0.5㎡)를 무단으로 뜯어냈다. 양측이 보상 문제로 협의를 계속 진행하던 중에 생긴 불상사였다.
동일 측은 이번 주택 무단파손이 현장소장이 단독으로 결정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동일에서 보상업무를 총괄하는 박 아무개 이사는 “본사에서 해당 주택을 철거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면서 “이는 오로지 현장소장이 임의로 판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일 측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있다.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일 측이 주택을 무단으로 파손한 의도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동일은 부암동 동일스위트 3차 아파트의 준공승인을 얻으려면 부산진구와 기부채납하기로 미리 약정한 계획도로도 함께 준공해야만 했다. 동일이 계획도로를 만들려고 실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 씨의 주택 일부가 사업구간에 포함된 게 밝혀졌다. 이는 오래전 주택을 지을 당시 측량을 잘못해서 파생한 일이다.
이후 동일은 양 씨와 협의에 나섰으나 원만히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준공날짜가 점점 다가오자 양 씨의 주택을 일방적으로 파손했다. 특히 양 씨에 따르면 양측은 협의를 위해 6월 26일 만나기로 약속을 해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동일은 약속날짜보다 사흘 앞인 6월 23일 집을 부쉈다. 비록 양 씨 주택 일부가 사업부지에 물려있었지만, 이미 30여 년이 지나도록 점유된 상태이므로 무단 철거는 엄연한 불법에 해당한다.
동일 측이 민간주택을 임의로 파손한 배경에 바로 ‘돈’이 있다는 건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동일은 예정된 준공 날짜인 7월 1일에서 하루라도 늦어지면 727개에 이르는 세대에게 이전 지연에 따른 막대한 보상금을 물어줘야만 했다.
지역의 건설업체가 자신들의 이익 보전을 위해 민간주택을 무단으로 손괴한 이 사건은 그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발생 초기에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대부분의 지역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이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본보를 비롯, 몇몇 매체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점차 비판여론이 확산됐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은 부산진구의 태도다. 부산진구는 동일 측이 기부채납하기로 한 계획도로가 당초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밝힌 도면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도 준공허가를 내줬다.
해당 계획도로의 인도는 당초 폭 2m로 설계됐다. 2년여 전 입주민을 상대로 동일 측이 제시한 도로 도면의 평·단면도 상에도 모두 반듯한 2m였다. 하지만 실제로 시공된 인도는 2m에서 1m 50㎝까지로 제각기 달랐다.
특히 논란이 된 양 씨의 주택 부근은 1m 50㎝에 지나지 않았다. 무단철거를 진행한 후에 인도설치를 강행했지만, 당초 설계에는 많이 미치지 못했다. 설계대로 하자면 양 씨의 주택을 매입한 뒤에 반듯하게 길을 만들어야만 했다.
양 아무개 씨 주택 앞에 조성된 인도는 도면상 2m로 설계됐지만 직접 측량한 결과 1m 50㎝에 지나지 않았다.
부산진구청은 이와 관련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진구 건설과 관계자는 “인도는 인가된 대로 공사가 이뤄졌고 보행하는 데 문제가 없어 허가가 났다”며 “최소 규정은 1m 50㎝까지다. 1m 80㎝가 되든 2m가 되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구간마다 다를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설명은 달랐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사업설명회 때 건설사 측이 제시한 인도 도면과 준공 당시 실제 인도 치수가 다른 건 설계변경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설계변경 없이 도로가 임의로 변경이 됐다면 이는 확실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구가 지역건설업체를 비호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지역정치권에서 가만히 있질 않았다. 정상채 부산진구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7월 21일 열린 275회 1차 본회의에서 ‘갑질, 하도급법 위반 1위, 불법의 일상화 동일건설 고발하라’란 제목으로 5분 발언을 진행했다.
정 의원은 이날 “동일은 서면동일파크스위트 1·2·3차 공사 과정에서 수많은 민원을 일으켰는데도 10여 년간 주민 민원을 무시해왔다”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동일에 쩔쩔매는 부산진구청과 경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일이 부산진구청과 법 위에 군림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7월 25일 오후엔 정상채 의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부산진구의회 의원 6명이 ‘갑질, 하도급법 위반 1위 동일건설을 고발하라! 동일건설은 즉각 주민들 피해를 제대로 보상하고 사죄하라!’란 이름의 성명을 발표하고 현장을 항의 방문했다.
부산진구의회 의원들은 부산시에 부산진구청에 대한 감사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부산시 박종문 감사관은 “아직 해당 사건에 대한 감사요청이 들어온 건 없다. 요청이 정식으로 접수되면, 검토한 후에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29일 하도급거래 상습법위반사업자 11개사를 확정해 업체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 가운데 동일은 하도급법 위반횟수 4회, 누산벌점 11.2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동일이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한 건설사인 게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