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레저 밤엔 매춘 필 꽂히면 결혼
▲ 여성 관광객들이 소수아 해변에서 한 호텔직원과 함께 고무 물풍선 게임을 하고 있다. | ||
사실 이곳을 홀로 찾는 여성 관광객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이미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고 방문하는 부류와 또 다른 하나는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곧 알게 될 부류들이다. 이처럼 도미니카 공화국이 근래 들어 ‘남창 소굴’로 명성(?)을 얻고 있어 화제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르포 기사를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이 유럽 여성들 사이에서 매춘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와 함께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세태를 취재해 관심을 모았다.
독일 뮌헨에서 세무 보조사로 일하고 있는 자비네(여·40)는 도미니카에 놀러 왔다가 인생 최대의 전환점을 맞았다.
1년 반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매일 편두통에 시달리거나 우울증에 빠져 지내던 평범하고 뚱뚱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달라졌다. 도미니카의 소수아 해변에서 만난 라이날도라는 이름의 청년 때문이다.
스킨 스쿠버 강습을 받다가 만난 이들은 현재 결혼까지 약속한 상태. 함께 보낸 시간은 3주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자비네는 결혼한 후 아예 도미니카로 이민까지 올 생각이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지금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행복한 순간이다”며 한껏 들떠 있다.
라이날도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각별하다. 떨어져 지내는 동안 매달 200유로(약 24만 원)의 생활비도 보내주었다. 이 돈은 라이날도의 생활비와 함께 앞으로 이들이 함께 살 집을 짓는 데 사용되었다.
▲ 지긋한 나이의 유럽 여성과 젊은 도미니카 남성이 한 호텔의 해변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다. 이곳에서 여성의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 ||
하지만 이들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미지수. 이미 대다수의 비슷한 경험을 한 유럽 여성들이 때로는 실연을 당한 채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때로는 이혼을 한 후 상처만 안게 된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도미니카를 찾는 ‘나홀로 여성 관광객’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매년 약 10만 명 이상의 여성들이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이렇게 멀리까지 날아오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미남 청년들과의 로맨스에 있다.
유럽의 남성들이 태국이나 동유럽으로 매춘관광을 떠나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대부분 케냐, 튀니지 등과 같은 아프리카나 발리 섬을 매춘관광지로 선호한다. 하지만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단연 도미니카 공화국이다.
사정이 이렇자 이곳에는 최근 ‘매춘관광 가이드’라는 신종 직업도 생겨났다. 이들은 주로 남창들을 대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거나 주의사항을 당부해주거나 혹은 안내를 해주는 역할을 한다.
남창들이라고 해서 남창이라는 직업을 따로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투잡족’으로 레저스포츠 강사나 해변에서 잡다한 업무를 보면서 안내를 해주는 비치보이, 관광 가이드 등과 같은 직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해변을 어슬렁거리다가, 혹은 레저스포츠 강습을 하다가, 아니면 나이트 클럽을 드나들면서 여성들을 유혹하곤 한다. 가령 소수아 해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클럽 중의 하나인 ‘클럽 X’는 매일 밤 여성 관광객들과 현지 남성들로 들끓는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다. 수백 명의 남녀들이 서로 엉켜 붙어 끈끈한 춤을 추는가 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면서 여성들에게 찍히기를 기다린다.
한쪽에서는 미국 여성이 호리호리한 남성을 향해 손짓을 하면서 유혹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60세 가량의 영국 여성이 스물두 살의 젊은 도미니카 남성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열심히 애무를 하고 있다. 신이 난 듯 춤을 추던 이 여성은 “오늘 밤은 우리들 거야!”라면서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자연히 2차로 이어지고, 호텔방에서 관계를 맺는 것으로 끝난다.
그렇다면 남창 겸 레저스포츠 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대부분은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출세하기 위해서 몰려 드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있어 유일한 탈출구이자 출세할 수 있는 기회는 다름 아닌 돈 많은 서양 여성들을 잡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결혼에 골인하는 것이다. 게다가 스물다섯이 넘으면 인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가령 해변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레저스포츠 강사로 일하면서 동시에 매춘도 하고 있는 난디토(24)는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자는 일이 없다고 한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여성 손님들을 대하고, 호텔에서 잠자리를 갖고, 그리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다시 일어나서 일하고, 클럽에 가고 다시 호텔에 가고…, 이런 식이다. 잠 잘 시간이 없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레저스포츠 강사들은 마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코카인은 가장 흔한 마약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의 어떤 점이 유럽 여성들을 이토록 매혹시키고 있는 걸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유럽 여성들이 모두 ‘외롭다’는 데 있다. “유럽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면 쉽게 안정감을 느끼고 친밀감을 표시한다.” 7개국어를 구사하는 자칭 ‘선수’인 난디토의 말이다.
▲ 4년 전부터 도미니카로 이민 와서 살고 있는 스위스 출신의 줄리안느(위). 아래는 한 호텔에서 여성 손님을 맞고 있는 19세 청년. | ||
도미니카의 남창들 사이에서 여성들의 외모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들일수록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그런 여성들일수록 감사할 줄 알며, 사례도 후하게 하기 때문이다. 위계 질서가 엄격한 남창 겸 레저스포츠 강사들 사이에서 고참일수록 뚱뚱한 여성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이에 따른 병폐도 속출하고 있다. 순수한 사랑이 목적이 아니라 그저 돈을 목적으로 혹은 그저 즐기기 위해서 관계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예로 독일 카셀에서 교사로 일하던 산드라(여·33)는 도미니카에 휴가를 왔다가 그만 클럽에서 문지기로 일하고 있던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처음부터 그녀가 ‘매춘’을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너무도 뜻밖에 찾아온 사랑에 홀딱 빠졌던 그녀는 금세 그와 결혼식까지 올리게 됐다.
그리고 자신이 일하고 있던 스위스로 함께 돌아가 신혼 살림까지 차렸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결국 이 둘은 갈라서고 말았다. 남편이 아무런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한데다 폭력까지 휘둘렀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가 늘자 얼마 전에는 일명 ‘수배자 명단 사이트’도 등장했다. 이곳은 도미니카 남성들을 사귀는 여성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기 전과가 있거나 좋지 않은 여성 편력을 가진 남성들을 신고하는 일종의 고발 사이트다.
가령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본 한 독일 여성은 “2214번 남성과 결혼한 적이 있습니다. 5개월 된 딸까지 두고 있습니다. 9월에 이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에게 경고합니다! 즉시 저에게 연락 주세요!”와 같은 글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이 2214번 남성은 바람둥이 중에 바람둥이였다. 독일 여성에 이어 스웨덴 여성과 캘리포니아 여성도 각각 신고를 했으며, 심지어 익명의 어떤 여성은 “그는 악질이다. 이미 여러 명의 여성들로부터 10만 유로(약 1억 2000만 원)를 갈취했다. 내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배다른 자식이 일곱 명은 된다. 나 역시 아이 하나를 두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몇 주간의 로맨스로 끝난다 할지라도 집으로 돌아간 많은 여성들은 에이즈 걱정과 함께 또 다시 외롭게 남겨진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여행사 직원은 “대부분의 여성들은 ‘다음엔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라는 환상을 품고 여전히 싱글로 남아 있으면서 카리브해를 동경한다”며 “매춘관광이란 것이 마약과도 같아서 이를 맛본 많은 여성들이 다시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