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재 vs 김은지 평소 5 대 5 호각…관계자들 첫 여자 어린이 국수 기대했지만…
오전 9시 30부터 열린 개막식에는 한화생명 차남규 대표이사를 비롯해 신상철 대한바둑협회 회장, 조훈현 국회의원, 이창호 9단 등이 참석, 개막을 축하했다.
국수부 결승에서 강현재 군(왼쪽)이 김은지 양을 이기고 제17대 어린이 국수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한화생명 차남규 대표이사는 “지난 17년간 대회를 지켜보면서 한화생명배를 거쳐간 많은 꿈나무들이 한국바둑의 든든한 차세대 주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면서 “올해는 여학생부를 신설해 여성 바둑인재를 양성해 저변을 넓히고, 역대 우승자들로 구성된 ‘챔피언스 클럽’을 출범시켜 우승자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유소년 바둑 진흥 효과를 극대화시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한화생명배 세계 어린이 국수전은 단일 어린이 바둑대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회다. 1만여 명의 어린이들이 지난 6월 4일(일)부터 7월 9일(일)까지 전국 24개 지역에서 예선을 거쳤으며, 예선을 통과한 272명의 어린이들이 본선에서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이번 대회는 참가선수와 가족들을 위한 이벤트도 다양하게 열렸다. 개그맨 김현철 씨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으며 ‘디지털 캐리커처’ ‘행운권 추첨 이벤트’ 외에 프로기사 이창호 9단을 비롯해 이민진 8단, 김혜민 8단, 오유진 5단의 사인회 및 지도다면기가 열렸다.
한편 한화생명이 2001년부터 17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 ‘한화생명배 세계 어린이 국수전’은 프로바둑기사의 등용문으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대 어린이 바둑대회답게 누적 참가인원이 20만 명에 이르며 이 중 입단에 성공한 프로기사만도 30명이 넘는다.
신진서 8단(10회)은 2015 렛츠런파크배 오픈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현재 국내랭킹 2위에 올라있다. 이동훈 8단(9회)과 신민준 6단(11회)은 제21기 GS 칼텍스배와 제4기 메지온배 오픈 신인왕전에서 각각 우승한 바 있다. 또 올해 LG배 세계기왕전 우승을 차지한 중국 당이페이 9단도 한화생명배 어린이 국수(5회) 출신이다.
한화생명배 어린이국수전은 바둑은 좀 둔다하는 어린이들 모두가 선망하는 대회다. 1000만 원의 장학금도 욕심나고 당연히 대회 규모도 크다. 전국적으로 일제히 시도별 예선전을 벌여 정예 중의 정예만이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본선에 초청받는다. 또 중국과 일본에서도 최강의 어린이들이 도전장을 던지니 그야말로 세계 어린이 바둑의 일인자를 가리는 무대인 것이다.
한국바둑의 미래라 불리는 신진서, 신민준, 이동훈, 오유진이 바로 이 대회 출신이니 프로로 가는 등용문이라 할 만하다.
마지막 결승에는 장수영바둑도장의 김은지 양(11)과 충암바둑도장의 강현재 군(13)이 올랐다. 김은지 양은 SBS영재발굴단을 통해 바둑 영재로 소개됐던 바로 그 소녀. 이후 기량을 갈고닦아 최고 무대의 마지막 경연장에 섰다. 상대는 두 살 위의 강현재 군. “또래에서는 최강급이라 다른 대회에서도 자주 만나는데 평소에는 5 대 5 호각을 보인다”는 김은지 양의 지도사범 김은선 5단의 귀띔이 있었다. 돌을 가려 김은지 양이 백번.
1도
<1도> 우하에서 백에게 이상감각이 나와 흑이 약간이나마 편한 가운데 좌변에서 첫 전투가 발생했다. 하지만 흑1로 단수치고 3으로 벌려 좌변에서 움직인 것이 좋지 않았다. 흑5로 자세를 잡았지만 이곳은 원래 백이 큰 집을 내기 어려웠던 곳. 백10의 모자씌움을 허용하고 나니 갑갑하기 그지없다. 좌상 흑도 근거가 없어 전형적인 ‘양곤마’가 떴다.
2도
<2도> 이런 장면에서 좌변은 백에게 양보하는 것이 고수의 행마다. 백6까지 굳혀줘도 좌변 백모양은 뒷문이 열려 있고 아래 위 폭도 넓지 않아 중복의 의미가 있었던 것. 흑은 선수를 잡아 충분했다.
3도
<3도> 1도에서 우려했던 대로 좌변 흑돌이 초반에 잡혀서는 흑이 아주 어려운 국면. 불리를 의식한 강현재 군이 연속으로 승부수를 던지며 추격전을 펼쳤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황. 그런데 여기서 등장한 흑1이 흑의 마지막 승부수였다. 백은 반사적으로 2로 때려냈고 결국 흑5까지 패가 발생하게 됐는데 이것은 흑의 대성공. 패 부담이 너무 큰 백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래서는 역전이었는데….
4도
<4도> 흑1 때 백은 냉철했어야 했다. 백2가 최강의 응수. 이랬으면 흑은 돌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흑3부터는 필연의 진행인데 흑7 때 백8의 단수가 절묘하다. 흑9에는 백10으로 그만. 흑돌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흑5…이음).
드디어 여자 어린이가 처음으로 어린이 국수에 오를 수도 있겠다고 내심 기대했던 관계자들은 맥이 빠지는 순간. 강현재 어린이가 제17대 어린이 국수가 됐다(287수끝, 흑3집반승).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