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배 3500여 명 운집…꼬꼬마부터 꽃할배까지 ‘이 열기를 보라’
2017 경기도지사배 전국 아마추어바둑 명인전이 열린 서수원 칠보체육관 전경. 어린이대회가 집중된 첫날은 선수 1500명, 학부모 1000명이 대회장을 가득 메워 바둑 열기를 실감케했다.
[일요신문] 경기도바둑협회가 주관하는 2017 경기도지사배 전국 아마추어바둑 명인전이 7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어린이 선수 및 학부모, 성인 참가자 등 35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렸다.
개막 첫날인 22일에는 초중고 등 학생부와 전국체전 경기도대표 선발전 등이 치러졌다. 경기도 대표에는 남자부 김정훈 선수를 비롯해 여자부 이선아 선수 등 후보 포함, 남녀 10명과 고교생 1명 등 총 11명이 선발됐다.
첫날은 어린이부와 학생부 위주로 대회가 치러지면서 자녀들과 동반한 학부모들이 2층 관람석에 대거 몰려 사진을 찍거나 녹화하면서 앙증맞은 선수들을 응원했다. 또 대회 후 입상자들은 상장이나 트로피, 상패를 자랑하며 기념사진을 찍었고 입상하지 못한 가족들은 다음 대회를 기약하며 모처럼의 주말을 바둑으로 만끽했다.
이틀째 성인부는 시군 대항전으로 치러져 긴장감이 더했다. 열전을 벌인 끝에 주요부문 우승자는 전국최강단체부 서울 푸른돌, 초등최강부는 후쿠오카 고타로(양천 대일도장), 5인단체부는 군포A, 7인단체부 성남시, 9인단체 군포시, 중고등부 김동희(경성고), 어르신단체부에서는 남양주 팀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정봉수 경기도바둑협회장은 “경기도에서 이틀간 3500여 명이나 운집한 전국 아마추어 바둑대회를 개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대회가 명실상부한 바둑인들의 잔치로 세대 간 소통과 경기도민들의 화합을 이뤄내는 대회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하면서 참가선수들을 격려했다.
최근의 아마바둑대회는 생활체육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경로당, 노인정의 바둑도 체육관으로 끌어내고 있는 중이다.
# 이틀간 3500여 명 바둑대회 다녀가
최근 수년간 중국바둑이 급성장, 세계무대를 휩쓸면서 ‘한국바둑 위기론’이 등장했지만 아마추어 바둑은 계속 외연을 넓혀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에 정식종목으로 입성하면서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시점에 ‘알파고’ 열풍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크지 않은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주말을 이용한 짧은 기간에 대회를 치르니 바둑은 시도체육회에서도 지원하기 용이한 장점도 있다. 더불어 연고지를 바탕으로 한 내셔널바둑리그 소속 선수들이 전국체전에 시도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것도 지원받기 용이한 시스템이다.
덕분에 아마추어 바둑대회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대한바둑협회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바둑대회까지 합치면 1년에 약 550개의 규모 있는 바둑대회가 전국에서 열리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바둑행사 전문업체 ‘클럽A7’의 홍시범 대표는 “바둑이 위기라는 소리는 몇 번 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난해 소화한 바둑 행사가 전국적으로 약 150개 정도인데 이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다르지 않아 150개는 거뜬히 넘길 것으로 본다”고 말하면서 “특히 경기도지사배와 일요신문배처럼 대형 어린이바둑대회가 계속 생겨나면서 학부모들의 대회 참관도 늘고 있다. 바둑대회가 체육관에서 열리는 동안 관중석에서 자녀들을 지켜보고 있는 장면은 주말의 낯익은 풍경이 됐다”고 말한다.
유치부 입상자들.
# 프로바둑에게도 좋은 자극
아마바둑의 성장은 프로바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얼마 전 끝난 제2회 국제바둑춘향 선발대회의 우승상금은 1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이는 여류국수전과 여류명인전 우승상금 1200만 원에 버금가는 금액. 하지만 프로기전이 1년 동안 열리는 것에 비해 국제바둑춘향 선발대회는 2박 3일 만에 끝나기 때문에 실질적인 금액은 아마대회가 많았다.
경기도지사배 대회장에서 만난 한 여자 프로기사는 “국제바둑춘향 선발대회가 여자 프로기사들 사이에 화제가 됐었던 것은 사실이다. ‘아마추어가 부럽다’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좋은 자극이 된 것도 사실이다. 최근 한국제지배 여자기성전에 이어 또 하나의 여자기전 창설이 준비되고 있는데 스폰서가 예산을 예전 기전에 맞추려 하길래 국제바둑춘향 선발대회의 상금을 슬쩍 내비쳤다. 덕분에 기전 규모가 처음보다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또 오는 8월 열리는 제10회 노사초배 전국아마바둑대회와 11월 예정인 제11회 문경새재배 전국아마바둑대회는 올해 상금 규모를 대폭 키워 참가를 희망하는 프로기사들에게 문을 연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날로 품을 키우는 아마추어 바둑의 외연 확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