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사정은 공정위·국세청·검찰 ‘총동원’ 방식
재계 사정에 밝은 한 사정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이 같은 말을 통해 최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타깃이 된 하림의 수사 방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특히 하림은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의 대표적 케이스인 ‘경영권 편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두 케이스 모두 해당된다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약 5년 전 하림은 그룹 자산규모가 3조 원에서 가파르게 성장한다. 2012년만 해도 재계 순위 5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하림은 2017년 재계순위 28위로 껑충 뛰어오른다. 그 사이 자산규모는 10조 원을 돌파했다.
하림은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슬로건으로 육류 식품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특히 지난해 해운업체 팬오션을 인수해 곡물, 사료 등을 운송하는 분야까지 그룹으로 편입시켰다. 농축산 기업이 대기업 반열에 오른 것은 하림이 처음이다. 계열사도 58개나 된다.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사진=나폴레옹 갤러리 홈페이지
하림의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던 탓일까. 하림이 성장통을 겪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상 첫 고강도 사정 타깃 1호로 하림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가 첫 발을 뗐다. 지난달 20일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직권조사 대상으로는 최초로 하림그룹 직권조사에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전수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때 하림의 법 위반 혐의가 드러났다고 알려졌다. 특히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과 일감 몰아주기가 집중 조사 대상이었다고 한다. 또한 취임 일성으로 ‘재벌개혁’을 내세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성향도 하림의 법 위반에 지체 없이 칼을 빼들 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토털 패키지’ 첫 케이스로 꼽히는 하림은 이미 한 언론에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는 기사를 썼다 오보로 밝혀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말처럼 공정위의 조사가 끝나면 국세청 세무조사도 받을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하림이 국세청 ‘심층 세무조사’ 대상으로 내정됐다. 세무조사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하림이 타깃이 된 이유는 김홍국 회장의 아들 김준영 씨 승계 문제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준영 씨는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올품 주식 100%를 지난 2012년 김홍국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이를 통해 준영 씨는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현재 자산규모 10조 원이 넘고 당시로 계산해도 3조 5000억 원이 넘는 자산규모를 고려하면 증여세가 지나치게 적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달 국내 재계순위 14대 그룹의 오너들이 청와대로 초청됐는데 이때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오뚜기가 초청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9월 창업자인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1조 6500억 원 규모 주식을 상속 받은 함영준 회장 등 후손들이 1500억 원의 상속세를 내기로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를 제대로 낸 오뚜기는 이례적으로 청와대로 초청해 칭찬하고, 상속에 의혹이 있는 하림은 시범 케이스로 수사하는 큰 그림을 그린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하림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을 뿐, 국세청 세무조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관련 보도는 명백한 오보였기 때문에 해명자료까지 돌렸다. 현재 국세청에서 보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 토털 패키지에 타깃으로는 재계순위 20위 권의 대기업 A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유명한 중견기업 B가 꼽힌다. A는 지배구조가 핵심 문제인 것으로, B는 프랜차이즈 갑을 계약 및 갑질이 구체적인 타깃으로 예상된다. 두 그룹 모두 공정위 이슈가 큰 것으로 전해져 공정위로부터 시작되는 또 한 번의 토털 패키지 수사가 벌어질 전망이다.
공정거래법 전문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재계순위 10위권의 그룹은 모두 공정위 이슈에 대한 방어가 잘 돼 있어 뚫기가 어렵다. 특히 그룹 총수가 한 번 구속된 그룹은 더욱 철저하게 법적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걸어뒀기 때문에 집중 수사한다고 해서 예상만큼 성과를 내기 힘들다. 최근 급성장한 기업이나 20위 권 기업들이 타깃이 된 이유는 아직 법적으로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