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아닌 척 본인 칭찬 ‘자작 글’ 드러나 충격
400억 자산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그가 강연에 출연하거나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지만 수백만 원에서 400억 원을 번 ‘투자의 신’이었기 때문에 덮어놓고 믿었던 발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씨의 말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가장 큰 충격은 최근 드러난 그의 자작 글이다. 주식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가 잘못된 언론보도로 우연하게 과장된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2015년 8월 아직 그가 유명세를 타기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북대 박철상 씨의 또 다른 인터뷰’, ‘존경할만한 청년, 경북대 박철상’이란 두 개의 글이 올라온다.
“우리 시대 현자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이 글은 박 씨의 칭찬으로 점철돼 있다. 당시에는 훌륭한 사람을 소개하는 글로만 읽혔는데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그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글 작성자의 아이디가 박 씨의 좌우명인 ‘담박명지 영정치원’인 데다 아이디의 실명이 박철상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띄우기 위해 스스로 올린 글이었다.
박철상 씨가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박철상 씨로 인증된 게시자 아이디.
확실한 자작 글 외에도 경북대 커뮤니티에서는 박 씨의 자작글로 추정되는 글들이 나돌고 있다. 해당 글에서는 ‘청와대에서 박 씨에게 연락이 가 대통령 옆에 앉게 됐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3번이나 연락하는 삼고초려 끝에 겨우 설득이 됐다’, ‘아침마당에 작가, 메인작가, PD, CP가 5번 이상 연락해 섭외했다’, ‘전설적 개인투자가들과 6인회를 만들어 회동했다’는 등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올라왔지만 당시 댓글은 박 씨를 믿는 의견이 많았다.
박 씨가 지난 2010년 ‘한경스타워즈 대학생 모의투자 대회’에 참가한 이력도 공개됐다. 박 씨가 기부로 유명세를 타기 2년 전 시점이었다. 그의 인터뷰나 강연에서는 이미 주식으로 큰 액수를 만지고 있을 때다. ‘선수’가 아닌 대학생만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그는 예선 200명 중 133위에 그쳤다.
신 씨와 함께 박 씨 의혹을 제기한 주식전문가 최우혁 동부증권 차장은 “주식으로 큰돈을 만졌다는 2010년에 대학생 모의투자를 하고 있고 135위인 걸로 봐서는 박 씨의 실력이 어떤지 뻔하다. 또한 그의 자작 글들은 의도적이고 계획된 범죄라는 것을 입증할 가장 큰 증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그가 결국 사과와 해명을 하면서 이번 사건은 ‘청년 버핏’의 거짓말로 일단락되고 있다. 하지만 저격을 한 당사자들은 아직 해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박 씨가 유명세를 탄 이유는 400억 원을 주식으로 모았다는 말이 번지면서다. 그는 이 말이 와전된 이야기라고 하면서 “400억 원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이를 바로잡지 않은 것은 제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도 거짓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한 경북대생은 “분명히 박철상 선배 강연에서 ‘언론에서 내 재산을 예측하는데, 어느 정도 맞게 예측을 하더라’고 말한 적 있는데, 정작 해명에서는 ‘400억에 관해서 내 입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얘기해서 놀랐다”고 경북대 커뮤니티에 썼다. 더군다나 박 씨가 공저한 <한국의 젊은부자>라는 책에서 그는 ‘400억 원을 만든 노하우’라고 자신을 포장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언론 해명마다 주식으로 벌었다는 금액이 달라져 더 큰 의구심을 사고 있다. 박 씨는 가치투자연구소 커뮤니티에서는 5억 원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4억 원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26억 원을 주식으로 벌었다고 해 해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주식투자 업계에서는 박 씨가 지금이라도 계좌를 인증해 5억, 14억, 26억 중 무엇이 사실인지 입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 씨의 큰 거짓말 중 하나는 “경북대 다니면서 홍콩 투자회사에 주말마다 근무했다”는 말이다. 그는 1주일에 1번 사모펀드 운용을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홍콩 투자회사로 출근했다고 밝혔는데 최근 해명에서 박 씨는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다. 죄송하다. 홍콩 자산운용사와 어떤 형태로도 도움을 제공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이 모든 말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박 씨는 14년째 경북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4년제 대학교임을 감안했을 때 지나치게 오래 다닌 셈이다. 박 씨는 그 이유로 홍콩 투자회사를 들었다. 매주 홍콩으로 출국하기 위해 6~9학점만 들어 졸업이 늦어졌다고 했다. 이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박 씨 의혹이 논란이 된 건 사실 최근이 아니다. 2013년 이미 한 차례 박 씨 재산, 홍콩 사모펀드 참여, 기부금 등이 가치투자연구소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때 박 씨는 ‘경북대 박철상’이란 아이디로 적극 해명했다. 이 당시 해명 중 상당수가 최근 해명에서 사실이 아니었다고 고백한 내용이었다. 당시에도 박 씨는 인터뷰 기사 일부가 왜곡됐다고 항변했다. 현재 박 씨의 대처와 비슷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13년부터 그가 계획적으로 선한 기부왕 이미지를 만들어 온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경북대 커뮤니티에서는 박 씨가 강연을 통해 했던 말들이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게 아니냐며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박 씨가 했던 말 중 의심을 받고 있는 말들은 다음과 같다. ‘서울대 갈 성적이 되었는데 경북대에 왔다’, ‘어릴 때 야구를 했는데 구속이 전국 5명 안에 들었다’, ‘와튼스쿨에 합격을 했는데 조만간 올 경제위기 때문에 입학을 미뤘다’, ‘SKY 학생들 투자 조언을 해주고 있다’ 등등.
박 씨를 약간이나마 아는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이 많다. 박 씨와 안면이 있는 A 씨도 이 같은 발언과 자작 글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A 씨는 “박 씨가 실제 만나보면 주식으로 수백억 벌었다고 하는데 평소 언행도 겸손하고 행동도 거들먹거리는 게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안 봤는데 최근 보도를 보면서 기가 막힌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며 황당해했다.
박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작 글은 어린 마음으로 한 일이다. 제 잘못이다”라며 “드릴 말씀이 없다. 말을 하면 변명하는 것밖에 안되는 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다 잘못한 것이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