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숙원’ 수사권 조정은 물 건너 가나
당시 광주지방경찰청 페이스북에 올라 온 글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화통화 사실조차 없다고 했다. 이 청장은 “강인철 교장에게 게시글 관련해 전화를 하거나 질책한 사실은 없다”며 “다만 지난해 11월 6일 고 백남기 농민의 노제를 앞둔 상황에서 11월 4일 내지 5일쯤 강 교장의 휴가 신청을 질책한 적은 있다”고 자료를 냈다.
현재까지 둘의 통화를 입증할 자료는 없다고 알려졌다. 통신사는 6개월까지만 통화 자료를 제공한다. 강인철 교장은 예전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수사가 진행돼 향후 진실이 드러날 가능성은 있다. 지난 8일 전직 경찰 모임인 무궁화클럽과 시민단체 정의연대는 ‘민주화의 성지 조롱 사태’를 직권남용 혐의로 엮어 이 청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강 교장도 수사 대상이다. 지난 9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최근 강 교장 비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수사가 진행되면 통화내역은 1년까지 나올 수 있다.
강인철 교장은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을 받고 있다. 경찰은 강 교장이 경찰 상조회의 기금 1억 2000여 만 원 가운데 약 7000만 원을 투입해 중앙경찰학교 안에 치킨 가게를 열도록 부당한 영향력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경찰은 강 교장이 지난해 광주청장으로 있을 때 전남대 의과대학에서 무료로 진료를 받았다는 혐의도 수사할 예정이다.
강인철 교장은 의혹 모두를 부인하고 나섰다. 강 교장은 “경찰청은 작은 것이라도 잡아내려고 5주 동안 8명을 내게 붙여 탈탈 털었다”며 ‘표적 감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강 교장은 지난해 11월 인사 때 경기남부지방경찰청 1차장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또 지난달 26일 치안정감 인사 때 물을 먹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둘의 싸움이 정치 싸움에 휘둘리는 형세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강인철 교장 휘하에 있었던 한 경감이 올린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필요한 수사와 추가적 감찰 조사를 진행하라”는 촉구 글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한 경찰은 “경찰 조직 특성상 경감이 이런 글을 올릴 수 없다. 경찰 내부에서 더 큰 일 가지고도 경무관 미만 직급이 입장을 내보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무언가 정치적인 줄다리기에 서로 휩쓸리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경감의 글에는 “강인철 교장은 내가 수사구조 개혁 세마나에 참석하자 내 사무실 직원에게 나를 가리켜 ‘자기 일도 못하면서 거기에는 왜 가느냐’고 모욕했다”며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차량 업무 담당자를 불러 4시간 동안 추궁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튿날 전체 회의석상에 담당자를 불러 재차 추궁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경찰 안에서 ‘쓴소리꾼’으로 불리는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경찰의 이런 행태에 참담하다는 심정을 고백했다. 특히 검찰개혁을 꾸준히 주장했던 황 울산청장은 경찰의 현상황이 향후 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일 거라는 예상을 내놨다.
황운하 울산청장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져 정말 비통하기 이를 데 없고 참담하다”며 “경찰에 대한 신뢰가 미흡한 상태이고 시대적 과제로 등장한 검찰개혁에 걸림돌이 될까봐 굉장히 두렵다. 신뢰를 얻으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국민 신뢰가 실추되지 않도록 빨리 수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