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고양시의회 의장·행정학 박사 박윤희.
[경기=일요신문] 정리 송기평 기자 = 서울시의 하수처리장인 중랑물재생센터는 2,556억 원의 예산을 투자해 하수처리시설을 지하로 하고, 지상은 과학체험관으로 오는 9월에 개관하기로 했다.
발생되는 악취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정화된 용수는 먹는 물 수준까지 정화(활성탄 정화 및 여과)시켜 하수도과학관 주변 공원 연못 등에 재이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2012년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은 굴뚝이 없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분진·매연은 아예 배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와 같이 서울시는 서울시 내에 있는 주민기피시설들을 현대화사업을 통해 악취나 매연을 줄이고 시민들의 이용시설로 거듭나게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의 서울시 주민기피시설(역외 주민기피시설) 정책과 너무나 차이가 많이 난다. 서울시의 역외 주민기피시설은 경기도 31개 시⋅군 중 14개 시⋅군에 45개 시설이 입지하고 있다.
그중 고양시가 11개로 가장 많다. 고양시 벽제에는 승화원(화장장)이 있다. 굴뚝에서는 매일 연기가 나온다. 주민들은 심지어 뼈가루 냄새도 난다고 말하고 있다.
주말과 명절에는 벽제 묘지 인근이 차로 막혀 몸살을 앓는다. 서울에서 자유로를 차로 달려 갈 때, 창문을 열지 않아도 악취가 코를 찌른다. 난지물재생센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자유로로 서울을 처음 진입하는 외국인들에게 첫 인상도 좋지 않다. 매일 오물을 실은 차들이 꽃보다 아름다운 104만 고양시민의 집 앞을 지나간다.
한강이 오염되어 한강에서 잡히던 물고기도 먹을 수가 없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1963년 고양시 벽제에 서울시립묘지를 만들었을 때 벽제 인구는 2,273명이었다.
대등한 법인격을 갖는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기 전에 서울시는 경기도에 역외 주민기피시설을 만들었다. 경기도는 서울특별시민의 쓰레기, 오물 처리 지역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 인구는 993만 명인 반면, 경기도 인구는 1,278만 명으로 역전되었다.
고양시의 인구는 104만 명, 벽제지역의 인구만 해도 7만 명이다. 이 역외 주민기피시설들은 경기도 자치단체들과 서울시가 합의한 광역시설이 아니다.
서울시가 서울시 내의 기피시설들은 현대화하는 반면, 역외 기피시설들을 과거에 해온 형태로 관리하는 것은 변화된 상황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역외 기피시설에 대한 고양시민의 반대 목소리를 님비(NIMBY)현상이라 볼 수 없다. 이는 명백한 자치권의 침해이다.
서울시의 역외 주민기피시설이 있는 지역은 교통체증, 환경의 질 저하, 지역발전의 장애, 자산가치 감소, 이미지 훼손, 소음, 악취, 두통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고양시 연구용역(2010)에 의하면, 고양시 장사시설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약 1조3천억 원, 난지물재생센터의 악취로 인한 환경적 피해는 연간 약 3백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2년 5월 최성 고양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고양시 상생발전을 위한 공동 합의문’을 체결했다.
내용을 보면, 고양시민의 시설 이용시 서울시민과 동등한 혜택부여 및 고양시민 우대 채용, 도로확장 및 대중교통 편의증진 등 주민불편사항 해소 노력, 기피시설의 현대화 등 환경개선 중장기 추진 등이다.
최성 고양시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 대대적인 홍보는 물론이고 2011년 당시 고양시민 37만 명이 서명까지 해주었다.
합의문을 체결한지 5년이 지났건만 정작 중요한 기피시설 현대화나 도로 확장 등은 계획조차 세워지지 않았다.
최성 시장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을까? 100만 대도시 고양시장으로서 대책 마련을 위해 얼마나 뛰었을까?
당초 합의할 때 서울시장에게 구체적인 일정을 받아냈어야 했다. 또한 해당 시설의 변경시 고양시의 동의를 받도록 했어야 했다.
현재 서울시기피시설로 인한 문제는 합의문이 무색하게 증폭되고 있다.
난지물재생센터에서는 하수 슬러지 건조시설을 두 배로 증설하겠다고 하고 있으며, 은평구는 재활용 분리시설을 새로 건립하겠다고 한다.
해당 지역은 은평 뉴타운과는 1km 떨어져 있지만 고양시 삼송, 지축 지구와 불과 200m 인접해 있다.
행주 어촌계에 속해있는 어민들은 물재생센터 방류수로 인해 한강 하류 수질이 악화돼 끈벌레가 생겨났고, 밀물 때 밀려들어 오던 실뱀장어가 집단 폐사하고, 악취까지 진동한다는 최근의 언론보도도 있었다.
벽제승화원은 2000년 이후 18년 동안 노후화장로를 교체하지 않고 현대화 요구를 묵살해,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어 고양시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수원의 경우 장례식장을 현대화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운영권을 지역 주민들에게 주었다.
프랑스 Civaux 원자력발전소는 수익의 50%를 지역주민에게 주고 있다. 부산 영락공원이나 서울 원지동 추모공원은 전용 도로를 개설하고 있다.
고양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이 넘은 된 서울시의 주민기피시설을 이제는 가져가라는 것이다.
몇 푼의 보상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차선으로는 시설을 현대화해야 하며, 별도의 전용 도로 등을 개설해서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서울시가 이 문제를 모른척하기에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
/전 고양시의회 의장·행정학 박사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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