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구자철·황희찬 ‘탄탄대로’…이청용·지동원은 ‘가시밭길’
손흥민은 부상에서 완전되지 않았음에도 리그 개막전에 교체줄전해 감독이 믿음을 보였다. 사진=토트넘 핫스퍼 페이스북
[일요신문] 지난 8월 12일 새벽(한국시간) 아스널 FC와 레스터 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으로 유럽 축구가 기지개를 켰다. 19일과 20일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도 첫 일정을 시작한다. 2002년을 전후로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안정환 등 스타들이 유럽으로 이적하며 유럽 축구리그는 축구 팬들을 늦은 밤 텔레비전 앞에 앉게 했다. 과거 차범근부터 시작된 한국인의 유럽리그 도전은 현재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 등 후배들이 이어오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손흥민이 골 행진을 이어가며 차범근의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 잠 못 이루던 축구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에 <일요신문>은 리그 개막을 맞아 한국인 유럽리거 2017-2018 시즌 전망을 내다봤다.
# 프리미어리거 손흥민·기성용·이청용 ‘엇갈린 위상’
토트넘의 손흥민은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새로운 골 기록 이외에도 이달의 선수상을 2016년 9월과 2017년 4월 2회나 수상했다. 2016년 9월 한 달간 3경기서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 약간의 부침이 있었지만 올해 4월 들어 다시 폭발했다. 지난 4월 첫 4경기에서 모두 득점을 기록하며 5골 1도움을 올렸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팔 골절 부상을 입었다. 이에 따라 프리시즌 투어에 참가하지 못하고 훈련에는 돌입했지만 개막까지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보호대를 찬 손흥민을 후반에 투입시켰다. 우려와 달리 손흥민은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 투입 이후 골이 터져 나왔다.
손흥민은 올 시즌에도 확고한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팀은 2위로 좋은 성적을 냈다. 자연스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도 참가하게 됐다. 소화해야 할 경기가 늘었음에도 선수단 구성에 큰 변화는 없다. 팀 내 경쟁에서도 우위에 있다. 에릭 라멜라, 케빈 은쿠두 등 측면 자원 경쟁에서 앞서 있다.
반면 스완지시티의 기성용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진출 이후 가장 저조한 성과를 냈다.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23경기에 출전해 출장시간은 1287분에 그쳤다. 공격 포인트도 도움 1개만을 기록했다. 휴식기에도 부상으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훈련 중인 기성용과 이청용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시즌 줄어든 입지는 기량 문제보다는 부상이 주된 원인이었기에 올해 입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도 부상으로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아쉽다.
기성용은 현재 회복이 빨라 국가대표 명단에도 포함됐지만 당분간 리그 경기에는 경쟁자들이 투입된다.
장지현 SBS Sports 해설위원은 “경쟁자들이 괜찮은 활약을 보인다면 기성용이 경기 투입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앞선 두 선수와 비교한다면, 크리스탈 팰리스 이청용의 시즌 전망은 가장 밝지 않다. 지난 시즌 리그 38경기 중 12경기에서는 아예 명단서 제외됐다.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다. 경기에 투입돼도 짧은 시간만을 소화했다.
한동안 이청용의 이적이 점쳐졌지만 현재까지는 잔류 중이다. 그는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며 프리시즌 명단에 포함됐지만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개막전에도 90분간 벤치를 지켰다. 여전히 이적설은 나오고 있다.
김태륭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지난 시즌 팀이 3백을 사용하면 선발에서 빠지기도 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4백을 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손흥민이 꾸준히 활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해설위원은 이어 기성용에 대해선 “지난 시즌은 부상이 있어 출장 시간이 적었고 현재는 감독과 문제도 없다고 알려졌다. 지난 시즌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청용은 새로운 감독이 어느 정도 믿음을 보이는 듯하다. 기회가 왔을 때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분데스리가-희비 엇갈리는 ‘지구 특공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를 지킨 ‘지구 특공대’ 지동원과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는 둘의 분위기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구단의 광복절 축하 메시지에 동료들과 함께한 지동원·구자철. 사진=FC 아우크스부르크 페이스북
구자철은 부상만 없으면 확고한 주전이다. 지난 시즌에도 좋은 폼을 자랑하던 시기에 아쉽게 부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부상만 없다면 감독이 우선적으로 선발 명단에 포함시키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축구 통계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 아우크스부르크 선수 중 이적시장 가치 공동 2위라는 지표가 그의 팀 내 입지를 대변해준다.
지동원은 지난 시즌 팀의 주전 공격수였다. 분데스리가 전 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시즌 말미에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풀타임 출전 행진을 지속하던 그가 교체아웃 되거나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일이 많아졌다.
‘빈공(분데스리가 최소 득점 4위)’에 시달렸던 아우크스부르크는 올해 공격진을 대거 영입했다. 중앙공격수 1명, 날개자원 2명이 팀에 합류했다. 게다가 임대에서 복귀한 선수도 2명이며 유스팀에서 승격한 선수도 있다. 지동원의 경쟁자가 늘어난 셈이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두 선수에 대해 김환 JTBC 해설위원은 “구자철은 그동안 뛰던 포지션보다 한 칸 아래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본인이 더 잘할 수 있는 위치고 팀 내 경쟁도 수월해 보인다”라며 “지동원은 경쟁이 치열해졌다. 새로 영입된 선수도 많고 기존 선수도 거의 그대로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 위상 올라간 황희찬...유럽 이적시장 달굴까?
오스트리아에서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황희찬. 사진=FC 레드불 잘츠부르크 페이스북
세계의 시선과 돈이 몰리는 빅리그는 아니지만 1996년생 젊은 공격수 황희찬도 유럽 대륙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레드불 잘츠부르크 소속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그는 이번 국가대표팀 명단에도 발탁됐다.
황희찬은 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예선 참가로 다소 일찍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현재 그는 리그와 컵대회, 유럽 챔피언스리그 예선, 유로파리그 예선 등을 통틀어 10경기 6골로 맹활약 중이다. 지난 시즌에도 모든 대회를 통틀어 35경기 16골로 팀내 최다득점자에 올랐다. 벌써부터 빅리그 이적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환 위원도 “독일 팀들이 주시하고 있다고 들었다”라며 “지난 시즌 활약으로 현재 구단에서 탑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팀 내 독보적인 선수로 중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