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 검토 중…박원순은 다른 링에서 놀아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 21일 국회 의원실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박은숙 기자
―대선 때 어떤 역할을 맡았나.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다. 5000여 명의 각계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일을 했다. 또 후보에게 고비가 있을 때마다 중요한 전략적 조언을 많이 해줬다.”
―2012년 대선과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이 분명해졌다. 2012년엔 보이지 않는 적폐와의 싸움이었다면 이번엔 적폐가 분명히 드러나 공분을 샀고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힘이 결집됐다. 이게 가장 큰 차이다.”
―경쟁 후보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서 평가한다면.
“옛날 홍준표 대표는 외연도 생각하고 미래도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홍 대표는 내 거점, 내 집안, 내 고정지지표만 생각하는 쪽으로 변했다. 사람이 작아졌더라. 홍 대표가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해 비판했을 때 좀 더 건강했더라면 비판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움츠러들었을 텐데 전혀 그런 게 없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지방선거에서 당이 죽어버린다. 자기도 모르게 자기 집이 없어지는 꼴이다. 게다가 자기가 최대 주주인데도 불구하고 외톨이가 되다보니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로 나온 거다. 하지만 사즉사가 되게 돼 있다. 서울시장 출마에 ‘NO’라고 얘기하지 않는 이유는 그래야만 구의원 시의원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것 아니냐. 남경필 경기지사도 안 전 대표 출마를 환영하고 있다. 남 지사도 자력으론 힘들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바른정당, 서울은 국민의당, 영호남은 나눠 먹고 후보 단일화 하자는 얘기 아니겠나.”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서 해법을 찾지 않는다. 미래 이슈를 갖고 과거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다른 대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서울 시민한테 이러한 비전을 설명할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느냐는 요구가 많이 있다. 박 시장을 넘어선 대안을 고민해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면 다른 링에서 노는 게 낫다. 서울시장이라고 하는 사무적 링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 박 시장은 민주정부 4기를 위해서 당에 와서 헌신도 하고 대중정치를 해서 변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박 시장이 없어도 박 시장이 만든 정책은 민주 진영이 그동안 생각하고 추진해왔던 보편적 가치에 맞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누가 이어받아도 상관이 없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 DNA를 가진 정치에서 벗어나야 된다. 개혁하면서 감시자 눈으로 보기 때문에 박 시장이 ‘뭘 헤쳐 나가고 있구나’ ‘선각자구나’ ‘리더구나’ 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 명과 암을 평가해 달라.
“국민들이 목 말라했던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다. 물론 감성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진실성이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의 틀을 바꾸고 있다. 궤도를 몇 도 트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건 굉장한 실험이다. 이러한 신념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긴 플랜이 무엇인지 제시, 동의,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본다.”
―높은 지지율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상당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 개인기에 기초한 것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은 사람을 대할 때 아픔을 들여다보려고 한다든지 낮은 자세로 들여다보려고 한다든지 국민을 섬기려고 한다. 이런 것들이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미디어 파워의 지형이 달라진 점도 한 몫 거들었다. 과거엔 보수 언론의 지배력이 상당했는데 이젠 지배력이 희미해졌다. 미디어가 평준화됐다는 말이다. 미디어가 균질하게 되면 국민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바탕 자료를 갖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거 지형은 다를 수 있다. 숨어 있던 고정 지지 세력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과는 다르게 각 후보의 조직력 우열이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은 굉장히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변화 드라마 등이 없다면 낙관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올리기로 했다.
“나는 ‘일세’와 ‘놀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자리를 늘리는 곳은 세금을 깎아주고 불로소득은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기업이 고용 창출하면 세금 혜택 받고 사회적으로 격려 받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지대 수입에 대해선 과감한 과세를 실시해야 한다. 또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에 의한 사회복지목적세를 거뒀으면 한다. 아기 울음소리가 없으면 대기업도 자동차, 휴대폰을 팔 곳이 없다. 금 모으기 운동처럼 애국심으로 누구나 세금을 1% 이상 10% 이하를 거둬야 한다.”
―이번 국감에선 어떤 문제에 주력하고 있나.
“‘수요일의 할머니(위안부 할머니)’들이 국가 보훈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훈은 전쟁이든 민주화든 국가에 헌신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희생된 것만으로 과연 보훈 대상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오히려 수요일의 할머니 같은 경우에 용감하게 전쟁 시 여성 인권에 대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수십 년 간 투쟁했다는 점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헌신해왔기 때문에 단순 희생자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