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끓여라’ ‘속옷 널어라’ 외모 평가에 데이트 강요까지…카페 사장 “악의적 여론몰이”
일본 메이드 카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로이터/뉴스원
[일요신문] 일본에서 성행하고 있는 ‘메이드 카페’가 국내에도 등장해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지만 인기가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최근에는 서브컬처 카페들이 눈길을 끌고 있는데 메이드 복장을 한 이곳 아르바이트생들이 사장의 갑질 사례를 폭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성희롱·성추행 문제도 일고 있어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 서울 홍대 부근 한 서브컬처 카페의 ‘갑질’ 사례가 폭로됐다. 이 글에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카페 사장에게 당한 피해 내용이 게재돼 있다. 이들은 “사장이 아르바이트생들을 자신의 기쁨조로 사용한다”며 “평상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성희롱, 성추행, 외모 지적, 데이트·회식 강요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 등에 서울 홍대 부근 한 서브컬처 카페의 ‘갑질’ 사례를 폭로한 글이 게재돼 화제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논란은 7월 카페가 영업을 재개하며 재점화됐다. 피해를 주장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B 씨의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가 없었다며 조직적으로 피해 사례를 모집한 것. <일요신문>은 소셜미디어에 이 사건을 최초 폭로한 아르바이트생 A 씨를 비롯해 복수의 아르바이트생과 접촉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A 씨는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가게는 아무 잘못 없다는 듯 정상영업 하는 걸 보니 너무 허탈하다”며 “공론화가 돼 많은 사람들이 이 카페의 실태를 알기 바랐다”고 털어놨다.
A 씨에 따르면 이 카페는 지난해 6월 문을 연 곳으로 서브컬처 상품를 판매하고 주류를 포함한 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의 아르바이트생들은 ‘메이드(하녀)’ 복장을 입고 하루에 한 명씩 교대로 근무한다. 손님들의 80% 이상은 남성들로 서빙이나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퍼즐 맞추기’ 게임을 함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근무 특성상 손님이 없을 때는 사장과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갑질’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게 아르바이트생들의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B 씨는 개인적인 용무를 지시하는 등 아르바이트생들을 자신의 비서처럼 대했다. A 씨는 “본인이 먹을 라면을 끓여오라거나 개인 속옷 빨래까지 널어놓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근무복에 대해서도 짧게 입을 것을 강요하며 얼굴 평가, 몸매 평가를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은 “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유니폼인데도 사장이 치마를 더 짧게 하라고 강요했다”며 “심지어 다른 아르바이트생의 사진을 보여주며 얼굴 평가, 몸매 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업무 외의 회식이나 데이트 강요도 아르바이트생들을 힘들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B 씨는 마음에 드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으면 회식을 강요했고, 남자친구가 있거나 관심 없는 아르바이트생에 대해선 단골 고객과의 술자리 동석까지 강요했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술을 먹이겠다고 가게 문을 일찍 닫거나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고 했다”며 “또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강제로 업무 스케줄을 짜는 등 이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회식 자리에도 메이드 복장을 유지한 채 참석토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업무 외 강요는 자연스레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이어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은 “스킨십을 강요했다. 자기 손을 잡게 하거나 자기 옆에 앉게 했는데 나를 기쁨조 취급하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며 “한편으론 사장 말 듣지 않으면 업무상 불이익 준다는 협박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사진은 알바생들이 문제로 지적한 카페의 유니폼 임대 계약서. 이 계약서에는 임대 기간 중 3개월 미만 근무 후 퇴사 시 유니폼 임대비용 30만 원을 사업주에 지불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진=A 씨 제공
이 같은 유니폼 임대 계약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대부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영업에 필요한 도구나 물품들을 제공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당사자 계약에 의해 근로자가 일부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사업주가 근로자에 제공하기로 해서 든 비용보다 더 높게 금액이 정해졌고 이 때문에 퇴사에 제약을 받는다면 근로기준법 ‘위약예정금지’ 조항에 위배돼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 사장 B 씨는 카페 아르바이트생들이 주장한 내용에 대해 “악의적으로 여론을 몰고 가려는 수작”이라며 반발했다. 업무 이외의 개인적 용무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는 것에 대해선 “처음부터 식대가 없으니 가게에 있는 라면이나 밥은 배고프면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며 “나도 배고플 때 같이 먹자고 ‘라면 하나 끓여라’”라고 말했다. 이어 “세탁기는 아르바이트생들 일하는 곳 가까이 있다. 세탁기 알람 울리면 말해달라고 한 것이지 개인적인 옷가지를 맡긴 적은 없다”고 말했다.
성희롱·성추행 주장에 대해서 B 씨는 “기분 나빴을 수 있겠지만 제 입장에선 가볍게 지나갈 수 있던 말들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성희롱 의도를 갖고 말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B 씨는 “유니폼 속치마 부분이 삐져나오면 안 예쁘니까 올려 입으라고 지적을 한 것”이라며 “한번은 옷 갈아입을 때 아르바이트생이 먼저 등 뒤에 지퍼 닫아달라고 얘기해서 한 것인데 그런 걸 다 성추행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대응 가치조차 못 느꼈는데 지금은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가 올 지경”이라며 “성추행을 당했다면 그 당시에 112에 신고하는 게 정상 아닌가. 여론이 형성되니까 악의적으로 괜한 트집을 잡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페 아르바이트생들과 사장의 진실공방은 송사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A 씨는 “개개인으로 있을 땐 보복이 두려워 언급조차 하기 싫었지만 지금은 피해사례들을 모으면서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법적 조치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B 씨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B 씨는 “5월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생각했지만 가게 이미지만 나빠지지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해 참았다”며 “이제는 가만있으면 안 될 것 같고 법적 절차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메이드 카페 변천사] ‘하녀 서비스’ 한국선 안통해~ 메이드 카페란 20여 년 전 일본에서 탄생한 코스프레 레스토랑의 한 종류로 종업원들이 메이드(하녀) 복장을 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카페를 말한다. 일본의 대부분 카페는 하녀 복장을 한 종업원들이 손님들은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음식을 먹여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종류의 카페는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6년 서울 명동에 한국 최초의 메이드 카페가 생겨난 이후 10여 곳의 카페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메이드 카페는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메이드 카페가 국내에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로 문화 차이를 꼽았다. 일본의 앙증맞은 서비스가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아울러 서비스의 품질도 일본과 같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이드 카페 초반엔 진상 손님들도 많았고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일본처럼 친절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홍대 카페의 경우 아르바이트생들이 메이드 복장을 하고 있을 뿐 일본처럼 손님을 상대로 ‘주인-하녀’의 상황극을 펼치진 않는다. 따라서 메이드 카페가 아닌 서브컬처 카페로 분류할 수 있다. 서브컬처 상품 판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애니메이션에 국한된 굿즈(상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기 게임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앞으로도 콘텐츠 이벤트를 중요시한 카페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