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직후 특검과 삼성측 모두 항소 의지 드러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 내려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향하고 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임준선기자
25일 이 부회장의 선고공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인파가 몰렸다. 오후 1시 45분께부터 추첨한 방청권을 소지한 시민들이 줄서서 법정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이날 법원은 417호 대법정이 연결된 6번 출입구를 제외하고 모두 차단됐다. 추첨 방청권을 소지한 시민들과 일부 취재진만 통제 하에 외부에서 법정으로 출입이 가능했다. 법원 출입구에서는 방청권을 소지한 시민들을 취재하는 취재진들의 열기가 한창 뜨거웠다. 방청권이 추첨되지 못한 다수 시민 역시 법원을 찾았고,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법원 외부에서 자리를 지켰다.
오후 2시 30분이 되자 선고 공판이 바로 시작됐고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법정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을 포함한 피고인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부는 방청객에게 “소란이나 돌출행동을 하면 감치재판을 위해 바로 구속하겠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 초반 분위기는 이 부회장의 선고가 무죄로 흘러가는 것을 예상케 했다. 재판부는 “삼성 그룹 내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던 점은 인정되나 이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 청탁했다는 공소사실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공모해서 대통령에게 삼성 승계작업을 부당 청탁했다고 공소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 측이 정유라 씨에 대해 승마 훈련 등을 지원한 것을 뇌물 행위로 판단했다. 또 삼성이 장시호 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후원금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도 뇌물공여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런 지원에 대해서는 묵시적인 부정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에 최순실,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임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인정됐다. 이런 뇌물 공여에 삼성그룹 계열사의 자금이 사용돼 횡령 혐의도 인정됐다. 이어 코어스포츠 명의의 독일 계좌로 송금했던 것도 재산국외도피로 인정됐고, 국회위증죄 역시 유죄로 판단됐다.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삼성그룹의 사실상 총수로서 다른 피고인들에게 승마 지원과 영재센터 지원 등을 지시하고 각 범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였는바,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실제 가담 정도나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상당히 크다”면서도 “피고인은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승마와 영재센터에 대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요구를 받은 당사자로서 대통령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 피고인의 뇌물공여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항소심에서 상식에 부합하는 합당한 중형이 선고되고 일부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 측은 “항소할 것이고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 받아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고 공판이 한 시간 만에 끝나자 방청했던 시민 일부는 법정을 나오면서 “삼성이 망하니까 좋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한편 같은 시각 인근 법정에서는 최순실 씨와 최경희 이화여대 전 총장의 항소심이 열렸다. 이들은 ‘정유라 이대 부정입학’으로 업무방해 혐의 등이 적용됐다. 이 재판에는 15명 정도가 재판 방청을 해, 방청권 응모에서부터 많은 인파가 몰린 이 부회장 재판과 대조됐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