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의, 현장 목소리 ‘주의’ 아닌 ‘경고’수준` 우려
대구상공회의소는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대구지역 경제의 주력인 자동차부품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29일 밝혔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의 한 임원은 “우리지역 자동차부품산업은 완성차업체의 동반 실적부진, 현대자동차 노사협상 결렬, 지속적인 수출 감소 등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흔들리면 2·3차 협력사는 뿌리까지 흔들린다는 생각으로 버텨 왔지만, 기아차가 패소하게 되면 우리마저 뿌리가 뽑히고 자동차부품산업 생태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기아차가 소송에서 패소하면, 기아차는 자체 추산 최대 3조원 이상의 즉각적 추가 지출 발생이 예상된다. 최근 실적부진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기아차로서는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경우, 고통분담 명목으로 협력업체에 발주량 축소 또는 단가인하 압력, 해외생산 등으로 대구지역 자동차부품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아차가 국내의 높은 임금을 견디지 못해 주력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할 경우, 대구지역이 입는 타격은 IMF 사태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 비율이 높은 대구지역 자동차부품산업은 기아차의 해외 이전에 따른 공급사 전환, 발주감소 등 충격을 감쇄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패소 영향은 현재 진행 중인 100여건 이상의 통상임금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대구에서도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새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상의는 “대구 노사관계는 비교적 안정돼 있어 현재까지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은 없으나, 노조측에서 볼 때 회사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도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1차 협력업체에서부터 동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최근 노사 간 협상이 결렬된 현대차 노조에서도 기아차 노조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임금 인상 협상에 더 투쟁적인 자세로 임해 파업이 장기화 될 수가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우리지역뿐만 아니라 자동차산업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재경 대구상의 상근부회장은 “사실상 현장의 목소리는 주의 단계를 넘은 심각한 경고 수준이다. 자동차부품산업은 대구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한 축이며 자동차부품산업 경기는 기초부품을 공급하는 기계금속산업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동차부품산업의 위기는 곧 우리 대구경제 전체의 위기다“면서, ”지금은 공급사 다변화와 미래형 신기술 개발로 위기를 타개한다는 당위적인 이야기 보다 곧 들이닥칠지도 모를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에 대한 대책 마련에 급급한 것이 현장의 실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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