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과학적 태도 매우 위험” 비판에 “과학에 대한 견해 차이” 반박
8월 2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마련된 중소벤처기업부 기자실을 깜짝 방문한 박성진 후보자. 연합뉴스.
근본주의 개신교단체들과 기독교 신앙을 가진 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창조과학은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창조론이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창조과학은 진화론은 물론이고 지질론, 우주론 등의 현대과학을 부정해 과학계에서 논란이 됐다.
창조과학은 정통 과학계는 물론이고 가톨릭과 주류 개신교에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교황청 과학위원회 검토를 거쳐 진화론과 빅뱅이론이 가톨릭 가르침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 대학교수는 “과학계에서는 창조과학론자들을 사이비 정도로 여긴다”면서 “창조과학 신봉론자를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과학기술계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상욱 부산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박 후보자 임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신앙은 검증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청와대 반응에 경악했다”면서 “창조과학은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다.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믿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지만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과학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창조과학회의 주장처럼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가 과학적으로 옳은 것이라면 오히려 기존 과학은 사이비가 된다. (박 후보자가) 사이비 과학에 연구비를 주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후보자는 한 행사에서 “오늘날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되었다”면서 “이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교육, 언론, 행정,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 1세대 창조과학자들의 뒤를 이을 젊은 다음 세대들의 대대적인 양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도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것은 단지 종교적 선택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올린 과학적 성취를 부정하는 ‘반과학적인 태도를 지녔다’는 뜻”이라며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매우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창조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창조신앙을 믿는 것”이라며 “공학도로서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진화론도 당연히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창조과학회는 어떤 곳인지 직접 찾아가봤다. 1981년 설립된 창조과학회 사무실은 서울 중구에 위치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만난 관계자는 현재 상주하고 있는 인원은 2명뿐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가 정확하게 몇 년도부터 창조과학회에서 활동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운영이사를 맡은 것은 2012년이라고 했다.
창조과학회는 현재 온라인 회원 수가 3만 명에 달한다. 매년 개최되는 세미나, 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 수는 1000명가량이라고 설명했다. 회원 대다수는 대학교수와 목사다. 박 후보자는 창조과학회에서 운영이사뿐만 아니라 국제위원장도 역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 참여 회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창조과학회는 비영리단체로 정부 지원금 등은 전혀 받지 않고 있고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창조과학회는 서울 본부 외에도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전북, 천안, 원주, 제주 등에 지부를 두고 있다. 미국 LA 등 해외에도 지부가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서대문구에 창조과학전시관도 열었다. 창조과학회는 이곳에서 노아 방주 모형과 화석들을 전시하고 성경에 나온 대홍수를 설명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과학계 인사는 “우리나라에선 창조과학이 대형교회들과 연결돼 해외보다 활동이 더 활발한 편”이라며 “과학자로서 이들의 활동이 우려스럽다. 어린 학생들은 기존 과학이론에 대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창조과학회는 교회들과 연대해 학교에서 진화론만 가르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창조론도 교육과정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창조과학회는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단체였다. 2014년에는 창조과학회 SNS관리자가 네티즌들의 지속적인 악플과 조롱에 견디지 못해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창조과학회 측은 “창조과학은 사이비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창조과학회 측은 “우리는 생명체가 저절로 생겨날 수 없고 처음부터 종류대로 창조되었다는 믿음 하에 여러 과학적인 증거들을 탐구한다”면서 “이는 과학에 대한 견해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창조과학회 측은 “창조과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김영길 박사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과학기술분과 위원장을 지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고, 현 한윤봉 회장의 경우에는 세계 100대 과학자에 3번이나 선정됐다”면서 “창조과학회 이력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창조과학회 활동과 관련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창조과학 신봉론자들은 미국 그랜드 캐니언이 노아 홍수로 만들어졌다면서 그 증거를 찾는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고 공룡과 인간이 동시대에 존재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창조과학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성경은 우리에게 하나님이 창조의 여섯째 날에 육상 동물 모두를 창조하셨다고 말씀하고 있다”면서 “공룡은 육상 동물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이 여섯 번째 날에 아담과 하와와 나란히 창조되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일선 과학자들은 박 후보자 임명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과학단체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에 강력하게 반발했던 공공연구노조 측은 “박성진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이 없다”면서 “앞으로 입장을 발표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측도 “현재까진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일요신문>은 박 후보자 측 입장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이승만 독재 불가피” 보고서도 도마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박 후보자는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이승만 정부 당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립을 위해 독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헌법은 김구 선생이 주도한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3일을 건국일로 간주한다. 박 후보자가 기독교단체가 주도한 동성애 합법화 반대 서명에 참여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박 후보자는 “개인적으로는 (성적 취향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생각과 제 생각이 다르지 않다”면서도 “동성혼 제도화는 다른 문제로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8월 28일 박 후보자 부인이 아파트 분양권 다운 계약서 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박 후보자의 부인이 2015년 8월 포항에 위치한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하면서 계약서에 프리미엄(아파트 분양가와 시세가격의 차액)을 450만 원(당시 해당 아파트의 프리미엄 가격은 3000만~4000만 원)으로 기재해 신고했다”면서 “전형적인 다운계약서 거래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부동산 실거래법 위반으로 본인의 취득세를 탈루하고 매도인의 양도소득세 탈루를 공모한 것”이라고 했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세 자녀 중 차남과 막내딸이 한국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한 이중국적자”라며 “고위 공직자 자녀의 이중국적은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의 두 자녀는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 보유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