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결론·프레젠테이션·시나리오 없는 토의 형식 보고 주목
문재인 정부 업무보고를 둘러싼 극과 극의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22일∼31일까지 새 정부 첫 업무보고에 돌입하면서 ‘문재인표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5일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2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017 국방부·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들이 각 부처 장관들을 청와대로 소집한 것과는 달리, 직접 과천이나 정부세종청사 등을 직접 찾아 업무보고를 받았다. 취임 직후부터 단행한 파격 행보의 연장선이다. 또 대통령 부처 방문 시 보안 등을 이유로 최소 인원으로 한정한 회의 형식이 아닌, 로비 한쪽에서 장관 등과 티타임을 갖고 담소를 나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격식·결론·프레젠테이션·시나리오’가 없는 4무 업무보고로, 정치권과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계급장 떼고 붙자’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부처별 핵심 과제 2개씩만 선정해 토의 중심 형식을 마련한 것이나, 관련 자료를 과제당 2p로 제한해 10분 내 보도토록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의 파격·소통 행보로 각 부처에선 업무보고 직전 비상령이 내려졌다. 그간 ‘보고형식’에 익숙해 있던 각 부처 실무 담당관들은 청와대에서 ‘프레젠테이션 금지령’ 및 ‘끝장토론 도입’ 방식을 알리자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느냐”라며 물밑 통로를 가동, 문 대통령의 의중 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첫 스타트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 업무보고에서 “공영방송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된다”라며 속도전식 개혁을 예고했다. 정치권과 관가 안팎에선 “문재인표 공영방송 개혁과 공직 개혁의 신호탄이 아니냐”라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업무보고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된다. 취임 이후 줄곧 ‘원맨쇼’에 가까운 행보를 펼쳤던 문 대통령이 또 하나의 이벤트성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정부 3기의 알파와 오메가는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취임 직후 단행한 잇따른 업무보고를 비롯한 문 대통령의 현안 직접 챙기기 등이 지속할 경우 ‘만기친람(모든 정사를 임금이 친히 보살핌)식 리더십’으로 귀결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끊이지 않는다. ‘추미애·우원식’ 민주당 체제가 문 대통령의 존재감에 가려 보이지 않는 거울 지도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