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벌려보세요’ 선정적 콘텐츠 우후죽순…“편히 잠들려고 틀었다가 쇼크”
신 씨는 “대사는 대부분 ‘첫 성관계는 언제죠?’, ‘누워서 다리 벌려보세요’, ‘자위는 일주일에 몇 번 하나요?’ 이런 식”이라며 “산부인과가 이런 소재에 쓰인다는 것부터 저런 대사까지 너무 소름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댓글엔 너무 좋다며 다음엔 ‘굴욕의자’로 해달라고 그거 수치심 있다고 그러더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ASMR. 최근 기존과 다른 변질된 음란성 ASMR 콘텐츠가 우후죽순 생겨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ASMR은 자율(Autonomous)·감각(Sensory)·쾌감(Meridian)·반응(Response)의 약자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의미한다. 수십 년 전부터 미국 대체의학 사이트를 중심으로 소개돼 온 음향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 소개된 이후 팟캐스트,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 ASMR을 접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엔 기존과는 다른 변질된 음란성 ASMR이 우후죽순 생겨나 성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ASMR은 크게 세 종류로 분류된다. 먼저 물체의 반복적인 소리만을 들려주는 영상으로 바스락거리는 소리, 긁는 소리, 두드리는 등의 소리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사람의 소리 없이 진행되는 노토킹(No-Talking) 영상으로 제작되며 대개 화장품 용기, 비닐, 키보드 자판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또 다른 장르는 입으로 내는 소리 영상이다. 동일한 단어를 반복하거나 책을 읽어주는 또는 일정한 발음을 반복하며 속삭이는 소리 등을 말한다. 최근에는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소리 등 이팅(Eating) 사운드 콘텐츠가 늘고 있다.
마지막으로 롤플레이(Roleplay) 장르가 있다. 사람 목소리와 물체 소리가 섞여 쉽게 일상 속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영상으로 선정적인 콘텐츠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롤플레이 ASMR이 성행하면서부터다. 흔히 메이크업 영상, 거품 목욕, 귀 청소하는 소리 등이 있다. 평소 귀 청소 롤플레잉을 자주 듣는다는 대학생 정매연 씨(여·22)는 “고등학교 때부터 수면장애가 있었다. 그래서 찾게 된 게 ASMR인데 진짜 아빠가 내 귀를 파주는 것처럼 아빠랑 대화하는 것처럼 마음이 편한해지는 걸 느낀다”며 “자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음 지칠 때마다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점차 자극적인 콘텐츠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9월 1일 유튜브에 ‘ASMR’과 ‘19’ 키워드를 함께 검색해본 결과 430여 만 건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롤플레이 ASMR이지만 그 안에서도 장르는 천차만별이다. 신 씨가 접한 산부인과 등 각종 서비스 종사자와 손님 관계는 물론 선생님과 제자, 연인 관계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 가운데는 특정 인물에 수치심을 느끼도록 만드는 이른바 수치플레이, 가학적 성향의 SM 스타일도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같이 선정적 ASMR 콘텐츠가 성행하게 된 이유는 광고수익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이 많이 찾을수록 광고수익과 직결돼 자극적인 소재를 찾게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ASMR 롤플레이 전문 유튜버 A 씨는 <일요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처음엔 백색소음 위주로 콘텐츠를 제작했던 사람도 점차 경쟁자가 많아지고 콘텐츠가 풍부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살 궁리를 찾게 된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튜버는 “19금 ASMR이 유독 발달한 나라들이 있는데 일본의 경우 카테고리로 좀 더 발전됐다”며 “ASMR로 포장한 채 단순히 인기를 끌려는 수단으로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들 때문에 순수한 작업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선정적 콘텐츠에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2만여 명의 구독자를 둔 한 ASMR 롤플레이 전문 유튜버의 경우 콘텐츠가 올라올 때마다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데 대부분이 학생들이다. 이들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원하는 주제나 성적 취향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고등학생 정 아무개 씨(여·18)는 “하루 종일 공부하다 밤에 잠들기 전 들으면 하루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라며 “ASMR을 들으면서 성적 취향을 찾은 것 같다. 또 단순히 듣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끼리 원하는 취향, 스타일을 공유하고 유튜버에게 전달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튜브 측은 사용자 신고에 따라 가이드라인대로 관리·감독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유튜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는 부적절한 콘텐츠를 유튜브 사이트 내에서 불허한다는 내용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반하는 콘텐츠를 사용자들이 신고하면 담당 팀이 콘텐츠 리뷰 후 가이드라인 위반 콘텐츠를 삭제 조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습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용자의 계정은 차단된다”고 말했다.
구독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일부 여초 사이트 회원들의 관련 신고가 잇따르자 일부 유튜버들은 선정적 내용의 콘텐츠를 삭제하고 채널 운영에 나섰다. 다만 이들은 기록이 남지 않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일주일에 한두 번 선정적인 콘텐츠를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무법지대 온상된 ‘오픈 채팅방’…‘소라넷’ 사라지니 왕소라들 그곳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음란 채팅방 광고글. 사진=페이스북 캡처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하다 보면 ‘야동 공유방 회원모집’이란 광고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는 야한 동영상을 공유하는 채팅방을 의미한다. 한 광고글은 “총 인원 5000명, 회원 중 여성분 상당수, 연령별 각방 운영하며 나이 제한 없음, 방장 통해 개인톡이나 만남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채팅방은 사용자의 실명, 전화번호 등이 공개되지 않는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익명성’을 십분 활용했다. 홍보 사진에 게재된 방장의 아이디를 검색해 넣고 입장 신청을 하면 별도 신상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채팅방 입장이 가능하다. 방을 경험한 적 있는 한 30대 남성은 “며칠 방에 있어보니 보통 야톡방이 아니다. 오픈 카카오톡에서 방을 계속 옮겨다니며 해외서버와 대포폰을 이용해 불법도박방과 음란물 유포방을 대거 만들어 채팅하고 있다”며 “소라넷처럼 음란물 중에선 리벤지포르노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채팅방을 통해 성매매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설자가 “연령제한이 없고 개인톡·만남이 가능하다”고 명시한 만큼 청소년들이 성매매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음란물 공유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회원 위주의 폐쇄적 운영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적발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상시 단속체계를 가동해 음란물 공유 공간을 적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