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대한 고집 드디어 통해…막강 팬덤 워너원 꺾고 차트 1위 석권
1990년 그룹 공일오비의 객원가수로 데뷔한 윤종신은 다양한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이지만 음원차트 1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발라드 가수로 승승장구하며 ‘너의 결혼식’ ‘오래전 그날’ 등 히트곡을 발표하던 1990년대 중·후반에도 이루지 못한 성적. 게다가 곧 50대에 접어드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감성을 섬세하게 자극하고 있다.
윤종신이 만든 ‘좋니’ 열풍의 근원지는 남성 팬의 열렬한 지지에서 나온다. 남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노랫말, 노래방에서 한번쯤 따라 부르고 싶은 멜로디가 남자들의 마음을 자극한다는 분석이 따른다.
하지만 신드롬은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 법. 윤종신이 오랫동안 고집해온 음악 작업 방식이 거둔 성과라는 해석도 있다. 동시에 윤종신과 꾸준히 교류하며 그의 작업을 돕는 이들의 숨은 조력도 간과하기 어렵다. 어쨌든 윤종신이 2017년 가을 가요계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윤종신은 공일오비로 데뷔해 지금까지 20장이 넘는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시한 노래도 100곡을 넘는다. 발라드 가수로 출발했지만 음악활동에만 전념한 것도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예능프로그램을 무대로 삼았다. 최근에는 가수보다 예능인으로 인지도를 높인 것도 사실. MBC <라디오스타>가 대표적이다. 함께 출연하는 김구라와 티격태격하며 깐족거리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은 탓에 ‘가볍고 웃긴 형’의 이미지도 강하다.
한편으로 윤종신은 엔터테인먼트회사(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기도 하다. 서장훈과 김영철, 연기자 한채아 등이 소속된 회사다. 동시에 제작자이기도 하다. 예능프로그램 제작을 넘어 최근에는 영화 제작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방위에서 활동하는 멀티플레이어의 모습이다.
하지만 윤종신은 음악에 있어서만큼 고집스러울 만큼 원칙과 소신을 지켰다. 실시간 차트로 집계되는 음악 순위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온 유일무이한 가수이기도 하다. 가요계에서는 ‘좋니’의 성공을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보고 있다.
6월 22일 발표한 ‘좋니’는 윤종신이 만든 음원공개 플랫폼 <리슨> 프로젝트가 내놓은 10번째 곡이다. 발표 이후 음원차트 50위권에도 들지 못한 ‘좋니’는 그대로 사라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노래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순위가 다시 오르는 ‘역주행’까지 벌어졌다.
가수로 활동한 지 30년이 가까워오지만 윤종신이 음원차트는 물론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오래전 그날’과 ‘환생’으로 1993년과 1996년 각각 KBS 2TV <가요톱텐>에서 2위를 기록한 게 최고 성적이다.
‘좋니’ 인기의 발판은 역시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입소문에 있다. 윤종신이 노래 출시 직후 출연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부른 라이브 영상 등이 SNS를 비롯해 유튜브에 공개됐고, 특히 남자들이 한번쯤 따라 부르고 싶은 노래로 입소문이 나면서 음원차트 순위까지 급상승했다. 노래를 알리기 위한 프로모션 한 번 진행하지 않고 거둔 의미 있는 성적. 심지어 윤종신은 같은 시기 활동한 그룹 워너원까지 제쳤다. 팬덤이 두터운 아이돌 가수가 아닌 중년의 남자 발라더가 보인 저력이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남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가사에 공감한 20~30대 남자 팬들이 노래방 같은 곳에서 한 번쯤 불러보고 싶은 노래로 입소문을 더했다”고 밝혔다.
# 윤종신을 만든 사람들
사실 윤종신은 단순히 가수라는 타이틀로만 부를 수 없는 위치다. 소속사를 통해 음반 기획과 제작도 총괄하고 있는 데다 <라디오 스타>로 대표되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한다. 독립영화 제작을 장기 프로젝트로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시도의 일환이다. 이 같은 다양한 활약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 지금의 성과를 가능케 한 사람들이 있다. 아내 전미라와 음악적 동지인 작곡가 정석원이 대표적이다.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 전미라와의 결혼은 윤종신을 더 넓은 세계로 도전하게 했다. 윤종신과 전미라는 결혼하기 6년 전인 2000년, 테니스 강습생과 코치로 처음 만났다. 몇 년 뒤 가수와 스포츠잡지 기자로 재회하고 사랑을 키웠다.
결혼한 누구나 러브스토리가 있지만 이들의 사연은 더 각별하다. 결혼 전 크론병과 싸우던 윤종신은 이를 조심스레 고백했다. 쉽게 치료될 병이 아닌 만큼 고민도 컸다. 전미라는 “함께 이겨내자”며 손을 잡았다. 아내의 지극정성 내조로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다.
이들 부부는 아들과 두 딸도 두고 있다. 모두 초등학생들이다. 부부가 주로 나누는 대화 소재는 역시 자녀 이야기. 윤종신은 “아내와 자식 교육은 얼마나 잘 내버려 두느냐의 싸움이라는 말을 자주 나눈다”며 “부모가 자식을 좌지우지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맡기자고 아내와 다짐한다”고도 했다.
작곡가 정석원은 윤종신을 발탁한 인물이다. 30년지기 동료이자 대학(연세대) 선후배 사이다. 정석원은 대학 교내 가요제에서 수상한 윤종신을 보고, 당시 자신이 구상하고 있던 그룹 공일오비의 객원가수로 발탁했다. 그렇게 공일오비의 1집 타이틀곡 ‘텅빈 거리에서’로 가요계에 데뷔한 윤종신은 역시 정석원이 작곡한 ‘너의 결혼식’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윤종신의 히트곡 ‘오래 전 그날’의 프로듀서 역시 정석원이다. 윤종신을 가장 잘 아는 음악 파트너로 알려진 정석원은 현재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몸담고 다양한 음악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