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 5만 가구 시장 자극…‘아무리 돈줄 죄어도, 집 더 살 부자는 많다’
# 건설사들은 왜 강남 재건축에 목을 맬까
반포주공1단지(1, 2, 4주구)는 현재 2563가구다. 재건축을 하면 5800가구로 변신한다. 임대주택 232가구를 제외하면 일반 분양분은 3000가구가량이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에도 강남 재건축 시장은 뜨럽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최근 논란이 되는 반포주공1단지.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현재 조합과 건설사 측이 예상하는 분양가는 3.3㎡당 5100만 원 정도다. 매출에 해당하는 분양총액은 4조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공사비는 약 2조 7000억 원으로, 매출이익은 1조 3000억 원이다. 여기에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지출하는 이주비와 이사비 지원 4000억~5000억 원가량을 빼더라도 8000억 원가량이 남는다. 4조 원 매출에 8000억 원 이익이면 영업이익률 20%다. 남는 장사다.
변수는 있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3.3㎡당 5100만 원을 못 받을 경우다. 현재 주변 시세인 3.3㎡당 4000만 원을 받으면 적자가 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후분양제를 옵션으로 넣었다. 후분양제는 분양가상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후분양제를 택하면 공사비 조달비용이 든다. 연간 1000억 원 가까운 비용이 들 수 있다. 매출이익이 5000억 원대로 줄 수 있다. 그래도 영업이익률 12%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로 해외플랜트 수주에서 큰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급 토목공사는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매출에는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크게 줄였다. 돈 될 곳은 주택뿐인데 그나마도 대규모 신규택지 개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후분양의 가장 큰 리스크는 미분양이다. 하지만 ‘강남’은 부촌이자 선망의 땅이다. 미분양이 날 리 만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게다가 강남 재건축은 브랜드 가치에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여기까지 계산을 마치면 건설사의 결론은 ‘무조건 고(Go)’다.
#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를까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에는 조합원당 무이자로 대여되는 이사비 5억 원과 이주비를 합치면 총 5조 원 정도가 몰린다. 세입자에게 나갈 돈을 제외하더라도 3조 5000억 원 이상이다. 하반기 강남4구 이주 수요는 2만 가구가량이다. 1가구당 평균 10억 원 정도로 살 집을 구한다고 가정하면 시장에 쏟아질 돈은 20조 원이다. 매매가 아닌 전세라고 쳐서 8억 원 정도로만 잡아도 16조 원이다. 마포, 용산 등 서울 핵심이나 과천, 분당 정도의 수도권이 이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강남을 포함해 서울 전체 하반기 재건축 및 재개발 이주 수요는 4만 8000가구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요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공급 부족을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공급을 늘릴 수만도 없다. 아직도 수도권 일부에는 미분양이 존재한다. 3년간의 이주 수요를 위해 공급을 늘렸다가 이들이 재건축이 끝난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면 반대의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재건축분에는 일반 공급분도 포함된다. 즉 재건축과 재개발이 끝나는 시점에서는 다시 공급 우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서울 전세가격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세는 매매가에 앞서 움직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 0.01%였던 서울지역 전세금 상승률은 9월 둘째 주 0.04%로 높아졌다. 강동구는 8·2대책 발표 이후 매주 0.06∼0.22% 올랐다. 개포주공이 있는 강남구도 9월 첫주 0.02%였던 전세금 상승률이 둘째 주 0.12%로 높아졌다. 송파구와 강동구 역시 9월 둘째 주 상승 폭이 전주에 비해 0.02%포인트씩 증가했다.
# 부동산 대책 영향 안 받나? 추가규제는?
부동산 관련 정부 대책은 투트랙이다. 중과세로 다주택자 등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대출규제로 돈줄을 끊어 놓겠다는 것이다.
먼저 다주택자 양도차익과세는 양도차익이 발생했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양도차익 극대화를 위해 중과세 기준을 피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손해를 보고 팔 이유 역시 없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고 있다. 임대사업등록시 혜택 내용에 따라 보유와 처분 사이에서 의사결정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대출규제 역시 부자들에게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살 경우 전세보증금은 정부의 가계대출 통계에서 빠진다. 부자들은 자산의 규모와 종류도 다양하다. 대출한도도 꽉 채운 경우가 많지 않다. 소득이 많아 새로운 대출규제가 시행되더라도 차입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다. 적극적으로 늘리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빚부담에 눌려 보유자산을 급히 처분할 정도의 상황도 아니다.
부자들은 생각보다 많고, 빠르게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KB금융은 2011년부터 매년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개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 부자보고서’를 낸다.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부자의 수는 지난해 말 24만 2000명으로 전년(21만 1000명) 대비 14.8% 늘어났다. 한국 부자 수는 2012년 16만 3000명에서 지난해 24만 2000명으로 연평균 10%씩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이는 KB금융만의 조사 결과로 전체로 확대하면 숫자와 액수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부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억 6000만 원으로 일반 가구 4883만 원의 5.3배 수준이며 은퇴한 부자의 월평균 생활비는 717만 원으로 일반인 평균 237만 원의 3배다. 연평균 소득의 절반인 1억 3000만 원을 이자로 낸다고 가정하면 연리 3.5%를 적용할 때 37억 원을 빌릴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
반포주공1단지 ‘이사비 7000만원’ 무산 뒤에 파워맨이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의 이사비 7000만 원 지급 방안을 무산시킨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토부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에 뛰어든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1차 합동설명회를 여는 당일 “이사비 7000만 원은 위법소지가 있으니 현대건설은 이를 시정하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GS건설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권 전 장관이 2013년 3월 11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이임식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토부는 당초 이사비는 위법소지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사회통념상의 이사비를 초과한 부분은 ‘이사 지원’이 아니라 사실상 ‘시공사 선정’을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려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면서 사회통념에 해당하는 적정한 수준을 정하는 역할은 지방자치단체로 넘겼다. 이사비 7000만 원으로 상당한 호응을 얻으며 유리한 고지에 올랐던 현대건설은 치명상을 입었다. 국토부의 결정에 맞설 수도 없다. 자칫 맞설 경우 시공사로 선정이 돼도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연내 거쳐야 할 절차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GS건설 사외이사인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과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부 장관의 건설사 사외이사행은 극히 드물다. ‘로비’가 아니더라도 국토부 사정을 잘 아는 만큼 논리개발 등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국토해양부 차관 퇴임 후 2010년 말부터 5개월여간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했던 권 장관은 2011년 장관후보청문회 당시 장관 퇴임 후에 김앤장에 다시 갈 용의가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계획이 없다. 이번 기회가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마지막 기회다”라고 답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2016년 6월 권 전 장관은 GS건설 사외이사에 선임된다. 선임 당시 그의 현직은 ‘김앤장 상임고문’이었다. 2011년 청문회 때 답변했던 ‘계획’이 바뀐 셈이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관련 GS건설의 법적자문은 김앤장이 맡고 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