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이현경 교수 작품… 21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서 일주일간 일반에 공개
BeeVi 변기의 모양 및 기능
[울산=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변비로 고생하거나 변기에 쓰이는 물이 아까운 사람이라면 UNIST 사이언스월든팀에서 개발한 ‘비비 변기’를 주목할만하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사이언스월든팀에서 개발한 비비 변기 2종이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 2관에 전시한다고 밝혔다.
‘비비(BeeVi) 변기’는 물을 거의 쓰지 않고, 대소변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며, 배변 자세까지 도와주는 똑똑한 변기다. 이번 전시에서 ‘사이언스월든(Science Walden)’의 대표 기술인 똥을 돈으로 바꾸는 ‘똥본위화페’ 프로젝트인 비비 변기를 직접 볼 기회가 마련된다
전시될 비비 변기는 2종으로 2015년 개발된 ‘비비 변기 1세대(WALDEN 1.0)’와 이를 발전시킨 ‘비비 변기 2세대(WALDEN 2.0)’이다.
1세대 변기는 양변기 아랫부분에 건조기와 분쇄기를 설치해 대변을 가루로 만든다. 이 가루를 미생물 에너지 생산시설에 넣으면 메탄가스로 바꿔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물을 저장하고 배수관을 설치할 공간이 필요 없어 기존 수세식 변기보다 작다. 조선시대 백자를 닮은 유선형이며 화장대의 의자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4인 가족 기준 평균 생활용수의 약 27%를 차지하는 화장실에서 소비하는 물을 절약하고 물을 정화하는데 쓰이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
변기 디자인에 참여한 조은호 UNIST 융합경영대학원 학생은 “화장실을 뜻하는 Toilet의 어원인 프랑스어 Toilette는 탈의실이나 분장실처럼 화장을 고치는 장소라는 뜻”이라며 “화장실을 더럽고 불결한 공간이 아닌 아름답고 건강해지는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변기를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1세대 변기는 인체공학적 설계를 거쳐 배변을 도와주는 자세도 만들어준다. 기존의 변기와 비슷한 높이로 제작하되, 변좌에 앉으면 엉덩이 부분이 쑥 내려가도록 만든 것이다. 이때 상체와 다리의 각도는 35°가 되는데, 이 자세가 배변에 가장 유리하다고 알려졌다. 스프링 장치도 추가해 일어날 때 살짝 밀어주는 효과도 갖췄다.
2세대 변기는 건조기와 분쇄기마저도 없앴다. 대변을 진공으로 빨아들여 에너지 생산시설로 바로 보낼 수 있는 구조다. 이때 0.5리터 정도의 물이 필요한데, 일반 변기에 들어가는 12리터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초절수 진공 변기’를 구현한 것이다.
이 변기에는 건강을 위한 첨단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우선 자외선(UV) 램프가 설치돼 변기 내부와 변좌를 살균‧소독해준다. 또 대변과 소변을 분석하는 바이오 센서가 장착돼 있어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팀_왼쪽부터 조은호 학생 이현경 교수 배정현 학생
2세대 변기 디자인에 참여한 배정현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학생은 “대변 가루를 옮기는 과정에서 불편함까지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1세대 변기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몇몇 기능을 추가하고, 사용 환경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변기 뚜껑에 투명한 커버를 배치했다”고 전했다.
비비 변기 디자인을 총괄한 이현경 UNIST 기초과정부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모델을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며 “환경을 생각하면서 건강과 청결에 중심을 둔 미래 화장실을 미리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2017 서울 생활의 발견-은밀한 공예(空藝)’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개인적이고 은밀한 공간인 화장실과 예술을 연결해 화장실 문화와 독특한 변기 등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비비 변기는 미래형 변기 섹션에 배치돼 화장실 공간이나 변기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작품들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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