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부터 한라산까지 ‘붉은 유혹’ 손짓…올해 단풍시기 다소 늦어
# 강원·수도권 ‘설악산과 오대산 단풍 절경’
설악산에서 단풍을 즐길 만한 등산로로는 소공원→와선대→비선대→귀면암→양폭대피스를 편도 6.5㎞로 경유하는 양폭코스 등이 있다. 단풍이 설악산에 이어 두 번째로 시작되는 오대산에서는 월정사 입구에서 상원사까지의 선재길이 유명하다. 계곡인 오대천을 좌우로 가로지르며 9㎞가량 이어진 옛길이다.
# 충청권 ‘하늘과 맞닿는 월악산 하늘재 명소’
충청지역에서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월악산, 속리산, 계룡산 등이 단풍 명소다. 월악산에는 하늘과 맞닿아 있다고 해서 하늘재로 이름 붙여진 오솔길이 있다. 충북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부터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까지 2㎞구간에서 천천히 산책하며 단풍을 즐길 수 있다. 계룡산 등산코스로는 갑사1코스 2.84㎞(갑사주차장→삼불봉), 갑사2코스 6.98㎞(갑사주차장→동학사주차장), 동학사1코스 2.84㎞(동학사주차장→관음봉), 동학사2코스 7.08km(동학사주차장→연천봉), 수통골2코스 7.8km(수통골주차장→수통골주차장), 신원사 1코스 2.9km(신원사주차장→연천봉) 등이 있다. 속리산 단풍은 입구에서 법주사 초입까지 1㎞가량의 오리숲 단풍이 가장 유명하다.
# 호남·영남·제주권 ‘단풍하면 내장산’
누가 뭐래도 전국의 ‘단풍 명소’를 꼽는다면 내장산일 것이다. 내장산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정읍의 내장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내장사까지의 3km에 이르는 단풍터널이다. 대구 팔공산은 오르지 않더라도 입구초기에 단풍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동화사∼수태골∼파계사 코스에서는 단풍터널이 형성돼 있다.
이 밖에도 다소 혼잡한 유명 관광지 대신 여유롭고 한가하게 단풍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어디가 있을까.
# 파로호 따라 시원한 눈맛이 일품…화천 해산령과 비수구미(강원 화천군 화천읍 평화로와 비수구미길)
화천의 가을은 해산령과 비수구미계곡에 가장 먼저 찾아든다. 화천읍에서 평화의 댐으로 이어지는 460번 지방도로를 차량으로 타고 가면 해산령 아흔아홉 굽이를 형형색색 물들인 단풍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아흔아홉 굽이의 중간 길목인 해산전망대에 올라서면 화천에서 가장 먼저 아침 해가 떠오른다는 해산(해발 1194m)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시에 골짜기 사이로 새파란 파로호가 까마득히 내려다볼 수 있다. 해산령이 드라이브를 즐기며 여유롭게 단풍을 감상하는 코스라면 비수구미계곡은 두 발로 걸어야만 만날 수 있는 매력있는 코스다. 따뜻한 가을햇살을 받으며 휴대전화도 붙통이 되는 호젓한 숲길을 걷는 동안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친구가 된다.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리막이어서 수월하고, 비수구미마을 이장집의 1만 원짜리 산채밥상도 꿀맛이다. 1박 2일을 계획한다면 둘째날 딴산, 꺼먹다리, 산소 100리길, 산약초마을을 돌아보면 좋다.
# 청량하고 달콤한 공기를 호흡…홍천 수타사계곡과 산소길(강원 홍천군 동면 수타사로)
공작산 생태숲을 통과해 수타사계곡을 끼고 걷는 산소길은 이름 덕분인지 유난히 공기가 청량하고 그 향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신라시대에 창건한 수타사를 중심으로 공작산 생태숲과 수타사계곡에는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나무는 하나둘 노란 옷,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벌개미취와 감국이 길 위에 향기를 더한다. 숲해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숲의 나무, 풀, 들꽃까지 자세히 알 수 있어 유익하다. 한서 남궁억 선생이 일제강점기 전국에 무궁화를 보급하기 위해 힘썼다는 서면의 무궁화마을, 홍천강의 시원한 풍광이 인상적인 밤벌유원지, 고소한 한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늘푸름한우 등을 둘러보면 홍천의 멋과 맛에 한껏 빠져들 수 있다.
가평에는 경기지역 최고봉인 화악산(해발 1468m)을 비롯해 명지산, 연인산, 유명산, 운악산 등 명산이 많다. 산 정상에서 시작된 단풍의 물결은 국도변 들머리, 유원지, 마을 깊숙한 곳까지 뻗어내려간다. 가평의 가을 풍경이 더욱 장관인 이유다. 10월의 가평은 어디든지 할 것 없이 단풍이 지천이지만 산이 많은 북면, 그중에서도 석룡산의 조무락골과 명지산이 으뜸이다. 석룡산(1147m)과 화악산 중봉(1423m)사이를 흐르는 조무락골은 길게 흘러내리는 넓은 물줄기, 푸른 이끼에 덮인 바위,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삼팔교 용수목에서 2∼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가평 8경중 하나인 명지단풍을 보려면 익근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계곡을 따라 명지폭포까지 갔다오는 코스가 좋다. 산을 오르지 않고 단풍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청평댐 부근에서 가평읍을 거쳐 연인산, 명지산, 조무락골 들머리, 강원도 화천군과의 경계인 도마치재까지 이어지는 75번 국도를 따라 구간마다 서로 다른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 주왕산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계곡 단풍길, 절골계곡(경북 청송군 부동면 주산지길 일원)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고장’이라는 뜻을 간직한 청송은 이름처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다. 청송의 가을 하면 단연 주왕산을 꼽을 수 있다. 대전사에서 용연폭포까지 이어지는 주왕계곡 코스, 주산지, 절골계곡의 풍광은 일품이다. 절골계곡은 계곡 트레킹의 명소로 대문다리까지 3.5km 이어진다. 특히 가을에는 활엽수로 가득한 계곡이 붉고 노란 단풍의 기운으로 넘친다. 주왕계곡과 주산지의 가을풍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2014년 문을 연 주왕산관광지는 대표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송한옥민예촌과 청송백자도예촌으로 구성돼 있는 주왕산관광지에는 수석·꽃돌박물관, 심수관도예전시관, 백자전시관, 청송백자체험관 등이 있어 숙박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관 관람, 체험까지 해볼 수 있다.
# 가을빛 담은 나무들이 주인이 되는 시간, 청남대(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가을엔 붉은 옷을 입은 단풍나무, 황금보다 눈부신 은행나무, 계절의 깊이를 알려주는 낙엽송이 그 주인공이다. 대통령의 별장에서 만인을 위한 숲과 정원으로 변신한 청남대에서는 그 길을 걷는 사람 또한 주인이다. 계절마다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 청남대는 가을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가을의 절정을 맞은 정원에는 서늘한 바람을 좋아하는 꽃들이 화사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와 청설모들이 숲길인 ‘대통령의 길’을 부지런히 오간다. 맑은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대청호를 감상하며 걷는 여행자의 마음은 여유롭기만 하다. 메타세쿼이아, 단풍나무, 미선나무들이 이어지는 길을 걸을 수 있는 미동산수목원과 문의문화재단지도 함께 둘러보자. 청원인터체인지 인근에 자리한 상수허브랜드에는 허브향 가득한 가을 정원이 기다리고 있다.
# 대구 앞산과 수목원에서 보내온 가을 초대장(대구광역시 남구 앞산순환로 외)
찬바람과 함께 소리없이 내려앉은 단풍이 대구 앞산의 옷을 바꿔 입게 만들었다. 앞산은 대구시 남쪽에 있는 산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며 단풍이 든 울긋불긋한 풍경과 대구 시가지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대구수목원에서는 빨간 단풍, 노란 은행나무 단풍 등 다양한 수종의 단풍을 만나볼 수 있다. 단풍이 물든 나무 아래로는 작지만 끈끈한 생명력을 지닌 앙증맞은 꽃망울이 터지고 있다. 허브힐즈의 홍단풍길에는 빨간단풍이 터널을 이룬다.
# 옛집 담긴 은행나무 마을서 ‘황금빛 향연’, 보령 은행마을(충남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길 일대)
보령 청라면의 은행마을에서는 가을이 탐스럽다. 10월이면 마을 전역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다가 결국 ‘황금빛 향연’으로 만들어버린다. 은행마을(구 장현리)은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 중 한 곳이다. 마을에 위치한 신경섭가옥 주변으로는 100년 이상 된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울창해 운치를 더해준다. 마을 주변에 은행마을 둘레길이 조성돼 있어 시골 정취를 만끽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은행마을 인근의 오서산은 만추의 계절이면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오서산의 은빛 억새와 은행마을의 노란 단풍은 가을 나들이 코스로 더할 나위 없는 찰떡궁합이다. 오서산 초입에는 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어 하룻밤 묵을 수 있다. ‘신비의 바닷길’도 둘러보면 좋다.
# 산사에 깃든 단풍과 산상에 물결치는 은빛 억새, 울산 석남사와 간월재(울산 울주군 상북면 석남로, 간월산길)
온 산하를 울긋불긋 물들인 단풍의 향연은 10월 말께면 울산 산악의 주봉인 가지산 석남사까지 점령한다. 석남사는 국내 최대의 비구니 수도처로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에 깃든 단풍 절경이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석남사에서의 단풍놀이가 조금 부족하다면 산사에서 멀지 않은 반구대 암각화도 가볼 만하다. 색다른 가을 풍경이 보고 싶다면 간월재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간월재는 억새 군락지로 이름난 울산 지역의 또 다른 가을 명소다. 해발 900m 이상의 고지대에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들이 깊고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울산에 왔다면 한번쯤 가봐야 할 곳이 장생포고래박물관이다. 장생포는 예전 고래잡이의 전지기지였던 곳으로, 박물관에는 갖가지 고래 관련 유물과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벽화마을인 신화마을과 울산 대표 명소인 대왕암공원도 둘러볼 만하다.
송승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