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새노조 “실적 압박이 죽음 불러“ vs KT ”처우 동종업계 수준“
이후 한동안 KT 내부에서 사고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KT의 자회사 KT서비스(KTs)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해 다시 시끄러워졌다. 지난 6월 충청북도 충주시에서 한 KTs 직원이 인터넷을 수리하던 중 흥분한 고객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9월 6일에는 전라북도 순창군에서 작업 중인 KTs 직원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KTs 직원들은 이러한 사고들이 결코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라 KT의 압박에서 비롯했다고 강조한다. KTs새노조 준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회사의 무리한 실적 압박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무시하는 실적 일변도의 KT 기업문화에도 큰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5년 7월 설립된 KTs는 KT의 유선통신기기 설비와 애프터서비스(AS)를 담당한다. 이전까지 KT의 설치기사들은 KT 협력사 ITS 소속이었지만 황창규 KT 회장이 ‘싱글 KT’를 추구하면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지역을 담당하는 ‘KT서비스북부’와 그 외에 지역을 담당하는 ‘KT서비스남부’, 두 개 법인을 설립했다. 이 두 법인을 합해 KTs라고 부른다.
현재 KT의 통신기기 설치기사들은 모두 KTs 소속 정직원이지만 KTs 직원들은 ‘KT 계열사 정직원’이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 대우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턱없이 적은 연봉에다 무리한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KTs 직원들은 ‘KT 계열사 정직원’이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게 턱없이 적은 연봉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사진=KT서비스남부 제공
KT는 2014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 8304명의 직원이 명예퇴직했다. 당시 퇴직한 직원 중 일부는 KT의 권유로 KTs로 재취업했다. KT와 KT제2노조(KT새노조) 모두 통계가 없어 KT 출신 KTs 직원이 몇 명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진 못한다. 다만 KTs 내부에서는 설립 당시 KTs 직원 4100여 명 중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1000명 이상이 KT 출신이었다고 추측한다. 나머지 직원들은 대부분 ITS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었다.
KT 출신 직원들은 KT에서 근무할 때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근무한다. ITS 출신 직원들 역시 KT 자회사의 정직원이 됐음에도 처우에 큰 변화가 없다고 주장한다. KT 관계자는 “퇴직한 KT 직원들이 KTs 근무를 희망했다”며 “퇴직한 직원들에 대해 재취업을 보장한 것이고 (퇴직 후 KTs에 재취업해 연봉이 줄어든 것에 대한 비판은) 관점의 차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KT 관계자는 이어 “KTs 직원의 처우는 동종업계 수준에 맞춘 것”이라며 “오히려 다른 통신사들의 설치기사들은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KT는 직접 정규직화해서 고용안정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설치기사들은 기본급 140만~160만 원 수준의 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KT 자회사와 다른 통신사의 협력업체를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KT 노동자모임인 KT전국민주동지회와 KT새노조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KTs 직원들의 기본급은 150만~170만 원 수준이었다. 한 KTs 직원은 “일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 기본급은 150만 원이었고 주말 등 휴일에도 일해야 실적급여가 70만~80만 원, 휴일을 쉬면 30만 원 정도의 실적급여를 받았다”며 “한 달 내내 휴일 없이 일해서 받는 월급이 220만~230만 원”이라고 토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KT 직원의 평균 연봉은 7600만 원으로 KTs와 큰 차이가 난다. KTs 직원들은 위험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지만 위험수당도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우측)과 황창규 KT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골목에서 저전력 냉온장고를 저소득층 주민 및 홀몸 어르신 가정으로 전달하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KTs 내부에서 불만을 제기하자 KT는 지난 7월부터 기본급을 상승시키는 등 KTs 직원 처우 개선에 나섰다. KT 관계자는 “기본급 인상, 추가근로수당, 회사에서 제공하는 저금리 대출, 근속기간에 따른 포상금 등을 신설했다”며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복지를 제공하려 하며 구체적인 임금 인상 액수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KT새노조에 따르면 기본급이 150만~160만 원대인 직원은 기본급 10만 원 상승, 170만 원 이상인 직원에게는 임금 상승 대신 70만~80만 원 수준의 일회성 위로금을 지급했다. KT새노조 관계자는 “내년 최저시급(7530원) 기준으로 주 5일 8시간 근무하면 월급은 157만 3770원”이라며 “최저시급이 상승해 어쩔 수 없이 연봉을 올려준 것으로 보이며 실제 상승한 기본급도 최저임금과 큰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추가근로수당과 관련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듯하다. 앞의 KT새노조 관계자는 “기존에는 한 달에 12시간까지 추가근로를 인정했지만 이번에 20시간으로 늘렸다”며 “주 5일 기준으로 하루 1시간 추가근로를 인정하는 것인데 현장근무를 하고 회사에 복귀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실제 근무시간은 훨씬 더 길다”고 덧붙였다. KT 관계자는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KT의 취지는 직원들의 처우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KT는 올해부터 시험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기존 KT 소속에서 KTs 소속 직원으로 교체했다. 시험실은 전화선이 고장났을 때 KT 지사와 고객의 연결 상태를 실험하는 곳이다. 전국 400여 개의 KT 지사 대부분에 시험실이 있고 한 시험실에 보통 3~4명이 근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 시험실 인력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KT전국민주동지회 관계자는 “일부 관리 파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KTs 등 자회사나 하청업체에 맡겨 비용절감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T 관계자는 “KTs의 설립 취지가 현장업무에 대한 효율성을 위해서였고 시험실 업무는 현장업무와 굉장히 밀착한 업무”라며 “업무의 효율성 차원에서 해당 업무를 KTs에 이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