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은 크게 네 갈래 세력으로 나뉘어 이뤄지고 있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위시한 친위그룹이 있고, 한화갑 대표를 정점으로 또 하나의 세가 있다. 당초 그들은 노-한 체제로 한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싸고 조금씩 다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당대회에서 패배, 비주류로 전락한 친 이인제 성향의 그룹에서 지방선거 책임론을 거세게 제기하며 노-한체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화갑 대표 등 당지도부 책임론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게까지 동반 책임을 묻고 있다.
특히, 친 이인제 그룹 인사로 분류되는 이근진 의원의 경우 ‘노무현 후보가 사퇴하지 않으면 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노-한 체제를 떠받치고 있던 소장개혁 의원그룹에서도 노무현 후보, 한화갑 대표 진영과 조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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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4일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 ||
결과적으로 패배가 분명하게 드러난 지방선거에 대한 책임을 재보선 이후로 연기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오히려 개혁진영에서는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불거지는 현 시점에 지도부가 확실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이 기회를 통해 노무현 중심의 당으로 새롭게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개혁진영에서는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이 대체로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의 비리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실질적으로 ‘DJ와의 단절’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한화갑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에서 일괄사퇴하고, 조기에 노무현 후보 중심으로 대선 진용을 갖춰야한다고 주장한다. 8·8재보선 공천에 대해서는 노무현 후보의 대선행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개혁진영 내부에서도 조금씩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친노 성향의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 지도부 차원에서 책임을 지고 노무현 후보에게 ‘비상대권’을 넘겨줘 재보선 이후 책임을 지는 방법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소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인사들은 당 지도부 책임은 물론, 후보 재신임 문제까지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해결하고 가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
노무현 후보 재신임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특히, 지방선거 패배 원인에 대해 대통령 세 아들의 게이트가 주요 패배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일부 개혁진영 인사들 사이에서는 ‘노-한 체제’에서도 원인을 찾고 있는 것. 그러나 현재의 민주당 사태는 명분상 책임론과 재신임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권과 대권을 두고 벌어지는 권력투쟁 양상이 짙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전당대회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노무현-한화갑 체제에 대해 심각한 반감을 갖고 있는 동교동 구파와 친이인제 진영에서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노무현-한화갑 체제 출범을 원인무효로 하고 전당대회 등을 통해 당권 대권에 재도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여기에 당권 장악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소장 개혁그룹이 당권투쟁에 가세하면서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분사태는 이제 단순히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과 재신임론을 뛰어 넘어 ‘도 아니면 모’식의 세력 대 세력의 치열한 전쟁 국면으로 넘어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