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장미꽃 달기 운동 “자발적 성노동자” 주장 앞과 뒤

“돈 없으면 함께 성 노동 하자” 마치 술 권하듯

[일요신문] 109년 전 여성들은 고통 받는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빵’과 ‘장미’를 요구했다. 당시 빵은 노동자들의 인권을,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의미했다. 이들의 저항정신은 1975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지정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년 세계 여성의 날마다 여성단체들이 빵과 장미를 나눠주는 것은 이런 역사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오늘날 온라인상에서 장미의 의미가 다소 달라졌다. 젊은 여성 그 자체, 또는 그 여성들이 제공하는 ‘성 노동’의 대가라는 ‘꽃값’ 즉 화대라는 의미가 덧씌워진 것. 트위터 등 SNS에서 번지고 있는 이른바 ‘성노동자들의 장미꽃 달기 운동’ 때문이다. 
 

성매매 여성이 아니면서 장미꽃 이모티콘을 사용한 트위터 계정을 지적한 한 트위터리안. 그의 계정명 옆에 장미꽃 이모티콘이 붙어있다. 트위터 캡처.

자신들을 성매매 여성이 아닌 ‘성노동자’라고 자칭하고 있는 이들이 장미꽃을 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최근 1~2년 사이 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SNS 계정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들만의 동지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계정 이름 옆에 장미꽃 이모티콘을 달게 됐다. 장미꽃 이모티콘을 달았다고 모두 성매매 여성인 것은 아니지만, 이 이모티콘은 자칭 성노동자들이 서로의 동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성매매의 합법화를 주장하며 자신들을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 프레임화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현행 성매매 특별법은 강요에 의한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오히려 자신들을 불법으로 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노동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피해 여성으로 분류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단지 국내에서 성매매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노동할 수 없을 뿐이므로 합법화를 선행해 달라는 것이다.

성매매 특별법을 반대하는 성노동자의 트윗.

이전의 성매매 여성들이 온라인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공유했던 것과 달리 성노동자들은 누구나 볼 수 있는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한다. 장미꽃 이모티콘을 붙인 성노동자의 계정에는 이들의 ‘노동’에 대한 임금과 활동 내역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실명을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활동 지역, 나이, 연락처 등이 기재돼 있어 쉽게 접촉이 가능하다. 심지어 본인의 사진을 그대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성매매에 대해 “여성의 자유로운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이며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여성의 당당한 노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성노동자는 자신의 계정에 “우리는 성 노동을 선택해서 했고 착취당하고 있지 않다”라며 “특정 형태의 노동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우리의 생계수단과 직업을 앗아가지 말라”고 말하며 성매매 특별법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페미니즘’을 내세워 성매매에 종사할 여성을 모집한 것도 문제가 됐다. 지역의 한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성노동자는 자신의 업소 사장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며 “페미니즘을 잘 아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만큼 편하게 성노동을 할 수 있다”며 성매매 여성들을 모집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 여성을 비판한 다른 여성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려졌다. 트위터를 이용하는 일부 성노동자들은 “이왕 정당하게 노동하는 거 여성을 잘 아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에 가는 게 뭐가 문제냐” “여성의 당당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에 따른 노동이니 페미니스트가 운영하는 업소에서 일하면 더욱 이해 받을 것” 등등의 표현으로 그를 옹호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행위를 노동으로 규정하는 만큼 이에 대한 추천도 거리낌이 없다. 트위터에서 만난 온라인 친구에게 마치 담배나 술을 권하듯 “돈이 없으면 나와 같이 성 노동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식이다. 이들은 이미 자신의 트위터에 1시간에 얼마를 버는지, 그 돈으로 무엇을 샀는지, 일반적인 노동에 비해 자신들이 얼마나 더 쉽고 자유롭게 돈을 버는지를 홍보해 왔다. 그런 글을 보고 혹한 어린 여성들이 그대로 성매매에 빠져드는 일도 적지 않다. 누구도 그에게 “이런 방식은 잘못됐다”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페미니즘’을 내세워 성매매 여성을 모집하고 있는 한 트위터 계정.

‘성매매 없는 세상 만들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에 있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돈을 주고 성을 매매하는 관계에서 그 선택권은 판매자인 여성이 아니라 매수자인 남성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물론 성매매가 아닌 성 노동을 주장할 수 있고,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성매매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젠더 폭력이나 성 착취, 인권 침해 등을 먼저 살피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노동의 측면으로 이에 접근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단체 측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단체의 한 관계자는 “성노동자들은 성매매 특별법이나 성매매 추방 등 캠페인 때문에 자신들의 존재가 지워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주장 때문에 지워지고 있는 것은 오히려 그 반대편에 있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성노동자들이 자발적인 노동을 주장하면서 실제 피해 여성들에게까지 편견이 덧씌워진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어 “성매매로 성적 착취, 인권 침해 등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여성들은 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저런 목소리가 높아지면 사람들이 봤을 때 ‘성매매 여성들 본인이 좋아서 (성매매를) 하는 게 아닌가’라는 편견을 갖게 될 수 있다”라며 “이런 성노동자들이 성매매라는 민감한 사안을 너무 과잉대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행 성매매 특별법에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성매매 피해자는 ▲위계, 위력 등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 ▲업무관계, 고용관계 등에 따라 보호 또는 감독하는 사람에 의해 마약에 중독돼 성매매를 한 사람 ▲청소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사람 또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성매매에 유인된 사람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 등의 경우에 한한다. 이와 반대로 자칭 ‘성 노동자’들처럼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성 노동에 임했다고 주장하는 성매매 여성들은 처벌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경찰청 생활질서계 소속 경찰은 이에 대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임한 여성은 성매매 특별법 상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라며 “특히 자신의 성매매 사례를 공개하며 이를 다른 이에게 권유한 증거가 있을 경우 성매매 알선 행위에도 해당돼 그에 따른 수사가 함께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