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극복 위한 해결책 모색
[서울=일요신문] 윤광제 기자 =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이어 9월에만 3차례나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이사장 유준상)이 북한의 도발과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지난 1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북핵위기 극복 및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세미나에는 각계각층 인사 300여 명이 행사장을 방문하는 등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행사에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 박주선 국회부의장, 권노갑 국민의당 상임고문,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용태, 나경원 의원 등이 참석했다.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유준상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최근 한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가 어려워졌는데 창립 25주년을 맞아 21세기 경사연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사진들과 고민 끝에 북한의 북핵위기 극복,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비전 세미나를 여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해 일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은 어떻게 하면 국민적 에너지를 집결시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앞당길 것인가 지혜를 모으고, 국가전략 운영의 싱크탱크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이득을 국정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으며 과거 동맹관계에 대해 그렇게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분석으로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뒤 “트럼프 대통령이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나 앨리슨 교수 등이 주장하는 미중 대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대비책을 세워 놓고 한국의 이익과 안보가 희생당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 한국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야 되고 정상간의 화학적 친밀도도 높여야 하고 동시에 대미 외교위 총력전을 펼쳐야 하며 미국 정부 내외의 모든 수준에서 ‘맨투맨’ 방식으로 대미접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초비상 시기이므로 무엇보다 외교, 안보, 남북관계, 정보담당 부처간 메시지, 정책 전략 등이 일사분란하게 검토되고 조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호 통일연구원 통일정책협력단장의 사회로 진행된 2부 토론에서는 김성재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이 첫 토론자로 나서 “이제는 더 이상 패권제국들의 이익을 위해 자국민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넘어 북한과 반드시 평화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화해와 평화교류협력의 햇볕정책으로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 하고 미국과 일본을 설득해 북한과 수교하게 하는 것’을 제시한 뒤 “선 북핵 문제해결 후 대화가 아니라 선 대화로 북핵 문제가 결과적으로 해결되는 길을 가야 한다”며 남북간 대화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김용운 단국대 석좌교수는 ‘한반도 통일의 가능성, 온전(溫戰) 구조의 총언’이라는 주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개념에 열전(熱戰)과 냉전(冷戰)이 등장했고, 현재 북한과 미국 사이에 온전(溫戰)의 개념이 등장했다”고 소개한 뒤 북한의 핵위협을 막을 수단, 한반도의 현실적 평화방안으로 영세중립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 중립화의 최소 조건으로 “어느 나라와도 전쟁하지 않는 것, 어느 나라와도 동맹을 맺지 않는 것, 한반도 비핵화, 국제기구의 평화보장 등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 핵문제의 도전과 선택, 닫힌 게임, 막힌 게임, 멈춘 게임, 바뀐 게임’ 이라는 주제로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며 북한의 핵능력으로 게임의 틀이 달라졌다”고 전제한 뒤 “북한의 핵능력으로 비핵화는 협상 의제에서 탈락한 상태이며, 강대국 정치의 도전에 적응할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무엇인지에 따라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정책 선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준 경희대 교수(전 UN대사)는 ‘한반도 통일과 UN’이라는 주제로 “핵 억지력이 중요하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전술핵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 뒤 “북한이 선택의 순간을 맞이할 때까지 압박의 수위를 높여서 핵을 선택하지 않고 경제발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그 전까지는 북한의 핵능력을 상쇄할 수 있는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동신대 교수(전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암환자에게는 한 가지 약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여러 가지 약을 섞어서 복용케 하는 ‘칵테일 요법’이 두루 쓰이고 있다고 예를 들며,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칵테일 요법’ 방식의 접근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 ‘핵 포기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하는 우크라이나 방식 + 북미평화협정 + 6자 보장’이라는 정책의 조합을 통해 북을 협상테이블로 이끌 수 있고, 한국도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협상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홍문종 국회의원(외교통상위)는 ‘통일로 본 국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최근 평화적 분단에 대한 선호가 눈에 띄게 증가해 분단 유지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통일 한국을 위해 국회가 민간과 정부의 연결고리, 국제·국내정치의 매개 역할이 증대되는 추세이며 여야 합의 및 국론 통합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국회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달라”고 요청한 뒤 “국회에서 국민들의 의견, 해법과 국민 정서를 수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행사장을 방문한 청중과 토론자들의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약 4시간에 걸친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한편, 유준상 이사장은 “빠른 시일내에 이상희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귀국하는대로 ‘원전과 에너지 문제’를 주제로 제2차 세미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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