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의원직 상실 ‘부의장이 직무대리’ ... ‘사고가 아닌 궐위’, 새 의장 선출해야
지난 9월 13일 개최된 이천시의회 운영위원회 회의 모습.
[이천=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6대 이천시의회가 의원들간 편가르기가 횡행하면서 막판까지 시끄럽다.
임영길 의장의 의원직 상실로 1개월이 넘도록 의장 궐위 상태에 있던 이천시의회가 신임 의장을 선출하지 않고 홍헌표 부의장이 의장 직무를 대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유례없는 의장 공석 체제가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10개월간 이어지게 된 데에는 각 정파의 이해관계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으로, 시의회가 ‘자리 싸움’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천시의회는 지난 13일 열린 의회운영위원회의 기타토의 시간에 임영길 의장의 의원직 상실(8. 12.자)로 인한 보궐선거를 놓고 논의한 결과, 의장선거를 치르지 않고 부의장 직무대리 체제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방자치법 제51조 (부의장의 의장 직무대리)는 지방의회의 부의장은 의장이 사고가 있을 때에는 그 직무를 대리한다.고 규정하고, 제53조 (보궐선거)에서 ①지방의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이 궐위(闕位)된 경우에는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②보궐선거로 당선된 의장이나 부의장의 임기는 전임자의 남은 임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천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9월 13일 개최된 회의에서 이 규정에 따라 부의장 직무대리 체제로 가도 되고, 보궐선거로 새 의장을 선출해도 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김학원(자유한국당)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김용재(자유한국당) 김하식(자유한국당) 홍헌표(더불어민주당) 등 4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자유한국당 김용재 의원이 직무대리로 가자는 의견을 제시해, 같은 당 김하식 의원이 찬성했고, 더불어민주당 홍헌표 부의장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결국 직무대리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궐위된 의장을 선출하지 않는데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먼저, 6대 의회는 내년 6월 13일까지 무려 9개월간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어 신임 의장을 선출하여 의장단 공백상태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직무대리는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지방자치법의 강행규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부의장이 장기간 의장직을 대리하는 건 1인 독주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의장 또는 부의장이 궐위된 때에는 원활한 의정수행을 위하여 보궐선거를 실시하여 후임자를 선출해야 할 것”이라는 행자부 질의회신 사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사고(事故)는 단체의 장이 재위하면서도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권한행사가 정지된 경우로, 단체의 장이 신병이나 장기간의 해외여행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이며, 궐위(闕位)는 단체의 장이 공석이 된 경우로서 탄핵으로 파면된 경우, 사임하여 공석인 경우, 피선거권자격을 상실한 경우, 사망한 경우와 같이 단체의 장이 재위하지 않게 된 경우라는 해석이다.
따라서 임영길 의장의 경우는 사고가 아닌 궐위에 해당됨으로 직무대행이 아닌 새로운 의장을 선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의장 궐위에 대한 중요사안을 의원 전체 의견이 아닌 4명의 의원으로만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느냐는 것. 운영위원회 위원 4명 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3명으로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9명이 정수인 이천시의회는 임영길 의장의 의원직 상실로 현재 자유한국당 3명, 더불어민주당 4명, 국민의당 1명 등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의회 전체회의에서 소수당이라 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될 확률이 낮다는 이유가 이번 운영위원회 ‘직무대리 체제’ 결정의 속사정이라는 것. 이를 두고 의회 내외에서는 의장 자리를 노리던 모 의원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의장선출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운영위원회에서 기타토의 안건으로 처리해도 될 만큼 의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권위를 의회 스스로 떨어뜨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적어도 운영위원회 뿐만 아니라 자치행정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 등 전체 의원들이 모여 다뤄야 한다는 것.
주민 A씨는 “자당에서 의장을 차지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부의장 직무대리 체제로 가는 게 낫다는 고약한 심보”라고 꾸짖고, “후반기 의회를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에 따라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의회 위상을 스스로 높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임영길 전 이천시의회 의장은 지난해 치러진 4·13 보궐선거에서 기부행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1, 2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 받았고, 지난 8월 10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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