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게이트, 대북 송금 특검도 국감에서 시작
10월 12일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사진은 의원회관 앞. 일요신문 DB
# 자료 둘러싼 전쟁
국감 때면 국회와 피감기관 간에 자료 전쟁이 벌어진다. 의원실은 피감기관에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원한다. 반면, 피감기관 입장은 다르다. 피감기관 측은 “자료가 없다” “내부 대외비다” “시간이 걸린다” 등의 이유를 들며 방어에 나선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몇 주를 기다리는 일도 보통이다. 2주를 기다렸는데 달랑 2줄짜리 답변을 받을 때도 많다”면서 “노련한 보좌진은 자료 요구를 할 때 담당자와 통화를 한 뒤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맞춤형 자료를 요구한다. 가령 ‘표’를 만들어 채워달라고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의원들 경쟁도 치열하다. 보좌진들은 다른 의원실과 차별화 전략을 짜는 데 공을 들인다. 앞서의 보좌진은 “정부 부처를 견제하는 게 첫 번째 목적이긴 하지만 눈에 잘 띄는, 섹시한 내용으로 의원이 언론에 알려지도록 하는 목적도 크다. 그래서 보좌진끼리 서로 자료 요구 노하우 등은 교류하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실 보좌진은 자료 요구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자료를 요구했는데 국감 전날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 담당자가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상부에 보고를 안 했다’ ‘결제가 아직 안 났다’는 핑계를 댔다. 담당자에게 전화로 빨리 답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것이다. 황당했다. 이를 국감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했더니 담당자뿐만 아니라 국회 대관 관계자, 고위 인사까지 와서 사정 설명을 하더라.”
#‘을 중의 을’ 피감기관, 야식 배달까지
국감 때면 피감기관에서 국회를 담당하는 대관 파트 움직임도 바빠진다. 국감 전에 미리 질의서를 받거나 증인 출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한다. ‘대관 관계자들 1년 농사의 전부다’란 말도 나온다. 한 보좌진은 “피감기관 대관 관계자들이 보좌진과 스킨십을 하는 이유는 질의서에 있다. 질의서를 사전에 받아가 준비하기 위해서다. 피감기관 기관장이 모든 사안을 다 알 수 없다. 질의서를 받아가야 요지를 알고 답변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의원실에 야식을 보내주거나 직접 배달하는 일도 종종 목격된다. 한 대관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메뉴를 지정해준다. 그럼 대관 관계자들끼리 모여 ‘사다리 타기’를 한다”고 말했다. 한 보좌진은 “18대 국회에선 한 대관 관계자가 국회 앞 고급 일식집에서 최고급 초밥 도시락을 날랐다. 보좌진이 도시락을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린 적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통과된 이후 국회 풍경도 달라졌다. 한 보좌진은 “과거엔 피감기관들과 기업체들이 야근하는 의원실에 간식거리를 넣어주곤 했다. 또 국감 전에 ‘밥 먹자’는 전화가 쏟아졌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된 뒤엔 아예 그런 일도 없다”고 말했다. 대관 관계자도 “요새는 먹을거리를 직접 사들고 들어가는 것도 (보는 눈이 많아) 눈치 보인다. 그래서 요즘엔 ‘어디서 식사를 할 것이냐’고 미리 물어본 뒤 식당에 선 결제를 해둔다”고 했다.
피감기관은 의전에도 신경을 쓴다. 한 보좌진은 “과거엔 피감기관에 현장 국감을 나갈 때 고급 식당을 잡든지 직원 식당 내부에 귀빈 방을 따로 준비해서 점심 식사를 마련해줬다. 출장 뷔페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보좌진도 “상임위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 주차장에 기관장들이 나와 안내한다. 의원들 대기실도 따로 있고 다과에 치약, 칫솔까지 준비해둔다”고 말했다.
# 국감 맞아? 황당 에피소드
2010년 차명진 전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 토종 구렁이를 들고 나왔다. 차 의원은 구렁이를 가리키며 “시중에 1000만 원에 거래되는 구렁이를 포획하더라도 처벌이 경미하다”며 환경부에 시급한 대책을 촉구했다. 이로 인해 국감장은 발칵 뒤집혔다.
2014년엔 뉴트리아가 등장했다. 뉴트리아는 ‘괴물쥐’로 불리는 설치류 동물로 5년 전 생태교란동물로 지정됐지만 퇴치는 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다. 김용남 전 의원은 ‘외래종 퇴치작전 실패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 뉴트리아를 국감장에 가져 왔다고 설명했다.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의원실의 ‘갑질’을 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한 의원실에서 무더기 증인 명단을 유출했다. 여기엔 우리 기관장도 포함돼 있었다. 설마 다 부르려고 했겠냐. 알아봤더니 이런 식으로 살짝 흘리면 대관 관계자들이 알아서 의원실로 찾아간다고 한다. 그리곤 거래를 한다. 지역 민원이나 후원, 광고 등을 들어주면 증인을 빼주는 식이다. ‘증인 가지고 장사한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냐”고 토로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얘기도 있다. 국감 시즌만 되면 곳곳에서 피임 도구가 발견된다는 내용이다. 밤새 일하다 눈 맞는 비서진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청소 아주머니들에게 들었다. 실제로 본 적도 실제 사례를 들은 적도 없다. 설마 여기서 그런 일이 있겠냐. 우스갯소리로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진도 “얘기만 들었다. 일하기도 바쁜데, 사실이겠냐”면서 손사래를 쳤다.
# 역대 대형 폭로 무엇
2001년 국감에선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가 불거져 나왔다. 이용호 지앤지(G&G) 회장의 금융비리, 김형윤 전 국정원 경제단장의 수뢰혐의 수사중단, 안정남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재산형성 의혹 등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용호 게이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2002년 국감 땐 엄호성 전 의원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현대 측이 4900억 원을 대출받아 북측에 비밀리에 건네줬다면서 남북뒷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엄 의원은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대출해준 4900억 원이 현대아산을 거쳐 북한 아태평화위가 운영하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북에 제공됐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연일 특검제 도입을 요구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를 전격 수용한 바 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