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확정날 ‘상투’…역대 정치테마주 대부분 선거 이후 폭락 유의해야
9월 15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일요신문DB
2016년 12월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자 테마주는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들과 연관이 있는 주식들이었다. 증권가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정책과 인맥을 분석한 이른바 ‘지라시’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후보들과 관련이 있는 종목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선거를 틈타 ‘한몫’ 챙기려는 작전 세력들에 의해 테마주에 편입된 것이었다. 테마주들과 특정 정치인들과의 연결고리를 살펴보면 허무맹랑한 내용들도 적지 않았다. 후보와 아무런 친분이 없었지만 단순히 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급등한 종목들도 많았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정치 테마주’에 대해 집중 감시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2월 9일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으로 어느 때보다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불건전 투자자에게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겠다”며 테마주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대선 정국에서 ‘문재인 테마주’는 10개 종목이 넘었다. 문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에서 법률고문을 맡고 있던 바른손,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인 이상호 씨 부인 김수경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우리들휴브레인과 우리들제약 등이다. 위노바는 이상호 씨 아들이 공동대표라는 이유로 테마주에 포함됐다.
조광페인트와 DSR은 대표이사가 문 대통령과 경남고 동문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서희건설 역시 이봉관 회장이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으로 알려지며 테마주로 분류됐다. 서희건설의 최대 주주인 유성티엔에스도 덩달아 거론됐다. 이밖에 부산·경남 지역 소재 지상파 TV, 라디오 방송, 광고 사업 등을 하는 KNN도 전직 대표가 문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고 전해졌다.
대선 정국에서 유력 주자로 꼽혔던 문재인 대통령 테마주는 주요 정치 현안마다 급등락을 반복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었던 3월 10일 거래량이 급증했다. 바른손은 3월 10일 거래량이 504만 1878주로 3월 8일 거래량(25만 6169주)에 비해 약 19배 늘어났다. 우리들제약은 같은 날 거래량이 491만 9182주로 3월 8일 거래량(12만 973주) 대비 약 40배 늘어났다. 다른 테마주도 상황은 비슷했다.
문재인 테마주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선거 초반부터 큰 변수 없이 지지율 1위를 고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들제약의 경우 3월 27일부터 주가가 폭등해 30일엔 52주 최고가(2만 8600원)를 기록했다. 3월 27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 경선에서 압승한 날이었다. 우리들휴브레인과 바른손 또한 3월 28일 각각 1만 3900원, 1만 3100원의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4월 3일 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날 테마주 역시 대부분 거래량이 급등하며 상승했다.
위기도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대항마’로 급부상하자 문재인 테마주는 하락했다. 우리들제약은 4월 6일부터 13일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서희건설 또한 같은 기간 등락을 반복하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KNN도 하락세를 보였다.
문 대통령 취임 뒤 테마주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다소 뜻밖이다. 우리들제약은 9월 18일 종가 7070원, 우리들휴브레인은 종가 1990원, 바른손은 3210원으로 증시를 마감했다. 이는 3월 10일 기준 각각 57%, 81%, 73% 하락한 수치다. DSR과 DSR제강 또한 같은 기간 62%, 68% 폭락했다. 서희건설은 26%, 유성티엔에스는 29% 떨어졌다.
테마주에 투자해 손실을 봤다는 김 아무개 씨(47)는 “개인 투자자들은 보통 ‘대통령이 되면 최소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라고 판단한다. 나 또한 그랬다. 문 대통령은 안희정 관문도 통과하고 안철수 산도 넘었다. 대선 직전 주가가 하락했는데 오히려 대통령 되면 ‘원금 회복하겠지’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테마주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선 국면에서 테마주와 관련해 허위 정보가 매우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주자 지지율만 보고 매매나 매도하는 행위는 위험하다. 테마주는 트레이딩을 아주 잘 하지 않는 이상 개인 투자자들이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고 조언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테마주의 특징과 투자 위험성’ 보고서를 통해 16∼18대 대선에서 언론에 보도된 테마주를 분석한 결과 대선 테마주는 대선이 끝나고 5일이 지나면 승자와 패자에 관계없이 모두 초과상승분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정치테마주도 가격 급락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음을 인식하고 투자 의사결정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MB 테마주’ 대선 기간 1000% 폭등 종목도 17대 대선 당시 일찌감치 당선이 유력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테마주는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폭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테마주로는 삼호개발, 신천개발, 특수건설, 이화공영, 홈센타 등이 거론됐다. 이 기업들은 대운하 공약과 관련된 기업이거나 최대 주주가 이 전 대통령과 동문이라고 전해졌다. 특히 이화공영은 1000% 이상 주가가 올라 지금까지도 ‘테마주의 전설’로 회자되는 종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 당시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관련 테마주들 또한 일찌감치 떠올랐다. 증권가에선 ‘박근혜 테마주’가 200여 개가 넘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대표적인 테마주론 아가방과 보령메디앙스가 꼽혔다. 이 종목들은 박 전 대통령 후보 시절 저출산 대책 등 복지공약의 테마주로 분석됐다. 아가방컴퍼니는 2012년 2월 17일 1만 8200원을 찍었다. 2010년까지 3000원 안팎에 머문 데 비하면 6배 뛴 셈이었다. 박 전 대통령 동생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EG와 회장 부인이 박 전 대통령의 사촌인 동양물산도 테마주로 분류됐다. [민] |